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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질문있습니다
-입문 3주 차, 아직 답을 얻지 못한 질문들
2018-09-27 09:33  l  성지훈 기자 (sjh@steelnsteel.co.kr)
 
◇ 스틸데일리 성지훈 기자
이제 입사하고 3주가 지났다. 사실 ‘철강’이란 단어는 어릴 적 읽은 카네기 전기에서 말고는 들어본 적도 없었다. 덕분에 분위기를 파악하는 데만도 적잖이 애먹고 있다. 분위기를 파악한다는 건 ‘업계의 생리’를 이해하는 일이다. 산업이라면 유통의 과정과 거래방식 같은 것들. 조금 더 익숙해진다면 암묵적인 규칙이나 묵은 관계에 얽힌 사연들까지도 ‘업계의 생리’라는 범주에 들어갈 수 있겠다.

기자란 질문을 하고 답을 얻는 직업이다. 하지만 ‘생리’를 파악하지 못해서 그런지 아직 명쾌한 답을 얻지 못한 몇 개의 질문이 있다.

이를테면, “기준가 결정 협상에 건설업계는 단체가 나오는데, 제강업계는 특정 회사가 협상에 나가는 건가요?” 같은 질문이다. 입사 이후 줄곧 하는 질문이지만 아직 누구도 명확한 ‘모범답안’을 알려주지 않았다. ‘제일 큰 회사들이라 업계를 좌지우지 할 권력이 있다’는 것이 아마 정답에 가깝겠다고 미루어 짐작하지만, 딱히 모범적인 답이 아니라 답을 해주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이 기준가를 결정해오면 다른 제강사들은 그냥 다 따르는 건가요?” 같은 질문을 던지는 나로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질문이었으니 대답해 줄 사람도 없었다. 그저 그들이 가져오는 결과 위에서 수익을 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하는 사람들만 있었다.

그래서 입문 3주 차 새내기 기자의 질문을 몇 가지 정리해보기로 했다. 본래 무식하면 용감한 법이라고 했다. 하지만 뒷걸음질로 쥐를 잡는 소도 있는 법이니까.

질문 1. “고의인가요?”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이 진행하고 있는 건자회와의 기준가 협상이 영 지지부진하다. 그도 그럴 것이 같은 침대에 누워 너무 다른 꿈을 꾸고 있다. 건자회와 제강사의 이야기가 아니다.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의 이야기다.

지난 19일 진행된 건자회와의 기준가 협상에서 현대제철은 4만 5,000원 인상을, 동국제강은 3만원 인상을 요구했다. 어쩌면 건자회로서는 감사한 일이다. 동국제강이 3만원을 제시해주는 바람에 4만5,000원 인상 제안은 ‘사실상’ 의미가 없어졌다.

아직 기준가가 결정되지 않았으니 인상분이 얼마일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3만원 이상의 인상은 어렵다. 건자회로선 상대의 제시액보다 굳이 더 많은 돈을 낼 이유가 없다. 500원만 깎아달라는 손님에게 굳이 천 원을 깎아주는 장사꾼을 본 적이 있는가. 매우 간단한 협상의 공식이다.

두 회사가 서로 논의하며 협상에 임하는 것이 아니라고 해도 현대제철은 4만5,000원 인상을 요구할 것이라는 시그널을 지속해서 보내왔다. 공식 루트를 통한 정보만이 아니라 업계의 자질구레한 소문들까지 협상의 카드로 삼아야 하는 입장에서 동국제강은 정말 현대제철이 제시할 금액을 몰랐을까? 설마 고의일까?

질문 2. “정말 가격을 올릴 생각이 있는 건가요?”

협상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되는 전극봉 가격이 오르기 시작한 건 작년 하반기부터다. 하지만 1년이 넘는 시간동안 방치되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이제야 협상 테이블에 가까스로 올랐다. 그사이 전극봉 가격은 5배 가량 올랐다.

그리고 이제 와 2만5,000원의 가격을 한 번에 올려달라고 하니 (내심이야 다를지 몰라도) 건자회에선 ‘급작스럽다’고 반응할 만 하다. 정말 제강사들은 (그보다는 지난 한 해 동안 협상에 나서온 동국제강은) 1년 동안 부자재 가격이 이렇게 오를 줄 몰랐던 것일까? 알았다면 도대체 왜 상황을 이렇게까지 방치했을까?

취재하면서 늘 “부자재 가격 인상을 기준가에 반영하게 할 협상의 전략이 뭐냐”고 물었다. 돌아온 답은 언제나 ‘최선을 다하겠다’는 수준에 머물렀다. 이번에 기준가 인상을 하지 않으면 큰일이 나는 것처럼 말하면서 정작 기준가를 올리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마련하지 않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방법이 없는 것일까? 혹은 방법을 만들지 못하는 (혹은 만들지 않는) 것일까?

상식이라면 적어도 ‘협상의 순서’는 만들어져야 했다. 전극봉 가격 2만5,000원을 한 번에 올리기 어렵다면 점진적으로라도 이를 반영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그 절차를 밟는 것이 ‘상식’이다. 하지만 그 계획과 절차가 존재했는지는 알 수 없다. 작금의 결과만을 놓고 본다면 계획과 절차의 과정은 없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상대에서 ‘급작스럽다’는 반응이 나오지 않도록 만들지 못했으니까. 놀라운 것은 이 상식적이지 않은 협상이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자사의 수익을 놓고 벌이는 협상 테이블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남는 질문이란 “정말 가격을 올리고 싶은 것이 맞냐”는 물음뿐이다.

질문 3. “그 협상을 통해 당신들이 얻고 싶은 것이 뭔가요?”

기준가격이 결정되면 철근을 만드는 다른 제강사들과 그 철근을 파는 유통사들, 가공업체들, 그리고 그 업체들이 관여하는 또 다른 많은 업체들이 영향을 받는다. 스틸데일리에 처음 입사해서 모든 것이 어리둥절할 때 가장 놀랐던 건 선배가 보여준 어느 도산한 유통업체의 채권자 명단이었다. 십 수 페이지에 달하는 그 명단에는 빼곡하게 온갖 업체들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선배는 업체 하나가 망했을 때의 연쇄가 얼마나 광범위한지를 보여주려고 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기준가 1~2만원이 업계 전체에 미치는 영향도 광범위하다.

실은 이쯤 되면 이제 협상의 전략이니 전술이니 과정이니 절차니 하는 문제는 중요하지 않다. 자사의 수익성에 대한 지적도 지엽이 된다. 그보다는 차라리 책임감과 태도의 문제다. 그 테이블에서 오가는 숫자들에 걸려있는 숫자보다 훨씬 많은 사람에 대한 문제다. 그리고 그건 단지 숫자가 아니다.

그래서 다시 어쩌면 모범적인 답안이 없을지도 모를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그 협상을 통해 당신들이 얻고 싶은 게 뭔가요?”, “당신들은 무엇을 짊어지고 그 테이블 앞에 앉아 있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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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훈 기자  sjh@steelnstee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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