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여름이 지나고 바람이 선선해지기 시작하면 중국 경제신문에는 금구은십(金九银十)이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금구은십은 금같은 9월과 은같은 10월이라는 뜻으로 성수기를 표현 할 때 중국인들이 즐겨 쓰는 용어이다.

실제로 이때에 중추절과 국경절이 있어서 전국적으로 경기가 활성화 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철강시장도 금구은십에서 예외는 아니다. 계절적 영향으로 건설경기가 활성화 되면 자연적으로 철근, 빔, 파이프 등의 건자재 뿐만 아니라 건설기계, 산업기계 등도 판매량이 호전된다. 주의할 점은 성약량의 절대 수치의 호전이 반드시 가격추세에 상응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상기 그래프는 2010년부터 현재까지의 중국 철강 가격지수 그래프에 9~10월을 음영으로 표시한 것이다. 붉은색은 기간내 상승을, 파란색은 기간내 하락을 나타낸다. 언뜻 보아도 금구은십이 철강가격의 인상과 큰 상관관계가 없어 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 그래프에서 우리는 2016년의 전과 후를 비교해서 보았을 때 시사점을 찾을 수 있다. 필자는 비정상시장과 정상화시장으로 나누어 설명해보고자 한다.

2010년부터 2015년까지는 철강맨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듯이 중국의 철강시장이 완전히 붕괴되는 시기였다. 2010년 이전, 무리한 부피의 확장으로 만성적인 공급과잉 상태가 된 철강시장에서 밀메이커들은 정부의 보조금 수령과 대출연장을 위해 1톤이라도 더 팔아야 하는 무한경쟁의 상황에 놓였었다. 덕분에 철강가격은 성수기와 관계없이 끊임없이 최저가를 갱신하며 우하향 그래프를 그렸고 적자를 어느 정도까지 감당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매우 비정상적인 시장이 돼버렸다. 따라서 이 시기의 금구은십은 가격변화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2016년 13차 5개년 계획이 추진되면서 시진핑의 뉴노멀(신창타이)정책이 추진 되었고, 철강산업에는 ‘공급개혁’과 ‘환경규제’라는 두가지 이벤트가 적용 되었다. 상기 그래프에서 알 수 있듯이 단가가 단숨에 상승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밀메이커들은 무한 경쟁체제에서 벗어나 적정수준 이상의 마진으로 재정상황이 호전되면서 양보다 질과 효율을 중시하는 시장분위기가 형성됐다. 그리고 다시 금구은십이 작동하기 시작한다.

최근에 자료를 정리하면서 깨달은 것은 철강재는 원자재이다 보니 제품시장보다 여러 지표가 1~2개월 선행되기 마련이고, 그래서 철강가격은 9월이 되기전에 이미 인상 된다는 것이다. 유저, 소상, 중상, 대상, 밀메이커, 제강사 순으로 유통단계의 상위로 올라 갈수록 시기는 앞당겨질 것이다. 그리고 정작 9월이 되면 중추절과 국경절로 공장과 공사현장이 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안정세를 나타낸다. 2016년에서 2018년까지 9월이 되기 이전 가격인상은 공급개혁과 성수기의 영향에 따른 것으로 해석할 수 있고, 11월~12월에 폭등은 환경규제의 영향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동절기에 환경규제를 통한 생산제한을 강화하는 것은 석탄과 관련이 있다. 중국 북부지역의 개별난방은 대부분 전기를 이용한 난방장치에 의존한다. 그러다 보니 겨울철 전력수요가 여름에 비해 급증하고, 이 수요를 대부분 화력발전소를 통해 공급한다. 이때 배출되는 대기오염 물질이 겨울철 시베리아 고기압의 영향을 받아 중국 동부 일대를 덮친다.

이와 같은 겨울철 스모그로 인해 인명사고가 나고 질병 발생률은 높아지니 중국 정부는 이를 고로사들의 생산을 제한할 명분으로 내세웠다. 제강의 대부분을 고로생산에 의존하고 있는 중국 시스템에서는 코크스로 가동시간을 제한하는 방법으로 제제를 가한다. 이때 가동시간은 설비의 전력량으로 감독하기 때문에 대형설비의 특성상 정부의 감시망을 피하기는 힘들다. 따라서 동절기 중국 정부의 환경규제는 생산량에 영향을 미치고, 비성수기인 11~12월의 철강가격을 견인하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전체적으로 지속 우상향 그래프를 보여주고 있는 상황에서 9월전에 이미 단가 상승이 일정부분 이루어졌기 때문에 9~10월에 큰 폭의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수출가격이 안정적으로 보이는 것은 환율의 영향이 크다.) 더욱이 9월 중순으로 들어서면서 중추절(추석)과 10월초의 국경절의 영향을 피해갈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실제 시장에서 환경규제로 인한 감산의 영향을 받는 11월에 최근 2년간의 추세처럼 큰 폭의 상승세가 있을지 주목해봐야겠다.


환율요인 : 지난 한주는 원화가 비교적 강세를 유지했다. 달러-원은 1,121.36원으로 전주 대비 5.45원 떨어지면서 수입자들의 원가부담을 다소 낮춰줬다. 위안화는 달러대비 소폭의 약세를 보이며, 달러-위안화는 6.8651위안을 기록했다. 최근 한 달간은 큰 폭의 변동이 없이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중국의 수출가격 책정에 큰 변동은 없을 것이다.

원료요인 : 원료가격은 지속적으로 강세를 보여주고 있다. 철광석은 톤당 73.71달러로 전주와 동일수준이며, 점결탄은 172.57달러로 환산된다. 추정되는 용선(쇳물) 1톤당 주요원료가격은 철광석 1.5톤의 110.56달러, 점결탄 0.7톤의 120.80달러로, 총 231달러 수준으로 산출되며, 전주대비 1달러 정도 상향됐다.


선물요인 : 철근은10월물 인도일이 한 달여 남은 상황에서 현물 대비 저평가 되어 있다는 인식을 이유로 상향선을 그리고 있다. 열연은 10월물 가격과 현물 가격의 차이가 크지 않아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주력물이 내년 1월물(1901)로 변동되었고, 선물이 현물을 따라오고 있기 때문에 추가적인 상승세가 점 쳐진다.

재고요인 : 조강류인 철근과 선재는 소폭의 증가세를 보였고, 판재류의 열연과 후판은 소폭의 감소를 보였다. 전체적으로 시장재고는 꾸준히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시장가격 : 지난 8월 중순에 비해 철근은 44달러, 선재는 40달러, 환봉은 20달러, 열연은 7달러, 냉연은 15달러, 후판은 3달러 정도 인상되었으나, 지난주부터 저항이 걸려 큰 변동이 없는 한주를 보냈다. 역시 급격한 상승을 제어하기 위한 정부의 플레이(감산이슈의 줄다리기)가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본다.

현재 환율과 증치세 환급율을 적용한 수출 오퍼가(FOB기준)을 추정 산출해 보면 철근 및 저급선재는 2달러 오른 607달러, 고속선재는 4달러 오른 663달러, 환봉은 1달러 오른 616달러, 열연은 9달러 하락한 587달러, 냉연은 4달러 하락한 638달러, 후판은 7달러 하락한 581달러로 추정된다. (단순 계산일 뿐, 실제 수출 오퍼는 밀별, 지역별, 상세품목별로 상이함). 종합적으로 이번주는 상향 진동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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