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송유관에 대한 미국의 반덤핑 조사 연례재심 예비판정에서 폭탄관세가 결정됐다. 국내 강관사들은 최종 판정에서 뒤집기 위해서는 PMS 적용 해소가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7일 관보를 통해 한국산 송유관 반덤핑 조사 2차 연례재심(2016.12~2017.11) 예비판정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예비판정에서 한국 강관 수출업체들은 1차 연례재심 대비 최대 3.5배에 달하는 고율의 관세를 부과 받았다.

업체별로 살펴보면 넥스틸이 59.09%로 최고율의 관세를 부과 받았다. 1차 연례재심과 비교하면 무려 42% 이상 높아진 관세율이다. 세아제강과 현대제철 등 국내 주요 송유관 수출업체들도 최소 12%에서 최대 23%에 달하는 관세율 상향 조정이 이뤄졌다.

스틸데일리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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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송유관 예비판정에서 미국 상무부는 특별시장상황(PMS)이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포스코산 열연을 사용하는 국내 강관업체들의 가격에 왜곡이 발생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현재 포스코의 미국향 열연 수출의 경우 정부 보조금 등의 명목과 AFA 조항 발동 등으로 57.04%의 상계관세가 부과되고 있는 상태다.

즉 한국산 송유관에 대한 높은 반덤핑 관세는 포스코산 열연을 소재로 사용한데 따른 결과라는 것이다. 실제 포스코산 열연을 100% 사용한 넥스틸의 수출 관세가 가장 높은 부분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강관 수출업계 관계자는 “한국산 강관에 대한 미국의 높은 관세 부과는 PMS 적용으로부터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포스코산 열연 사용에 따른 PMS 해소 여부가 미국향 강관 수출관세 조정의 키를 쥐고 있는 상황이다”고 밝혔다.

- 공은 포스코로 넘어왔다…!

앞서 언급했듯 현재까지 포스코는 미국 정부로부터 57.04%의 상계관세를 부과받고 있다. 그러나최근 분위기는 급반전을 맞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10월 포스코산 열연강판 상계관세 연례재심 1차 예비판정에서 종전 부과해왔던 관세율을 1.73%로 조정하며 55.31%p 낮췄다. 최종 판정까지는 아직 3~4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나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포스코 열연에 대한 관세율 조정은 국제무역법원의 결정이 컸다. 지난해 9월 국제무역법원(CIT)은 2016년 미국 상무부가 포스코 열연강판에 부과한 수출 관세율을 재산정해야 한다고 결정한 바 있다.

당시 국제무역법원은 “합당한 근거 없이 최고 수준의 관세를 매겨서는 안된다”고 명시했다. 이에 따라 미국 상무부는 포스코에 매긴 수출 관세율 재산정이 불가피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국내 강관 수출업체들은 포스코 열연 관세가 최종적으로 낮아진다면 강관 수출 관세 역시 자연스럽게 동반 하향 조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당장 관세가 조정되지 않더라도 PMS 적용 근거가 사라지는 만큼 이를 근거로 CIT나 WTO에 적극 제소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아직 송유관 관세에 대한 최종 결정이 나지 않았으나 1차 목표는 폭탄관세를 피하는 것이다. 만약 예비판정 결과가 그대로 최종까지 이어진다면 개별 혹은 공동으로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고 전했다.

- 자구적 대응방안 마련에도 ‘박차’

한편 국내 강관 수출은 아직까지도 미국 의존도가 상당히 크다. 당분간 미국 보호무역주의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 강관업체들은 현지 진출 및 수출지역 다각화 등을 통해 위험부담을 최소화해나갈 예정이다.

실제 송유관만 해도 해마다 전체 수출에서 미국향 비중은 80%에 육박해왔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미국 정부의 쿼터제 시행으로 미국향 비중이 63%로 대폭 쪼그라들면서 물량도 반토막 났다. 여기에 폭탄관세까지 겹친다면 사실상 미국향 송유관 수출은 불가능해진다.

강관 수출업계 관계자는 “송유관과 유정용 강관의 경우 미국 비중이 절대적이기 때문에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는 생산과 매출에 큰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자료: 한국철강협회
▲ 자료: 한국철강협회

이에 따라 국내 강관 수출업체들은 위험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미국 현지 투자와 수출지역 다각화 등에도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세아제강의 경우 SeAH Steel USA, LLC. 가동을 시작하면서 미국 내에서 유정용 강관의 제품 생산에서부터 후처리까지 가능한 생산체제를 구축했다. 이 공장의 생산능력은 연간 15만톤으로 미국 수출량을 전량 대체하지는 못하지만 상당부분 부담을 완화시켜줄 것으로 예상된다.

넥스틸도 국내 공장을 미국으로 이전해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넥스틸은 총 300억원을 투자해 미국 휴스턴에 생산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아울러 미국 수출 길이 어려워진 만큼 캐나다, 멕시코, 베트남, 인도네시아, 유럽 등 새로운 수출지역 다각화에도 총력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강관협의회는 수출판로를 다변화하기 위해 이들 지역의 에너지강관 조사 진행과 함께 기술교류도 활발하게 실시할 예정이다.

미국 정부의 통상정책 초강수에 국내 강관업체들이 생존을 위해 어떠한 효과적인 대응책 마련에 나설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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