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앤스틸 서정헌 사장
▲ 스틸앤스틸 서정헌 사장
오랜 역사를 가진 동부제철이 사라지고 조금은 어색한 이름의 “KG 동부제철”이 새롭게 출발했다. 이번 동부제철 구조조정은 과거 우리나라 철강사 구조조정과 차이가 있다. 가장 큰 차이점은 국내 철강사가 인수한 것이 아니라 철강업계에서 다소 생소한 KG그룹이 사모펀드를 동원하여 동부제철을 인수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동부제철 매각은 우리나라 철강산업 구조조정에 새로운 사례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KG그룹은 M&A로 급성장한 회사로 석유화학 등 제조업과 금융 컨설팅 교육 미디어 등 다양한 업종을 가지고 있다. 철강산업에 경험이 없는 KG그룹이 철강사를 잘 운영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KG그룹은 철강으로 성장한 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전통적인 우리나라 철강사의 기업문화에서 벗어나 유연하고 시장의존적인 경영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철강산업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KG그룹의 철강사 경영방식은 국내 다른 철강사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KG 동부제철 곽재선 회장은 2019년 9월 2일 취임식에서 다음과 같이 경영전략의 방향을 제시하였다.

첫째, 수출 중심으로 마케팅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다. 기업 내부조직을 통합하고 수출역량을 높인다. 마케팅 조직을 내수와 수출로 나누고 수출비중을 지속적으로 끌어올린다. 내수판매 조직은 철강제품 중심이 아니라 수요산업 중심으로 한다. 시장지배력이 약한 단압밀의 입장에서 시장적응력을 바탕으로 수출에 적극적으로 도전하는 전략이다. 이러한 KG 동부제철의 시장중심 전략은 좋은 평가를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둘째, 도금 및 칼라강판 사업을 강화한다. KG그룹은 구조조정 과정에 동부제철의 기존 사업부문을 세분화 하고 그 중 도금과 칼라강판 사업에 집중한다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포스코나 현대제철과 같은 선도기업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는 철강재는 가능한 피하면서 단압밀로서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철강 단압밀들의 경영전략은 일관공정을 가진 고로와 큰 차이가 없었다. 동부제철을 인수한 KG그룹이 나름 단압밀로서 생존전략을 찾아가는 것 같다. 그러나 동부제철의 퇴출로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아보려고 기대했던 포스코와 동국제강이 오히려 당황하는 모습이다. KG 동부제철은 인천공장을 매각하면서 일부 철강재를 포기하고 경쟁력 있는 고급 컬러강판 사업으로 재편하고자 한다.

셋째, R&D 역랑강화다. 철강사의 생존전략으로 기술개발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특히 수출에 주력하고자 하는 철강사로서 국제경쟁력을 위한 기술개발은 필수적이다. 고객만족을 위한 신제품 개발을 위해서는 하공정 중심의 응용기술과 제품기술이 필요하다.

KG그룹은 동부제철 인수와 관련된 계산방식이 국내 다른 철강사와는 차이가 있다. 인수대금을 단기적으로 회수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동부제철이 가지고 있는 것 중에서 가장 돈이 되는 것부터 먼저 매각하여 현금화 하는 방식으로 구조조정을 할 것이다. KG그룹은 동부제철 설비를 공장별로 나누고 사업의 타당성을 재검토하고 유지할 것과 처분할 것을 구분하고 설비매각과 해체를 추진한다는 것이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철강사로 재매각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리나라 철강산업이 처한 공급과잉의 문제까지 고려한다면 동부제철 설비는 구조조정 과정에 해체되거나 퇴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동부제철 설비에서 옥석을 가려내는 과정에 철강사 규모가 줄어드는 축소지향적 구조조정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러한 축소지향적 구조조정은 우리나라 철강산업의 현실인 사양화와 잘 부합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공급과잉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국내 철강사보다 KG그룹이 동부제철을 인수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철강시장과 같이 대기업 중심의 과점적 시장구조에서 시장지배력 중심의 구조조정이 진행되면 동부제철과 같이 큰 규모의 철강사가 시장에서 퇴출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 때 KG그룹과 같이 구조조정에 전문성이 있는 회사가 인수하면 공장단위로 세분화하고 경쟁력 기준으로 해체와 재결합을 함으로써 구조조정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M&A 협상에 상당한 전문성이 있는 KG그룹은 산업은행과 협상에서 유리한 조건으로 동부제철을 인수한 것으로 보인다. KG 동부제철은 구조조정 관련 제도적 장치를 통해 부채를 탕감 받고 다시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부도난 기업이지만 구조조정 과정에 정부지원으로 기존 철강사보다 더 경쟁력을 가지게 되는 경우도 있어 역차별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이러한 조건만 보면 KG그룹이 동부제철 인수과정에 정부로부터 너무 큰 혜택을 받은 것이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양화 과정에 철강사의 기업가치는 객관적으로 평가하기가 어렵다. 특히 철강사의 경우 구조조정 과정에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까지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철강사 구조조정은 타이밍이 중요하다. 사양화 국면으로 들어서면 철강사의 기업가치는 빠른 속도로 떨어진다. 이 때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구조조정의 기회를 놓치게 된다. 철강은 가능하면 빨리 처분하는 것이 더 이득이다. 나중에는 더 싼 가격에 처분할 수밖에 없게 된다. 따라서 구조조정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더 큰 시각에서 철강사의 가치를 평가하는 동태적인 접근 필요하다. 산업전체로 보면 철강사가 가능한 저가로 인수되어야 구조조정도 활발해진다.

잘못된 구조조정 관련 사회제도가 구조조정 방향을 왜곡시키는 경우가 있다. 지나친 부채탕감은 국고의 낭비이며 철강사간 형평성을 무너뜨리고 역차별이 발생하기도 한다. 따라서 구조조정 관련 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 구조조정 과정에 공정한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가장 효율적인 주체가 부도난 철강사를 인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내 철강사 구조조정을 가로막는 또 하나 큰 걸림돌이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이다. 지나친 관치금융 때문에 구조조정이 진퇴양난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철강사가 산업은행 자금에 의존하는 사업을 해왔기 때문에 철강사의 흥망성쇠가 정부 금융정책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경유착이 강화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KG그룹에 의한 구조조정으로 우리나라 철강산업이 국제시장으로 편입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다. KG 동부제철은 시장적응력에 의존하는 축소지향적 구조조정이 가능하다. KG그룹이 수출을 강화함으로써 우리나라 철강재의 국제교역량이 많아질 수 있다. 국내시장에 대한 지배력을 추구하는 타 철강사가 인수했을 때 보다 KG그룹이 인수함으로써 철강재 교역량이 더 늘어날 수 있다. KG그룹은 이데일리와 같은 정보회사도 가지고 있어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더 용이할 것으로 보인다.

KG 그룹은 동부제철을 해외 재매각을 할 수도 있다. 시장적응력이 높고 국내 철강에 대한 집착이 적기 때문에 중국으로 재매각도 가능하다. 특히 KG 동부제철이 중국으로 재매각할 경우 우리니라 철강시장의 국제시장 편입은 더 빨라질 것이다. 국내 철강시장은 더 경쟁적이 되고 우리나라 철강산업의 사양화 속도는 더 가속화 될 것이다.

이번에 KG 동부제철이 제시한 경영전략을 보면 큰 틀에서 시장지배력 중심의 전략을 포기하고 시장적응력으로 가겠다는 선언으로 보인다. 동부제철은 단압이 가지고 있는 시장지배력의 한계를 이미 경험한 바 있다. 따라서 동부제철을 인수한 KG그룹은 이러한 과거 경험을 거울삼아 규모와 시장지배력 중심의 전략을 포기하고 과감히 시장적응력 중심의 전략을 선택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KG그룹의 동부제철 인수가 한국 철강산업 구조조정에 또 다른 귀중한 사례로 큰 전환점이 될 것이다. 국내 철강사가 아니라 KG그룹이 동부제철을 인수함으로써 우리나라 철강시장의 효율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KG 동부제철의 경영전략이 우리나라 철강시장에 M&A와 구조조정 능력을 제고하고 철강산업의 시장적응력을 높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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