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기업이 사업다각화를 한다. 혹자는 지속성장이라는 이름으로, 혹자는 미래가 밝다는 이유로... 그러나 다각화는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가 있어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최근 주목을 받는 업체가 있다. 경기도 성남에 있는 (주)KSP(대표이사 임민섭)가 그 주인공이다. KSP는 주철관을 전문으로 하는 무역회사로 출발했지만 각종 강관 및 밸브류, 그레이팅, 비철금속 등으로 품목을 확대했으며, 최근에는 철근가공분야까지 영역을 확대했다. 그 사이 세계 최대 주철관 생산업체인 중국/신흥주관과의 합작사 (주)KSP-신흥 DIP(KXD)도 설립했다. 중국의 국영기업이 제조업 부문으로 한국에 직접 투자한 것은 첫 사례로 꼽힌다. 어떻게 중국 업체와 합작까지 하게 됐는지, 가공영역까지 다각화를 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지? 임민섭 회장을 만나 들어보았다. [편집자주]

(주)케이에스피 임민섭 회장
▲ (주)케이에스피 임민섭 회장

Q> 주철관의 특성상 (주)KSP라는 회사가 철강업계 내에서도 생소한 듯합니다. 우선 어떤 회사인지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주)KSP는 한마디로 글로벌 철강재 수출입 전문업체입니다. KSP는 ‘Korea Steel Products’의 약자로 ‘한국산 철강제품을 전 세계에 수출해보자’는 취지에서 만든 이름입니다. 현재 저희 회사는 ▲무역을 전문으로 하는 (주)KSP와 ▲신흥주관의 KS 주철관 독점 수입 내수유통을 전담하는 (주)KSP-신흥 KOREA, 두개의 해외/내수 유통 법인이 있으며 ▲중국과 합작법인으로 주철관 피팅 생산과 수입철근 가공 전문 제조 공장인 (주)KSP-신흥 DIP(KXD) ▲각종 밸브류와 수처리 환경기자재, 구조물등을 제작·생산하는 (주)KSP E&M. 두 개의 생산제조법인, 총 네개의 법인으로 돼 있습니다.

주요 타깃 시장은 물 배관사업, 일 및 가스 배관사업, 인프라 프로젝트 건설사업입니다. 우리는 단순히 제품을 유통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설계까지 합니다. 엔지니어링 세일즈 영업이지요. 한마디로 제조와 무역, 건설을 모두 할 수 있는 회사입니다.

Q> 어떤 계기로 철강분야에 일을 하게 되셨고, 오늘날에 이르게 됐습니까?

A> 대학 졸업 후 첫 직장이 한국주철관입니다. 아시다시피 주철관은 중소기업 품목으로 지정이 돼 있습니다. 또 수요의 대부분이 프로젝트로 진행되고, 프로젝트마다 주철관뿐만 아니라 피팅류, 벨브, 펌프 등 관련 품목이 매우 많습니다. 중소기업이 독자적으로 수출하기가 어려운 영역입니다. 11년 동안 수출 업무를 담당하면서 자연스럽게 많은 종합상사와 건설사와 거래를 하게 됐습니다. 리비아 대수로 프로젝트 (Great Man Made River Project) 등 이미 잘 알려진 대규모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설계부터 제품 구매, 납품에 이르기까지 네트워크가 구축됐고,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그러던 차에 파키스탄의 일본 차관자금 관련 프로젝트에서 종합상사가 도움을 요청했고, 이를 계기로 1994년 창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부터 단순 무역은 하지 않았습니다. 정보화시대가 되면서 수요가와 공급자의 정보가 공개되어 무역회사의 역할이 점차 불필요한 환경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거대 종합상사는 자원개발이나 파이낸싱 참여 등을 통해 변신을 꾀하고 있지만, 중소 무역상들은 일반 단순 무역으로는 살아남을 수가 없다는 것을 알았지요. 그래서 그동안의 경험과 실적, 전문 인력, 인맥 등을 최대한 활용하여 물과 오일 및 가스배관 프로젝트 분야로 전문화했습니다.


Q> 성과도 많았을 것 같습니다.

A> 2013년 가스공사와 공동으로 이라크 파이프라인 프로젝트를 수주했고, 파이프라인 설계부터 현지업체와의 하도급 공사 관리까지 했습니다. 지금도 이라크에 현지법인이 있습니다. 이밖에도 리비아 프로젝트 등 주로 중동지역에서 많은 수주를 했습니다. 무엇보다 그 과정을 통해 엔지니어링 세일즈가 가능한 전문 인력을 영입할 수 있었던 것이 가장 큰 성과지요. 현재 저희 회사 이창원 부회장과 정의학 사장은 2002년 동아건설이 리비아 대수로 공사를 수주했을 때 총괄 지휘를 했던 분들로 현재도 두바이를 거점으로 활동 하고 계십니다.

Q> 중국 최대 주철관업체인 신흥제화집단과는 어떤 계기로 합작사를 설립하게 됐습니까?

A> 2004년 리비아대수로 공사 당시 한국산 제품만으로는 물량이나 종류가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일본산을 사용했는데 문제가 발생했어요. 그런데 대응이 너무 미흡한 겁니다. 마침 미국의 소개로 신흥주관을 알게 되었고, 공사를 성공리에 마무리 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우리가 수출과 관련한 각종 서류와 메니지먼트 등 많은 도움을 줬고, 그 결과 신흥주관은 역대 최대 수출을 기록했습니다. 이것이 인연이 되어 좋은 관계를 유지해 오다가 2011년 신흥주관이 먼저 합작을 통한 한국 시장 진출을 제의해 와서 주철관 내수유통을 위한 (주)KSP-신흥 KOREA를 설립하고 우여곡절 끝에 KS인증을 획득한후 폐쇄된 한국시장에 최초로 수입산 주철관을 한국 소비자에게 소개하였습니다.

이처럼 신흥제화집단과의 수출/수입 거래규모가 확대됨에 따라 신흥주관의 수출전략의 일환으로 고품질 주철 피팅(이형관)을 QC/QA가 우수한 한국공장에서 생산 하기로 합의하여 합작 투자를 유치하게 되었고 최근 철근 사업 확대 게획에 따라 수입철근 가공 전문 공장 가동도 병하기로 합의 되었습니다. 이렇게 탄생되어 발전 해온 것이 (주)KSP-신흥DIP (KXD) 입니다.


Q> KSP-신흥 DIP에 대해서도 좀 더 설명 해주십시오. 신흥주관과는 역할분담이 있습니까?

A> DIP는 Ductile Iron Pipe, 즉 주철관을 의미합니다. 2011년 4월 설립됐으며, 충남 보령에 공장을 두고 있습니다. 생산 품목은 주철관 및 피팅류, 철강 및 비철금속 강관 피팅류, 밸브류, 그레이팅류 등입니다. 신흥주관에서 주철관을 수입하여 가공과 코팅, 테스트를 거쳐 제품을 생산합니다. 저희가 수출하는 피팅류는 대부분 한국에서 생산을 하고 있습니다.

신흥주관 입장에서는 한국의 우수한 QC/QA를 적용한 고품질 제품을 생산하여 세계시장 진출기지로 활용할 수 있고, KSP 입장에서는 신흥주관 그룹사 전 제품까지 협력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호 윈-윈(Win-Win)이라 할 수 있지요. 현재 주철관은 KS 인증까지 취득했습니다. 그러나 한국에 영향을 줄만큼의 물량은 아닙니다. 우리는 처음부터 내수시장에는 관심이 없었고, 지금까지 수출중심으로 해오고 있습니다.

중국 신흥제화집단은 국무원 소속 국영기업으로 산하에 4개 그룹을 두고 있으며, 그 중 신흥주관은 생산능력만 300만톤에 달하는 세계 최대 주철관업체입니다. 해외지사가 없고, 한국이 유일한 해외 합작법인입니다. 최근 신흥제화집단 회장이 공산당 직영기업인 중국일중( China First Heavy Industries) 회장에 취임하면서 양사 간 합병설이 돌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그룹 회장이 “그룹에서 생산하는 전 제품에 걸쳐 KSP와 협력을 하라”고 지시할 정도로 저희에 대해 관심과 애착이 많습니다. 이러한 신뢰 덕분에 2011년에는 KSP-신흥DIP와 신흥주관이 합작계열사인 KXD를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KXD는 중국 국영기업이 제조업 부문으로 한국에 합작 투자한 유일한 제조업체입니다.

Q> KXD는 철근 가공 사업이 주력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분야는 이미 과잉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공 사업에 진출한 배경은 무엇입니까?

A> 회사설립 초기부터 해외 건설프로젝트에 많은 실적을 거뒀는데, 건설 토목분야까지 참여를 하다 보니 취급 품목도 초기 주철관, 강관류에서 형강류, 철근 등 점차 다양해졌고, 구매지역도 한국산을 비롯하여 중국, 일본, 대만, 터키, 인도, 심지어 미국과 유럽 등 전 세계로 확대됐습니다. 사실 철근을 취급한 것은 오래 됐습니다.

신흥주관 역시 연간 150만톤의 철근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마침 신흥제화집단 회장의 지시도 있었고, 공장을 활용하여 협력 사업을 강화해보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KSP입장에서는 기존 프로젝트 중심의 성장이 매출 등락이 큰 만큼 안정적이고 자금회전이 비교적 빠른 제품으로 영역을 확대할 필요성이 있었습니다. 해외 프로젝트 참여시 공급가능한 아이템 패키지를 강화할 수가 있다는 이점도 있고요. 그래서 시작을 하게 됐습니다.

현재 기계발주가 나간 상태이며 하반기부터는 가동에 들어갈 계획입니다. 기존 가공업체와는 다른 방식이 될 것입니다. 국내외 패키지를 활용하면 월 1만톤 가공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Q> 제조나 유통 모두 차별화가 지속성장을 위한 핵심 요소가 되었습니다. 더욱이 철근 가공업은 내수시장이 주 무대입니다. 기존 업체들과 어떻게 차별화를 하시겠습니까?

A> 앞서 얘기했듯이 저희는 단순 무역회사가 아닙니다.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고객에게 납기나 원가를 줄일 수 있는 최적으로 방안을 제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세계 각지로부터 글로벌 소싱을 통해서 공급을 합니다.

내수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존 건설관련 경험과 인맥, 국내외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하여 고객 입장에서 제안을 할 것입니다. 가공품질 뿐만 아니라 중국 신흥제화그룹과의 협조체제를 활용하여 납기와 가격 등 다방면에서 차별화를 시도하겠습니다. 고객이 안정적으로 장기거래를 할 수 있도록 원스톱(One-Stop) 서비스를 제공하겠습니다. 또 향후에는 철근뿐만 아니라 형강류와 판재류 등 다양한 품목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입니다.

Q> 사실상 건설과 철강을 모두 다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러한 구조가 갖는 강점은 무엇이 있습니까?

A> KSP를 창업하면서 자연스레 인적 구성이 제조업, 건설업, 종합상사 출신들로 구성되었습니다. 저는 제조업 출신이고, 부회장과 사장은 건설업계 출신입니다. 우리는 이미 한국가스공사와 협력하여 수주한 KIRKUK-BAIJI 가스파이프라인 EPC 프로젝트 등 전 세계 대규모 프로젝트에 참여한 경험이 많습니다. 물과 오일 및 가스 프로젝트와 관련해서는 엔지니어링 세일즈가 가능하고, 전 세계 소싱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한두 가지 제품을 단순 수출하는 것이 아니라 프로젝트에 필요한 전체 기자재를 종합적으로 공급이 가능합니다.

Q> 철강재 유통이나 무역이 어떤 형태로 발전해야 하는지, 아울러 국내 철강 무역이나 유통업계가 개선해야 할 것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A> 단순 전매나 제품 그대로를 수출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유통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국내 유통에 대해 왈가왈부 하는 것은 조심스럽지만, 국내 유통업은 지나치게 제강사와 건설사간 협상결과에 일희일비하는 모습입니다. 최근에는 협상 고려대상에서 아예 유통은 배제된 느낌입니다.

결국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얘기죠. 수입유통 역시 가격 변동성과 환율, 내수경기 침체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우선 제강사와 유통업체간 신뢰회복이 우선돼야 한다고 봅니다. 유통업계 역시 금융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인재를 키우고, 가격 외에 차별화된 성장전략이 있어야 합니다.

인터뷰중인 (주)케이에스피 임민섭 회장
▲ 인터뷰중인 (주)케이에스피 임민섭 회장

Q> 평소 임직원에게 강조하는 부분이 있습니까?

A> 제가 꿈꾸는 회사는 작지만 강한기업입니다. 이를 위해서 끊임없이 자기개발을 하라고 합니다. 현실에 안주하지 말라고 하죠. 두 번째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실행하라고 말합니다. 생각을 다양하게 하고, 생각을 했으면 일단 실행을 하라고 말합니다. 실행이 없은 생각과 계획은 회사 입장에서 낭비죠. 세 번째는 멀티 플레이어(Multi Player)가 되라고 말합니다.

현대는 한 가지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는 것도 좋지만, 다양한 방면으로 어느 정도 융합을 잘하는 전문가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회사는 프로젝트 위주로 성장을 해왔는데, 프로젝트라는 것이 100건 중 1~2건만이 성사가 됩니다. 일이 많죠. 그래서 마지막으로 빠른 의사결정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KSP의 장기적인 성장전략은 무엇입니까?

A> 올해는 본격적으로 KXD와 신흥제화그룹간 협력이 시작되는 해입니다. 올해에는 철근 3,000만달러, 비철금속 수출 1,500만달러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철근 수입의 경우 월 3,000톤대에서 1만톤대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향후에는 KXD 공장에 추가 투자를 유지하여 주철관과 강관, 철근 등 종합 철강 기자재를 생산하여 내수 및 수출을 늘릴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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