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철 스크랩 시장이 사실상 마무리 됐다. 2018년 시장은 어느 때 보다 뜨거웠다. 한국철강자원협회 임순태 회장을 만나 올해 한해 철 스크랩 시장을 되돌아 봤다. [편집자 주]

○올해 한 해를 되돌아 본다면 소회는?

▶ 임순태 회장 :
올 한해 철 스크랩 가격이 롤러코스터 처럼 움직였다. 많은 변동성이 있었다. 시장 여건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 등으로 나빴지만 소속 회원사들은 각고의 노력을 했고, 평년 실적은 거둔 것 같다.

가장 아쉬운 것은 철 스크랩 업계가 시장을 선도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협회 차원에서 철 스크랩 산업이 제강업을 선도할 수 있도록 노력 헸지만 크게 나아지지 못해 아쉽다.

또 정부 차원에서 철 스크랩을 가공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전혀 진척이 없었다. 업계가 주목했던 자원순환법이 발효됐지만 철 스크랩 업계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하다.
철 스크랩 업계의 주요 현안에 대해 설명하는 한국철강자원협회 임순태 회장
▲ 철 스크랩 업계의 주요 현안에 대해 설명하는 한국철강자원협회 임순태 회장

○올해 자원협회 회장에 취임하셨고 어느 회장보다 바삐 움직였는데….

많은 회원사를 만났고 협회에 적극 참여를 요청했다. 올해 성과라면 대외 활동을 강화했다는 점이다. 특히 동남아시아 최대 철 스크랩 수입국인 베트남 철강협회와 교류를 시작했다. 또 일본 철 리사이클 공업회와 정례 정보 교류 협의체를 구성한 것도 성과다. 개별 소속 회원 사가 하기 어려운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또 내부적으로는 회원사가 크게 늘었다. 올해 약 50여개사가 늘어났다.

미래의 동량들과 관심을 갖고 소통하기 시작했다. 2세 경영자들이 훌륭한 경영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청장년 위원회를 조직했고, 이들의 창의적인 생각을 협회 운영에 녹여낼 생각이다.

○최우선 과제는 무엇인가?

제강사와 철 스크랩 업계의 상생이다. 상생은 신뢰에 기반을 하고 있다. 철 스크랩 업계는 제강사의 안정 조업을 지원하고, 제강사는 철 스크랩 업체 및 업계의 발전을 응원해야 한다. 제강업계와 철 스크랩 업계는 한 배를 타고 있는데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아 안타깝다.
6월5일 열린 창립기념식에서 임회장은 5대 과제를 발표했다.
▲ 6월5일 열린 창립기념식에서 임회장은 5대 과제를 발표했다.

○상생을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가

상생의 기본은 신뢰다. 신뢰는 서로가 원하는 것에 대해 최선을 다해 주어야 한다는 대 전제 위에 쌓아 올릴 수 있다.

철 스크랩 업계는 제강사가 안정된 조업을 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해야 한다. 철 스크랩 업계는 수년간 납품 품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제강사의 회수율이 수년간 2%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또 일본 H2보다 경량A의 회수율이 높아졌다. 이젠 소위 철 스크랩에 이물질을 섞어 부당이익을 편취하는 사람은 우리 업계에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철 스크랩 업계는 누구보다 제강사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전제 위에 몇 가지만 말을 하겠다.

철 스크랩 산업은 제강사에 종속돼 있다. 그래서 산업의 발전을 위해선 제강사의 도움이 절실하다.

우선 제강사는 가격과 물량의 변동성을 줄여 주었으면 한다. 외부의 요인도 있지만 제강사 스스로 너무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변동성은 철 스크랩의 안정된 납품을 어렵게 한다.

급격한 변동은 철 스크랩 업계에도 별로 좋지 않다.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선 협력사들과 꾸준한 정보 교환이 필요하다. 또 적절한 재고를 보유하고, 안정된 가격 정책을 펴 주어야 한다. 싸게 사려고만 하지 말고 국제가격에 연동해 주어야 한다. 그래야 안정 납품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

철 스크랩 산업이 산업화 되기 위해선 가공 정제산업으로 발전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지금도 상당수 제강사가 직접 길로틴 가공을 하고 있다. 길로틴 제품의 가격도 지나치게 낮다. 길로틴 가공은 협력사가 할 수 있도록 하고, 그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해 주어야 한다.

제강사가 직송으로 구매하는 물량이 너무 많다. 현재 중상에서 제강사로 직접 납품되는 물량은 전체 유통량의 70% 정도다. 이들 물량이 모두 정제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정제가 안된 철 스크랩이 제강사로 직접 납품되면서 철 스크랩 유통업체들이 보유한 길로틴 등 가공장비의 가동률이 떨어지고 있다. 제강사도 과도한 직송으로 불순물이 많은 철 스크랩을 구매해 회수율 저하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이외에도 납품차량이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춰 주었으면 한다. 납품이 몰리면 방통차량 수배도 어렵고, 어렵게 수배한 차량이 하루 종일 제강사에 묶여 하화 대기해야 하는 현실은 너무 소모적이다. 또 52시간 근무제가 전 사업장에 적용되면 납품 차량도 제강사도 자유로울 수 없다. 제강사의 적극적인 협조와 빠른 하화 시스템이 필요하다.
4차 회장단 회의와 대구 경북지역 지회장 임명장 수여식
▲ 4차 회장단 회의와 대구 경북지역 지회장 임명장 수여식

○수출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큰 듯 한다.

일부 회원사들이 수출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는 국내 제강사의 수급 안정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노폐 스크랩은 발생량이 늘어나고 있고 조만간 잉여가 될 것이다. 남아 도는 노폐 스크랩은 수출이라도 되어야 한다. 또 수시로 일어나는 입고 제한도 철 스크랩 업계에는 아픈 부분이다. 납품을 하고 싶어도 제강사의 재고가 포화상태라 받지 못하는 상황이 장기화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에는 수출이라도 해야 한다.

제강사들도 이러한 점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잉여 노폐 스크랩에 대해 제강사들도 전향적인 인식을 가져 주었으면 좋겠다.

○올해 시장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남부 시장의 변동성 확대를 꼽을 수 있는데…

남부 제강사들은 수도권에 비해 구매 여건이 불리하다. 주요 제강사의 야드는 협소하고 자급도는 낮다. 한국의 자급도는 약 80% 남짓이다. 그러나 지역별로 보면 차이가 크다. 수도권은 자급률이 90% 정도다. 그러나 영남은 70%에 불과하다. 수도권과 영남의 가격과 정책의 이원화는 당연한 것이다. 수도권만이라도 제강사들의 구매가격 편차가 줄어야 한다. 남부 제강사는 수급 안정을 위한 대책 마련이 먼저다.

○올해 국가적으로 철 스크랩이 순환자원으로 인정됐다. 그런데 업계에서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순환자원 인정 사업장이 4~5개에 불과하다. 순환자원으로 인정받기 위한 절차가 너무 까다롭다. 먼저 진입장벽을 낮추고 참여를 유도한 후 보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현행법상 순환자원 우수 이용자에게는 혜택이 있다. 그러나 생산자 혹은 공급자에게 혜택 규정이 없다. 공급자에게도 세제 혜택과 같은 유인책이 있어야 순환자원 인정제도가 활성화 되고 조기 정착될 수 있다. 협회에서는 하위법령 입법 예고시 이런 혜택을 줄 것을 정부에 요청한 바 있지만 기본법에서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적용되지 않았다. 추후 법률 개정이 필요한 사항이라는 답변을 환경부로부터 받았다. 우리도 적극 요청할 예정이다.

또 제강사의 이용 목표량이 5%로 너무 낮다. 의무는 적고 절차는 까다로운데 정착이 되겠나? 먼저 인정 요건을 완화하고 순환자원 인정에 대한 이점을 부여하여 적극적으로 순환자원 인정을 받도록 보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철광석 같은 천연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궁극적으로 철 스크랩 차체로서 순환자원으로 인정 받아야 할 것이다.

○내년도 사업과 협회 소속사들에게 할 말씀이 있다면?

내년도 사업에 대해선 회장단, 사무국 등과 논의 중이다. 구체화 되면 다음 기회에 말을 하겠다. 올해도 회원사들에게는 힘든 한 해였다. 내년에도 철 스크랩 산업과 기업을 둘러싼 환경은 그다지 좋지 않아 보인다. 협회 일이 개별 회사의 피부에 닿지 않는 일도 있겠지만 업계 전반의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일들이다. 모두 적극적으로 나서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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