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철근 가격 협상이 결국 추석을 넘겼다. 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이하 건자회)와 현대제철 동국제강은 당초 추석 이전에 협상을 마무리 할 예정이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추석을 맞았다. 추석 이후 한차례 협상을 더 가질 예정이지만 4분기 시작 전에 마무리 될 것 같지는 않다.

역시 최대 난제는 전극봉 등 부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상승액 반영 여부였다. 현대제철은 톤당 2만5,000원의 부자재 가격 반영을 요구했다. 동국제강의 요청은 다소 혼란스럽지만 역시 전극봉 가격 반영을 요청했다고 한다. 그 결과가 협상의지연으로 나타난 것이다.

- 제강사의 전극봉 반영 요구는 당연한 것이다.

우리는 제강사의 전극봉 가격 반영 요구는 당연한 것이며, 건자회는 수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제강사와 건자회간의 가격 협상의 기본 룰은 원가 연동형이다. 철 스크랩 가격 상승분을 고려해 결정되는 구조다. 원가를 구성하는 전기료 전극봉 내화물 등은 그동안 큰 변동이 없어 무시되어 왔고, 소폭의 변화는 제강사가 흡수해 왔다.

그러나 올해 전극봉 사태는 천재지변과 같다. 현대제철의 주장에 따르면 전극봉 등 부자재 가격 상승분이 2만5,000원에 달한다고 한다. 스틸데일리 제휴사인 일본의 일간철강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일본의 전극봉 생산업체들의 인상 요청으로 일본의 조강생산원가가 톤당 2,000엔 오를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현대제철의 인상 요청 금액이 협상 전략에 따른 과장만은 아닌 것 같다.

스틸데일리가 수 차례에 보도했듯 이번 전극봉 사태는 제강사에게는 절체절명의 문제다. 5만원도 안 되는 철근 롤마진에 2만원 이상을 전극봉 구매에 추가로 써야 할 처지가 된 것이다.

실제로 우려는 이미 현실이 됐다. 상반기 경영실적을 보면 일부 제강사가 적자를 기록했고 다른 제강사들도 실적이 전년대비 반 토막이다. 상반기 제강사간 가격 경쟁이 주된 이유이기는 하지만 부자재 가격 상승액을 반영하지 못한 것도 결정적 이유다.

- 건자회 "잃을 것이 별로 없는 협상이다"

제강사의 이러한 요구에 건자회는 반대 할 수 밖에 없다. 어느 ‘정신 나간´ 구매 담당이 가격을 올려달라는데 좋다고 하겠나? 우리는 건자회가 본능적인 거부감을 거두고 이성적으로 판단한다면 다른 결론에 도달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건자회가 건설업계의 대표조직이자, 건설업계와 자재업계의 가교역할을 하고, 합리적인 가격 책정을 통해 양 업계의 발전을 바라는 조직이라면 ‘상생에 기반’한 이성적 판단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건자회 때문에 건설자재 시장이 ‘정글이 아닌 상생의 시장’이 됐다는 말이 나오기를 바란다.

기실 건자회가 전극봉 가격을 반영한다고 해서 잃을 것이 별로 없다. 철근 시장은 이미 ´완전 자유경쟁´ 시장이 됐다. 제강사와 건설사간의 실질 거래가격은 전극봉 가격 반영 여부와 무관하게 경쟁 가격으로 수렴하고 있다.

이미 철근 가격은 건자회와의 협정가격과 차이가 크다. 최근 가공철근 입찰 결과만 보더라도 상식 이하까지 떨어졌다. .

기존 계약의 경우 공사비 상승이 불가피하지만 전체 공사비에서 철근이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상승 축에도 끼지 못할 정도로 미미 할 것이고, 이 또한 시간이 지나면 해소될 문제다.

건자회가 전극봉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상승액을 전면적으로 수용하더라도 건설업계가 저야할 부담은 제한적이다

오히려 ´상생´이라는 명분을 통해 그동안 건설자재업계에서 가져왔던 "피도 눈물도 없는 이익집단"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내고 건설업계 대표 조직으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이다.

- 상생이라는 대의에 서서

우리는 이번 협상 지연문제가 모두 건자회 책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동안의 협상 과정에서 보면 건자회가 ´후안무치한 구매 조직´이라는 생각은 더더욱 들지 않는다.

건자회가 합리적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명분을 만드는 것은 ‘오로지’ 제강사의 몫이다. 그러나 제강사의 노력은 이미 낙제점이다.

협상에 나선 당사자들은 전극봉값 반영을 위해 지난 시기 많은 노력을 했다 주장한다. 전극봉값은 지난해부터 급등이 예고됐었다.따라서 전극봉 가격 상승이 장삼이사들의 얘깃거리에서 벗어나 지난 시기 협상의 의제가 되고, 주요 이슈가 됐어야 했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런 노력의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기 어렵다. 4분기 협상에서 건자회측이 전극봉 얘기에 “당황스럽다”고 한 것은 지난 협상에서 제강사가 명분을 쌓지 못했다는 반증이다. 지금이라도 협상에 나선 제강사들은 충분한 명분제시하고 설득 작업을 해야한다.

원가가 올랐으니 그만큼 올려달라는 제강사의 요구도 협상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그렇게 합리적으로 들리지 않는다. 협상의 목적은 우리 얘기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상대방에게 무엇을 얻어내기 위한 과정이다. 현대인들은 협상이 힘에 기반한 ‘양보와 타협’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안다. 그리고 양보할 수 밖에 없고 타협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것이 ´협상의 기술´이다. 제강사와 건자회는 무엇을 양보하고 무엇을 타협할 것인가? 지금부터는 그걸 얘기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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