최양해 스틸데일리 기자
▲ 최양해 스틸데일리 기자

‘거푸집’. 건물을 지을 때 일정한 모양의 틀을 만들기 위해 설치하는 가설 구조물을 뜻하는 말이다. 목재를 사용하는 목조 방식과, 코팅 합판을 사용하는 유로폼 방식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DH-빔(보 구조용 거푸집)’이 주목받고 있다. 이 공법은 기둥과 기둥 사이를 연결하는 ‘보’의 대체재로 떠오르고 있는데, 공사 기간 단축과 현장 환경 개선에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늘은 이 DH-빔과 관련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DH-빔은 ㈜동하이엔지(대표 고미순)가 개발한 공법이다. 1~1.15mm 두께의 얇은 철판을 성형하여 구조물을 만들고, 이를 공사 현장에 그대로 적용하는 방식이다. 기존 거푸집 공법보다 편의성, 친환경성, 신속성 등에서 우수한 점이 많아 건설업계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특허권도 분명하다. 동하이엔지는 2010년과 2011년 2년에 걸쳐 각기 다른 방식의 보 구조용 거푸집 특허를 취득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특허를 공유하고 있는 업체는 총 네 곳. 동하이엔지를 비롯해 ▲네오텍 ▲윈하이텍 ▲나라MAT 등 4개 업체만이 정식 수주 자격이 있다.

그런데 최근 문제가 발생했다. DH-빔을 모방한 아류작이 등장하면서부터다. 유사 제품을 내놓은 곳은 동종 업계와 데크 플레이트 업계다. 돈이 될법한 사업 아이템이 등장하자 교묘하게 이름만 바꿔 개발에 나섰다. 근본적으로는 특허권을 침해한 셈이다. 특허권을 가진 동하이엔지 측은 법적 소송 등 강력한 대응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 큰 문제는 안전성이다. DH-빔 공법을 자신들이 개발했다고 속여 수주했던 A업체가 기어코 사고를 쳤다. A업체는 최근 경기도 남양주시 한 건설현장에 보 구조용 거푸집을 시공했다. 제대로 된 기술력과 설계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작업을 하다 보니 구조물이 풀썩 주저앉는 사고가 발생했다. 자칫 대규모 인사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사고였다.

DH-빔을 생산하는 전용 포밍(성형) 설비. 문제의 업체는 별도의 성형 가공없이 절곡기로 굽힌 철판을 이어 붙이는 방식을 썼다.
▲ DH-빔을 생산하는 전용 포밍(성형) 설비. 문제의 업체는 별도의 성형 가공없이 절곡기로 굽힌 철판을 이어 붙이는 방식을 썼다.
사고 당시 상황을 들어보면 A업체가 시공한 구조물은 조악하기 짝이 없었다. 철판을 완전히 성형하여 제작한 것이 아니라 절곡기로 굽힌 철판을 얼기설기 엮어 구조물을 만들었다. 안전이 최우선인 건축물에 사용했으리라곤 상상도 못할 수준이었다.

소재 또한 값싼 중국산 용융아연도금강판(GI)을 사용했다. 눈앞의 이익만을 좇아 원가를 줄이고 줄이다 보니 품질이 보증될 리 만무했다. DH-빔 공법의 경우 원가에서 소재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이 65% 수준으로 높은데 이를 줄이고자 하는 맹목적 의지가 화를 부른 셈이다.

실제로 DH-빔 공법에서 용융아연도금강판의 품질은 매우 중요하다. 도금량이 기준에 못 미치거나 높을 경우 모양을 만드는 성형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적정 수준의 두께와 도금량이 항상 균일하게 유지돼야한다. 개발 측인 동하이엔지가 국산 제품만을 고수하는 이유다.

DH-빔 특허를 공유하는 업체는 품질이 검증된 국산 GI만을 사용한다.
▲ DH-빔 특허를 공유하는 업체는 품질이 검증된 국산 GI만을 사용한다.
품질이 보증된 제품을 쓰는 것.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사람의 목숨이 달린 구조물을 제작하는데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소재를 쓰는 것이 마땅한가. 더욱이 척 보기에도 허술한 제작법으로 만든 구조물로 건축물의 하중을 감당하려 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그들에게 묻고 싶다. 특허권을 보유한 업체들은 바보여서 검증된 국산 소재만 사용한 것인지. 나아가 비싼 돈을 들여 성형 장비를 갖추고, 기술 개발에 공을 들였는지 말이다. 적어도 많은 이의 목숨이 달린 곳에서까지 ‘장사치’가 되진 말았으면 하는 바람을 전해본다. 사람의 생명을 담보로 개인의 욕심을 채우려는 이기심은 더는 있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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