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에는 부부가 함께 회사경영을 하는 곳이 몇 있다. 경기도 시화공단에 있는 신창특수강도 그 중 한 곳이다. 부부경영이 새삼스러울 것은 없지만, 각자의 역할분담을 통해 양적 성장은 물론 ‘가족 같은 분위기’라는 독특한 기업문화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청라베어즈베스트 골프장 그린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그의 집에서 박우정사장과 장영자 실장을 만나 이들 부부의 경영철학과 세상사는 얘기를 들어보았다. 마침 그날은 이들 부부의 결혼기념일 다음날이었다. [편집자 주]

좌로부터 (주)신창특수강 장영자 실장 ·박우정 사장
▲ 좌로부터 (주)신창특수강 장영자 실장 ·박우정 사장

신창특수강은 스테인리스 봉형강과 후판을 주로 취급하는 유통업체다. 2005년 설립된 신창은 해마다 비약적인 성장을 하면서 연매출 300억원대의 견실한 업체로 자리 잡았다.
두 부부는 오늘날의 신창이 있게 한 배경으로 세 가지를 꼽았다. 우선 한 우물을 팠다는 점이다. 박 사장은 1988년 대학졸업과 함께 스테인리스 소형형강업체로 유명한 배명금속 계열사에 입사를 했다. 그리고 2005년 독립해서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철강유통 외길을 고집해 왔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것은 1991년. 장영자 실장은 1986년부터 철강업계 발을 디뎠으니 업계로는 2년 선배인 셈이다. 두 사람은 거래처 관계자로 만나 부부의 연으로 발전했다.
30년을 넘게 외길을 걸어온 이들 부부에게 철이란 어떤 의미일까? 박 사장은 이렇게 얘기한다.

“누군가는 강하고, 무겁고, 거칠다고 하지만, 실제 제작을 하다보면 부드럽고 섬세하고 여성에 가깝습니다. 한 우물을 파서 회사도, 가정도 이만큼 성장했으니 괜찮은 선택이었다고 자부합니다.”

사업을 하다보면 욕심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런 유혹을 어떻게 이겨냈을까? 두 사람은 이렇게 대답했다.

“우리라고 왜 유혹이 없었겠습니까? 외형을 키워보고 싶은 생각, 다른 사업을 하고 싶은 생각이 많았죠. 그 때마다 ‘욕심은 금물’이라고 서로를 격려했지요.”

두 번째는 역할분담이다. 여느 부부가 그러하듯 신창 역시 회사의 대외적 업무는 박 사장이, 안살림은 장 실장이 맡고 있다. 24시간 같이 있어야 하는 사이지만 결혼 후 지금까지도 다툼한번 없는 잉꼬부부다. ‘의견이 다를 경우는 어떻게 해결하느냐’는 질문에 뜻밖에도 그런 경우가 거의 없다고 말한다.

“신혼여행 때 다른 사람으로 인해 다투는 일은 절대 하지말자고 맹세를 했습니다. 지금까지 그 약속을 지키고 있습니다. 의견 차이는 각자의 욕심에서 비롯된다고 봅니다. 그러면 우리 부부는 그 일을 미룹니다. 회사일도 안정을 최우선에 둡니다. 그러니 의견차이가 생겼다가도 쉽게 합의가 되죠.” 장 실장의 얘기다.

좌로부터 스틸앤스틸 서정헌 사장, 신창특수강 박우정 사장·장영자 실장
▲ 좌로부터 스틸앤스틸 서정헌 사장, 신창특수강 박우정 사장·장영자 실장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해 ‘부족함을 채워주는 사이’라고 말한다. ‘박 사장은 결단력과 추진력이 대단한 사람’이라고 하고, ‘장 실장은 자상하고 세심하여 남에게 호감을 주는 사람’이라고 서로를 치켜세운다. 결혼은 반쪽이 만나 하나가 되는 것이라는 진리를 가정과 회사 모두에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믿고 기다려 주는 것은 자녀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지금까지 교육이나 인생 진로에 대해서도 강요를 하지 않았다. ‘실패도 해보고, 경험도 해봐라’는게 이들이 자녀교육관이다. 결혼기념일에 큰 딸은 ‘많이 기다려줘서 고맙고, 믿어줘서 행복합니다.’라는 편지로 두 사람을 감동시켰다.

세 번째는 ‘사람 우선주의’다. 오늘 날 신창이 있게 한 가장 큰 요인이라고 강조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신창은 장기근속자에 대한 해외여행비용 지급과 학자금 지원 등 중소 유통업체로는 드물게 직원 복지에 신경을 쓰고 있다. ‘제품은 누구나 동일하지만 직원은 진심으로 대한만큼 결과로 돌아온다.’는 것이 두 사람의 지론이다.

그래서 신창에는 장기근속자가 많다. 창업부터 지금까지 같이해온 사람도 있고, 10년 이상 장기근속자가 7명이나 된다. 회사가 생긴지 15년이 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이직이 거의 없다는 얘기다.

이러한 회사 분위기를 만든 것은 장 실장의 공이 컸다. 한번은 직원이 양치를 하다가 틀니가 하수구에 빠진 적이 있다. 장 실장은 아무도 모르게 월급에 해당하는 돈을 그 직원에게 줬고, 박 사장도 2개월이 지나서야 그 사실을 알았다. 회사에서 장 실장은 단순히 경영자가 아니라 어머니 같은 존재다. 자질구레한 집안일도 장 실장 앞에 털어놓고, 때로는 당당하고 구체적으로 요구도 한다. 귀찮을 법도 한데 장 실장은 오히려 ‘직원들로부터 내가 많이 배운다’고 말한다.

“한번은 몸에 이상이 생겨 수술을 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한 직원이 제 손을 잡고 ‘저 때문에 힘들었다면 제가 고쳐 드릴게요.’라고 말하는 거예요. 정말 그 후로 그 친구는 달라졌습니다. 그때 저도 깨달았습니다. 다른 사람의 감정에 동조할 여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요.”

요즈음 화두가 되고 있는 ‘감성경영, 어머니 경영’의 표본인 셈이다. 이제 ‘가족과 같은 분위기’는 회사의 문화로 자리 잡았고, 외부에서도 ‘차 한잔을 마셔도 부담이 되지 않는 편안한 회사, 경영자와 직원 간에 거리감이 없는 회사’라는 인식이 되었다.

신창의 미래 10년 계획도 인상 깊었다. 보통 외형을 얼마만큼 키우겠다고 말하는데, ‘직원자녀가 입사를 해서 아버지와 같이 일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라는 말에 신선한 충격마저 들었다.

“현대 사회의 문제 중 하나가 부모세대와 자녀세대 간에 소통 부재와 이로 인한 갈등이잖아요? 같이 대화를 할 수 있는 공감대가 부족해서라고 봐요. 그런데 만약 아버지와 아들이 한 회사에서 근무를 하면 적어도 같이 얘기할 수 있는 소재는 생기지 않겠어요?”


“저희는 복이 많은 사람입니다. 서로를 잘 만났고, 직원을 잘 만났고, 주변의 좋은 사람을 잘 만났습니다. 그래서 신창특수강이 있을 수 있었습니다.”

백년해로라는 단어가 있다. 부부가 되어 한평생을 사이좋게 지내고 함께 늙어간다는 말인데, 신창특수강을 보면서 이 말이 부부사이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직원과, 고객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작권자 © 스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