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 스크랩 시장이 구조 변화기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 9월 이후 가격 폭락과 소비 부진이 장기화 될 가능성마저 엿보인다. 지금까지 변화와 달리 향후 구조변화는 수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철 스크랩 시장의 근본적인 변화를 몰고 올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철 스크랩 시장을 보면서 미래를 생각해 봤다. [편집자 주]

1. 현황

철 스크랩 유통업체들이 이중고를 호소하고 있다. 하나는 철 스크랩 판매난이고 다른 하나는 가격 하락이다.

- 철 스크랩 수요 뚝

철 스크랩 거래량이 9월 이후 급감하고 있다. 제강사의 감산이 이어지고 있는 탓이다. 철근 제강사의 9월 판매량은 연중 최저인 65만 톤에 그쳤고, 10월 판매 목표량은 85만 톤에 불과하다. 시장 여건을 고려할 때 85만 톤 판매도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나 올해 초에 비해 10만 톤 정도 월간 소비가 줄어든 것이다. 정부의 정책을 생각하면 판매 회복을 생각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H형강은 내수 판매량은 꾸준하지만 수출 수요 감소 등으로 역시 감산이 일상화 되어가고 있다.

특수강도 자동차 경기 부진에 직격탄을 맞고 휘청이고 있다. 세아베스틸의 제강 생산량은 월간 15~18만 톤 생산체제에서 13~15만 톤 정도로 줄었다. 포스코도 열연코일 가격 폭락 등으로 철 스크랩 소비를 줄이고 있다.

철 스크랩 수요산업인 철강사들의 감산이 철 스크랩 수요에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 가격 폭락

철 스크랩 가격이 크게 하락했다. 추석 직전 남부 제강사들의 중량A 구매가격은 톤당 38만 원 전후까지 올랐다. 10월 22일 주간에는 톤당 29만 원으로 떨어졌다. 당분간 약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커 단 두 달만에 10만 원 이상 하락이 점쳐진다. 가격 폭락에 유통 시장은 패닉상태다.

철 스크랩 가격 하락은 단지 한국 내수 시장이 소비 부진만 원인이 아니다. 넓게는 국제 철강 가격, 좁게는 국제 철 스크랩 가격 하락 탓이다. 특히 동아시아 철 스크랩 시장의 맹주인 일본 철 스크랩이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 한국 시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다.

토쿄스틸(東京製鐵) 우츠노미야공장의 H2 구매가격은 지난 3월 말 3만 5,000엔을 정점으로 떨어지기 시작해 10월 하순에는 2만 2,500엔까지 하락했다. 오카야마공장은 같은 기간 3만 3,500엔에서 2만 500엔으로 하락했다. 우츠노미야공장은 7개월간 1만 2,500엔, 오카야마공장은 1만 3,500엔 떨어진 것이다. H2 가격이 2만 엔에 턱걸이해 추가 하락 여부가 주목된다.

일본의 철 스크랩 가격 하락은 한국과 동남아시아에서의 매수세 감소, 일본 내수 시장 부진이 원인이다.


2. 전망: 철 스크랩 구조조정 시작될 수도

철 스크랩 가격 폭락과 매출량 감소로 철 스크랩 유통업체들이 패닉에 빠졌다. 고정비와 재고 부담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현 시황이 단기간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와 달리 작금의 철 스크랩 폭락은 철강 시장과 국제 경제의 환경 변화에서 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과거처럼 폭락 후 폭등이 아니라 폭락 후 L형 가격 커브를 그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대한 준비가 필요해 보인다.

- 철 스크랩 소비 회복 더딜 듯

철 스크랩 소비는 향후 수년간 증가를 기대하기 어렵다. 철 스크랩 다소비 산업인 철근 생산은 지난 2017년 1,130만 톤을 고점으로 줄어 2018년 1,062만 톤을 기록했고, 올해는 8월까지 전년동기대비 3.0% 줄어든 684만 톤을 기록했다. 생산량 감소의 골이 9월 이후 깊어져 1,000만 톤 이하 생산이 유력하다.

수입을 포함한 국내 소비도 지난해 1,100만 톤에서 올해는 1,000만 톤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이며, 정부의 부동산 규제 등으로 주택 분양이 줄고 있어 철근 소비 감소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제강사들은 우리나라의 철근 소비가 900만 톤 전후까지 후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철근 생산이 900만 톤 이하로 줄어들 경우 철 스크랩 소비량은 2017년 대비 약 200만 톤 정도 줄어드는 것이다.

철 스크랩 소비는 2014년~2016년 기간처럼 급격한 감소 가능성은 적지만 매년 50만 톤 이상 줄어들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 일본 판매난 더욱 심해질 듯

동아시아 철 스크랩 시장의 맹주는 누가 뭐라고 해도 일본이다. 일본은 연간 800만 톤의 철 스크랩을 수출하는 수출 대국이다. 일본에 변화 조짐이 생겼다. 하나는 최대 수입국가인 한국의 철 스크랩 자급도가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소비 감소까지 겹쳐 일본 수출업체들을 더욱 어렵게 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철 스크랩 업계는 일본내 소비감소라는 현실에도 직면하고 있다. 일본은 최근 수년간 토쿄(東京)올림픽 특수로 봉형강 경기가 호조를 보였다. 그러나 특수가 마무리 되면서 수출여력이 1,000만톤으로 늘어났다.

말라카해협 너머인 파키스탄 인도 방글라데시로 수출하지 않으면 수출할 곳이 없는 상태가 된 것이다.

일본의 공급과잉 심화는 일본 시장은 물론이거니와 동아시아 철 스크랩 시장 전반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크다.

또 철강 시장의 경기 둔화도 걱정거리 중 하나이다. 미중 무역갈등 이후 철강 시장은 블록화되고 있어 블록간 교역량이 크게 줄어든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 전세계 철강 생산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의 경제성장률 둔화와 미온적인 철강 감산은 전세계 철강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 수출 대국이 몰려 있는 동북아시아 철강사들의 수출 부진과 가격 폭락은 철 스크랩 가격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 가격 회복 탄력성 낮아

전문가들은 전세계 철강경기가 더욱 위축될 것으로 보고 있고, 이는 철 스크랩 가격에도 역시 부정적일 수 밖에 없다.

이러한 환경을 생각하면 폭락한 철 스크랩 가격이 과거처럼 바닥 도달 후 회복되는 v자 가격 커브가 아닌 L자 커브를 그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 가격이 회복 되더라도 당분간 낮은 가격대에서 유지될 가능성을 높다. 현 국면은 지난 과거처럼 “골이 깊으면 산이 높은” 시장이 아니다.

철 스크랩 수급 상황과 철근 경기를 고려할 때 향후 한국 제강사들의 중량A가격은 20만 원대 후반에 형성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30만 원을 돌파하더라도 초반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철근 가격도 낮은 가격대가 이어질 전망이다. 과거 사례로 보면 2016년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나마 2016년은 바닥을 다지는 시점이었다면 앞으로 전개될 시장은 바닥을 향해 가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고 철 스크랩 유통업체들의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기가 될 것이다.


3. 대응전략

철 스크랩 유통업체가 처한 환경은 9월을 지나면서 급변하고 있다. 수요는 줄고 가격은 떨어지는 상황이다. 즉 매출액과 매출량이 급감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줄어든 수요와 떨어진 가격에 적응하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고 혹독한 구조조정 기간이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특히 최근 수년간 철 스크랩 기업들은 제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투자를 해 왔다. 길로틴이나 압축기를 투자하지 않았더라도 판매량 증가로 인한 재무적 부담이 커진 상태다.

향후 시장 대응력은 늘어난 매출량과 매출액을 유지 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고, 유지할 수 없다면 늘어난 주머니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줄이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재무적 경쟁력을 높여 나가는 것이 급선무다.

- 제강사 협상력 우위 공고해 진다.

철 스크랩 소비 감소는 제강사의 구매 경쟁력이 더욱 강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기로 제강사의 구매 환경은 1) 생산량 중심에서 원가 중심으로 2) 동아시아 철 스크랩 공급 과잉에 따른 낮은 가격대 형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저 원가 조업은 구매 환경의 변화를 몰고 올 가능성이 크다. 지금까지 제강사는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을 생산하기 위해 중량 이상 등급의 사용을 선호해 왔다. 그러나 철근 소비 감소로 시간당 생산성보다 구매 가격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 즉 중량류보다 조업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생산성이 떨어지더라도 경량류 사용을 늘려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가공 철 스크랩에 대한 지원도 점차 줄면서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이미 최근 압축 가격이 바라 가격보다 낮은 시대가 열렸다. 길로틴의 품질 규제도 갈수록 강화되는 등 가공 철 스크랩이 받았던 특혜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제강사 관계자는 “머지 않아 길로틴 가공품에 대해 특별가격을 부여하던 시대가 막을 내릴 것이다. 구매 등급에서 길로틴이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좀 더 생각해 본다면, 제강사가 안정적인 납품을 유도하기 위해 취했던 일련의 가격 정책들이 약해지거나 사라질 가능성도 생각하고 준비해야 할 것이다.

- 중하부상과의 관계 재정립

유통시장의 구조도 점진적으로 변화해 갈 것으로 보인다.

기업은 매출을 유지하고 나아가서는 늘리려는 관성이 있다. 철 스크랩 유통업체들도 시장이 줄더라도 우리 회사의 매출은 유지하고자 할 것이고, 이는 다양한 납품처 확보 노력으로 전개 될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유통업체간 치열한 판매 경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제강사는 유통업체간 납품 경쟁을 유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형 납품업체들의 납품경쟁과 수익성 악화는 중하부상과의 관계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시기 대형 유통업체들은 인센티브 확보를 위해 납품량을 최대한 늘리기 위해 노력해 왔다. 대형 유통업체에 부여된 이익을 상당히 포기하면서 중하부상이 유지 관리됐던 것이다. 이러한 거래 관행에도 변화 가능성이 점쳐진다.

납품업체들의 이익구조가 약정량 이행에 따른 인센티브 중심에서 거래마진 중심으로 이동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야드 운영 중심으로 이행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대상과 중하부상의 관계의 끈이 약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4. 맺음말

철 스크랩 시장은 구조 변화기에 진입했다. 내부가 아닌 외부, 수요 환경의 변화가 변화를 주도하는 시기가 된 것이다. 2014년 동부제철의 전기로 폐쇄에 따른 수요 급감과 달리 향후 수년간에 걸쳐 변화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2015년이나 2016년처럼 혹독한 변화는 아닐 것으로 보이지만 구조적 변화를 동반하는 것이어서 제강사와 유통 모두 적응력 향상이 필요하다.

적응은 재무구조의 힘과 관계의 힘, 특히 연결 대상과의 관계의 힘에서 나오게 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시장은 철 스크랩업계에 처음 맞는 상황, ‘판매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하는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이에 대한 준비는 지금부터 시작해도 늦지 않아 보인다.

저작권자 © 스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