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수많은 직업이 있다. 또 직업 중에는 금남(禁男), 혹은 금녀(禁女)의 영역이 존재한다. 스크랩 업계도 한때는 금녀의 영역으로 인식되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불과 10년 사이에 너무도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우선 여성의 진출이 눈에 띄게 늘었다. 대표적인 곳이 인천에 위치한 한신에스앤드(주) 김수희 대표다. 그녀는 뉴욕대에서 수학을 전공하고, 서울대경영대학원에서 MBA를 취득한 후 2015년부터 대표를 맡고 있다. 조부 때부터 스크랩을 시작했으니 3세경영인 셈이다. 그녀에게 스크랩은 무엇이고, 꿈은 무엇일까? 김수희 대표를 만나 스크랩에 대한 철학과 비전을 들어보았다. [편집자주]

한신에스앤드(주) 김수희 대표
▲ 한신에스앤드(주) 김수희 대표
Q> 한신에스앤드는 어떤 회사입니까? 또 대표님께서는 어떠한 경로로 철강업에 종사하게 되셨습니까?

A> 철스크랩 제조 가공업체입니다. 2004년 한철로 시작해서 이후 한신스틸로 사명을 바꾸었고, 지금의 사명은 2008년 회사를 확장 이전하면서부터 사용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스틸 스크랩만 취급하고 있습니다. 스크랩업계에 종사하게 된 계기는 할아버지 때부터 스크랩을 하셨기 때문에 어릴때부터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남동생도 고등학생시절부터 야드에 나와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Q> 부친도 동종업계에 종사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장님은 유학까지 다녀오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많은 업종 중에서 스크랩을 선택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A> 처음에는 갈등도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언제나 회사일에 집중하시다 보니, 어릴 때 가족과 유원지 한번 가본 적이 없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유학기간 중 할아버님이 돌아가실 때 아버지가 많이 힘들어하신 모습이 너무나 마음이 아팠고, 옆에서 힘이 되고 싶었습니다. 아버지도 내심 그러길 원하셨고요.

서울대 MBA를 하면서 국내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비해 영업이익률이 너무 낮고, 1~2대에서 사업을 접는 경우가 많다고 배웠습니다. 같이 학업을 하던 친한 중소기업 2세 동기들과 모이면 이런 얘기를 자주 했죠. 그래서인지 어느 순간 ‘바꿔보고 싶다’, ‘내가 이러한 방향으로 움직이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대학원 졸업과 함께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습니다.

Q> 스크랩 분야는 여성 오너(Owner)가 매우 적습니다. 관행이라고 할까요? 여기에서 오는 어려움은 없었습니까? 또 지금까지 일해 오면서 보람은 무엇입니까?

A> 여자이기 때문에 특별하게 어렵다고 느낀 점은 없습니다. 입사를 해서 사원부터 시작을 했는데, 3세라는 사실을 숨겼습니다. 물론 눈치 빠른 분은 아시는 분도 계셨지요. 보람이라면 사원 시절 물불 안 가리고 열심히 하다 보니 주변에서 ‘힘내라’는 격려가 많았습니다. 일반 사원들과 똑같이 일을 했습니다. 결혼을 앞두고 팔이 다 시커멓게 타서, 드레스샵에서 다들 놀랄 때도 열심히 일한 훈장이라 생각하니 즐거웠고요.

또 하나의 보람이라면 아버지와 얘기를 많이 하는데 ‘의견 대 의견’으로 대화를 한다는 점입니다. 저를 인정해주신다는 점에서 늘 고맙게 생각하고, 사업의 선배로서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많은 경험과 다양한 조언을 아끼지 않고 옆에서 도와주시는 서현적 공동대표님, 윤성현 전대표님, 무엇보다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항상 진지하게 들어주시고 같이 도와주시는 아버지 덕분에 어려움보다는 감사하고 즐겁습니다.

Q> 스크랩 유통상이 있습니다. 경쟁사 대비 한신에스앤드의 장점은 무엇입니까?

A> 첫 번째는 직원들의 애사심입니다. 저희는 10년 이상 장기근속자가 많습니다. 제가 봐도 정말 열심히, 애정을 가지고 일을 하고 있습니다. 회사의 사정은 물론 업계 흐름까지 잘 알고 있습니다. 자연히 거래처의 신뢰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3대째 가업을 하다 보니 단기적인 목표보다 5년 10년 후를 보는 장기적인 목표에 맞춰 회사를 운영하고 있고, 이것이 대외적으로도 ‘정직하고 믿을만한 파트너’로 인식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세 번째는 지역적인 이점입니다. 김포, 검단, 일산, 경기북부 영업지역에 접근하기 용이하여 영업범위가 상당히 넓다는 점입니다.

Q> 대표께서 보시기에 스크랩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또 한국 스크랩산업이 보다 발전하기 위해서는 개선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A> 저는 처음에는 스크랩 분야에서 일한다고 말하는 것이 부끄러웠습니다. 하지만 이 업계를 알아갈수록, 스크랩은 폐기물이 아니라 자원임을 알게 되었고 저 뿐만이 아닌, 우리 직원들, 나아가 다른 모든 사람들의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꾸고자 합니다.

두 번째는 규모 중심에서 이익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봅니다. 아직도 많은 업체가 금융에 의존하여 외형 중심으로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금리 변동이 생기면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투명경영과 품질경영입니다. 스크랩이 지금의 평가를 받고 있는 것도 사실 상당 부분 업계에 책임이 있다고 봅니다. 스크랩이 원료산업으로 대접을 받으려면 무분별한 선급금과 비사업자 거래부터 고쳐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겪어본바, 당장은 거래처의 불만이 있고, 거래처가 이탈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들지만 혼란 기간은 짧습니다. 지금은 거래처도 시대가 변했다는 것을 알고, 수긍을 합니다. 서로 믿음을 쌓은 덕분에, 오히려 지금은 더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시도가 중요합니다. 개인적으로 2세분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Q> 품질 얘기가 나왔으니까 묻겠습니다. 한신에스앤드는 품질관리를 어떻게 하고 계십니까?

A> 스크랩도 품질을 중시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저희는 품질관리만큼은 욕을 먹을 정도로 철저히 하고 있습니다. 직원들에게도 주 1회 교육을 통해 품질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사진과 동영상, 사례 중심으로 교육을 하고 있고, 궁금한 것은 수시로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또 방사능 체크 설비를 도입, 모든 입출 차량은 방사능 체크를 하고 있습니다.


Q> 홈시장을 개척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 고객을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한신에스앤드는 고객관리, 더 나아가 고객만족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십니까?

A> 저희 고객은 크게 매입처와 매출처로 구분되는데, 저희는 매입에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자주 만나서 고충을 들어주고, 그에 대한 방안을 같이 구색하곤합니다. 거래처를 수시로 방문하여 서로 돌아가는 시황 얘기도 해주고, 바쁠 때에는 문자로 정보도 제공합니다. 이를 통해 동질감을 느끼고, 서로 이해하고, 이러다보니 거래처가 새로운 거래처를 소개해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물량 제한을 하지 않습니다. 1톤차량의 소량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구매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다 보니 철거나 직송 물량이 생기면 연락이 옵니다. 저는 사업은 사람과 사람이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한신에스앤드의 금년 목표는 무엇입니까? 또 장기적으로 회사를 어떻게 발전시킬 계획입니까?

A> 저희는 외형보다는 내실과 공장가동률 증가를 중시합니다. 그래서 하치장 중심으로 운영합니다. 올 목표도 금액이 아닌 10만톤으로 잡고 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체력을 키우는 것입니다. 아무리 경영을 잘해도 외적 요인으로 인해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재무적으로 튼튼한 회사, 믿고 거래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 첫 번째 목표입니다. 장기적으로 브랜드마케팅을 도입할 계획입니다.

MBA를 하면서 회사 이미지나 브랜드가 회사 성장에 직결된다는 것을 많은 사례를 통해 배웠습니다. 그래서 첫 단계로 회사 로고를 넣은 배지와 모자를 제작중입니다. 작지만 직원들의 자부심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스크랩이 천대받는 사업이 아니라 환경에게, 미래 세대에게 좋은 일을 하는 중요한 사업이라는 것을 사람들에게 인식시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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