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포스코와 현대중공업간 2019년 하반기 조선용 후판 가격 협상이 소폭 인상으로 마무리된 가운데 내년 후판 수요와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오히려 확산되는 모습이다. 조선업체들의 구매 전략 변화와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의 합병 그리고 조선외 후판 수요의 확대 기대감 축소 등 국내 후판 3개사는 대체로 내년 수요가 올해보다 축소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편집자주]

● 내년 후판 수요, 올해보다 감소할 듯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국내 후판 제조업체들은 내년 후판 수요가 올해보다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는 모습이다. 올해 국내 조선업체들의 수주 실적이 주춤해진 가운데 저가 수입재의 국내 유입 확대 지속과 더불어 건설 경기 등 후판 수요산업의 회복 기대감이 낮아진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9월까지 본지가 국내 후판 3개사의 생산과 판매실적을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1~9월 전체 생산량은 701만2,000톤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3%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더불어 판매 역시 702만9,000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가 증가했다.

판매 가운데 수출은 165만2,000톤으로 1,7%가 증가했고 내수 역시 537만7,000톤으로 4,2%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생산과 판매가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후판 제조업체들의 볼멘 목소리고 높아지고 있는 것은 수익확보가 어려워지고 있는 것은 물론 수입 급증과 이에 따른 판매 경쟁 심화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9월까지 국내로 유입된 후판 수입량은 114만6,238톤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3.3%나 급증한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국내 수요 개선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수입재 유입 확대는 수주를 위한 가격 경쟁을 심화 시켰고 수익저하로 연결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여기에 조선향 후판 가격은 급격한 철강원부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제조원가 급등에도 불구하고 상반기는 동결된 데 이어 하반기는 소폭 인상에 그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4분기로 들어서면서 철광석과 강점탄 등 철강 원부자재 가격 하락이 나타났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후판업체들의 수익성은 적자 수준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여기에 내년 상반기 가격 협상에서는 그나마 소폭 인상했던 가격마저 다시 낮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 조선사 매입량 더 축소?

후판 전체 수요의 55~6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조선향 후판 제품의 수익성 저하와 수요 감소, 그리고 수입재 유입 확대 등은 2020년에도 후판 제조업체들에게 상당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올해 급증한 후판 수입량의 상당부분을 국내 조선업체들이 차지하고 있는 것은 물론 국내산과의 가격 등을 감안한다면 향후 더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여기에 국내 주요 조선사들의 수주실적이 그다지 좋지 않다는 점 역시 부담이 되고 있다. 실제 현대중공업그룹의 경우 10월 말 현재 77억 달러 규모의 수주실적을 기록해 올해 목표액인 159억 달러의 48%를 달성한 것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에도 올해 목표액 83억7,000만 달러의 61.4% 달성에 그친 상태며 그나마 삼성중공업은 올해 목표액인 78억 달러 대비 69%에 해당하는 54억 달러의 수주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조선업황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지난해보다 수주 목표액을 높게 잡았으나 미중 무역전쟁과 국제해사기구의 황산화물 배출규제 시행이 중첩되며 글로벌 발주가 급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올해 1~9월 전 세계 누적 선박발주량은 전년 대비 43% 감소한 1,539만CGT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선박 발주량 감소는 향후 후판 수요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올해 국내 조선업체들의 선박 수주는 대체로 LNG선 위주인데 이는 탱커나 컨테이너선에 비해 후판 소모량이 크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인수, 누구에게 이익인가?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국내 조선산업을 기존 ‘빅3’ 체제에서 막강한 ‘원탑’ 체제로 전환시키게 된다. 대우조선을 흡수한 한국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지분율 100%), 삼호중공업(80.5%), 현대미포조선(42.3%), 대우조선해양(약 68%) 등 4개 조선 계열사를 보유하며 막강한 바잉 파워(buying Power)를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현대중공업의 구매 전략에 따라 후판 가격이 결정되는 구조가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후판 업계 관계자들의 예측이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을 인수하면 조선향 후판 수요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게 되고 이는 결국 후판 가격에 대한 압력으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2020년 플랜트와 건설 등 후판 수요 연관 산업의 회복 역시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국내 후판업체 관계자들은 내년 후판 수요에 대해 조선향 후판 수요의 감소와 더불어 수익성 저하 그리고 중국과 일본을 비롯한 수입재의 국내 유입 확대 등이 이어지면서 올해보다 한층 더 어려운 한 해를 보내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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