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형강 시장이 난장판이 됐다. 가격 폭락과 품질 저하 그리고 책임 전가의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불을 붙인 것은 한국특수형강이다. 한국특수형강은 판매 부진 극복 카드로 2년 만에 비KS생산을 선언하고 이번주부터 판매에 들어갔다. 한국특수형강의 선언과 함께 삼호제강(금강철강)이 이번 주만 한시적으로 출고가격을 대폭 낮춰 KS품을 60만 원으로 팔겠다고 선언한 것으로 전해지며, 현대제철 등도 어떤 방식으로든 대응 방안을 마련할 수 밖에 없는 상황 빠져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한국특수형강은 시장의 혼란을 최소화 하기 위해 조선재에 한해 월 2,000톤~3,000톤 정도 비KS 품을 생산해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또 비KS품이라는 것을 고객이 알도록 엄격히 관리해 KS품 시장에 영향을 주지 않게 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경쟁사들은 좀처럼 수긍하지 않고 있다.

가뜩이나 수요 감소로 몸살을 앓고 있는일반형강업계는 한국특수형강의 비KS품 생산으로 갈등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가격 폭락은 시작됐고, 일반형강 시장의 모순이 폭발하면서 혼탁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 한국특수형강의 비KS품 생산과 영향은?

문제의 진원지인 한국특수형강은 비KS판매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비KS품을 생산하고 싶지 않지만 생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경쟁사와 소비자가 몰았다는 입장이다.

일반형강 수요가 최근 수년간 고점대비 절반가량 수준으로 줄어든 상황에서 1) 한국특수형강 판매가격 이하로 판매하는 경쟁사의 저가 정책 2) 조선사의 중국산 비KS품의 무분별한 수입이 한국특수형강을 사지로 몰았다는 지적인 것이다. 이 때문에 한국특수형강의 시장 점유율은 50% 내외에서 20~30%로 뚝 떨어졌고 공장 가동 중단 이라는 최악 대신 비KS품 생산이라는 차악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 회사측의 입장이다.

한국특수형강은 2007년 극약처방으로 불리던 비KS 판매를 2개월 만에 중단하면서 조선사에 비KS 사용 중단을 요청하는 한편, 한국철강협회와 정부에 비KS 유통 중단 방안 마련, 경쟁사와 수입업체에 판매 중단을 요청했다. 그러나 유관 기관과 부처에서 비KS품 판매가 합법이라는 말만 들었고, 각종 KS품 사용 노력이 실효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조선사들은 싼 맛에, 경쟁사들은 공장 가동을 위해 월 1만 톤 내외의 비KS 시장을 만들어 사실상 고착화 됐다. 최근에는 수입 규모가 더 커지면서 월 1만 톤~1만 4,000톤 규모로 커져 더 이상 묵과 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 한국특수형강측의 입장이다.

즉 경쟁사의 저가 경쟁 유도와 조선사의 계속되는 비KS품 수입으로 한국특수형강이 차악을 선택할 수 밖에 없게 됐다는 것이다.

한국특수형강의 이번 조치는 지난 2007년과 달리 비KS사이즈를 4개에서 10여 개로 확대했다. 또 판매 기간도 2007년에는 두 달로 단기에 끝났지만 이번에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파장도 크고 길게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 한국특수형강의 비KS품 생산과 영향은?

국내 최대 생산업체인 한국특수형강의 비KS 생산 및 판매는 한국 일반형강 시장의 구조적 모순이 폭발하는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성철강에 이어 한국특수형강이 비KS품 생산을 공식화하면서 국내 일반형강 시장의 전반의 품질 저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일반형강의 비KS품은 중량이 10~14% 정도 KS에 비해 적다. 그만큼 가격을 낮출 수 있다. 실제로 한국특수형강은 정품은 72만 원 내외에서 유통하지만 비KS품은 61만 원으로 대폭 낮췄다. 중국산 수준으로 중량을 줄이고 판매가격도 중국산 수준에 맞춰 떨어뜨린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중량 미달에 따른 안전 문제다. 비KS품의 확대와 시장 형성은 안전문제와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 설계보다 중량이 10% 이상 미달되는 제품이 유통돼 구조재의 경우 하중에 취약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일부에선 국민의 안전을 볼모로 돈을 버는 행위라거나, 불량품을 생산하는 것이라는 비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점에 대해 전문가들은 조선사의 경우 중량미달에 대한 구조적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알면서 원가 절감을 위해 저가품을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특수형강은 조선재에만 비KS품이 사용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일반건축용 강재로 사용될 가능성도 배제 할 수 없다는 것이 경쟁사들의 주장이다. 경쟁사 관계자는 “규격이 다양해 건설용강재로 확대 사용이 가능하다. 또한 일반 한국특수형강 대리점들도 비KS품의 판매 독려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일반형강 가격의 저가화도 우려된다. 실제로 한국특수형강의 비KS품 판매는 금강철강등 일부 단업업체의 가격 인하의 빌미가 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현대제철 등 경쟁사들은 한국특수형강의 이번 조치가 비KS품 시장 확대와 안전문제 그리고 가격의 하향 평준화를 유도할 것으로 우려하고 반발하고 있다.

또한 국내 최대 일반형강 생산업체의 비KS품 생산으로 한국철강업계가 역점을 두고 추진해 왔던 정품사용 운동 노력이 무색하게 됐다는 점도 부작용으로 지적됐다.

현대제철 등 경쟁사들은 한국특수형강의 이번 조치에 대해 KS 취득 최소 요구 등 강력한 대응을 할 계획이어서 후폭풍이 계속 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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