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도강판 업계의 내년도 수익성 확보에 그늘이 드리웠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내년 사업 계획과 목표를 수립 중이다. 이리저리 계산기를 두들겨 봐도 적당한 숫자를 찾을 수가 없다. 정말이지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걱정을 늘어놨다.

내년 시장 상황을 부정적으로 전망케 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건 극도로 부진한 수요 침체다. 4분기 들어 시장 수요가 더욱 위축되고 있고, 이런 흐름이 내년 초까지 지속될 것이란 우려가 깊다. 제조사별로도 차곡차곡 쌓여가는 재고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이다.
석도강판으로 제작한 캔(사진=nicomet)
▲ 석도강판으로 제작한 캔(사진=nicomet)
여기에 최근 미국 정부가 태국을 상대로 대규모 관세특혜 폐지 방침을 밝힌 것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달 말 13억 달러(약 1조 5,100억원) 상당의 태국산 제품 573개 품목을 ‘일반특혜관세제도(GSP)’에서 제외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반특혜관세제도는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의 수출 확대 및 공업화 촉진을 위해 개발도상국의 농수산품, 공산품 등에 대해 무관세를 적용하거나 낮은 관세를 부과하는 특별대우를 말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의 대(對) 태국 제재가 본격화하면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등 인접국은 물론 동남아시아 지역 경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이 예상된다”며 “국내 제조사로부터 석도원판을 구입해 캔을 만들던 이들 국가의 수출량이 줄면 우리로서도 연쇄적인 손실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판매 단가 하락 분위기도 걱정거리다. 일례로 올해 비교적 좋은 조건으로 판매했던 미국향 석도강판 가격 협상이 길어지고 있다. 미국 현지 판매 가격이 하락을 거듭하면서, 적정 수입 가격을 정하는 데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것. 업계에서는 올해보다 10~15% 낮아진 가격에 협상이 이뤄지지 않겠냐는 입장이다.

협상 예상 시점은 11월 말에서 12월 초로 예상된다. 어찌됐건 올해보단 수익성이 악화될 것만은 분명하다.

통제하긴 어렵지만 환율 변동도 불안요소다. 국내 석도강판 제조사들은 내수 대비 수출 비중이 높아 환율에 더욱 민감하기 때문. 이 같은 이유로 수출에 우호적인 환율이 형성됐던 상반기에는 석도강판 제조사들의 실적이 좋았으나, 원화가 강세로 돌아선 하반기엔 다소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참고로 올 1월부터 9월까지 국내 석도강판 판매량은 47만 3,875톤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내수는 17만 5,100톤, 수출은 29만 8,775톤으로 수출 비중이 63%를 차지했다. 내년 제조사들의 수익성 확보에도 수출 판매단가와 환율이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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