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데일리 손연오 기자
▲ 스틸데일리 손연오 기자
휴가 마지막날, 수입을 포함한 유통업체들의 전화가 빗발쳤다.

내용의 요지는 이러했다. 시중에 말도 안되는 가격이 흘러나오는 것을 두고 포스코가 이번달 가격 대응을 얼마나 해줬길래 이런 가격이 나오느냐는 질문이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주 중반 이후부터 304 냉연의 가격이 1.2~2T까지 원 프라이스로 제시된데서부터 비롯됐다. 물론 304 열연 역시 코일째로 저가 판매된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 포스코 코일센터의 월말 가격경쟁에 따른 저가판매 문제는 지난 2011년 이후부터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지적되고 있는 사안이기도 하다. 특히 올해 유통시장의 판매 움직임이 크게 둔화되면서 유통 판매가격이 끊임없이 하락하고 있는 것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일부 포스코 대형 코일센터들이 월말 재유통업체들에게 통큰 물량할인을 통해 판매량(판매목표)을 채우기 시작하면서 시장의 유통가격 구조는 붕괴되기 시작했다. 이런 지적은 지난 6~7월 다시 정점에 달하기도 했다.

일부 업체들이 자금회전과 판매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2차 재유통업체들에게 매입가격 수준에 준하는 가격으로 넘기기 시작했고, 그 가격은 고스란히 다음달 판매가격에 영향을 주며 타 대형 코일센터들의 가격과 수익성에 악영향을 발생시켰다.

경우에 따라서는 2차 유통 혹은 수입 유통업체들이 일부 포스코 코일센터들의 판매가격보다 더 싸게 업체들에게 가격을 제시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포스코 제품이 포스코 코일센터들보다 낮게 판매될 수 있다는 것은 더는 놀라운 사건이 아닐 정도로 이런 상황은 지속됐다.

문제는 이렇게 판매하는 업체들이 그 제품을 매입한 곳이 다름 아닌 또 다른 포스코 대형 코일센터였다는 것이다. 이런 악순환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몇년째 지속되는 문제였지만 올해 들어 국내 스테인리스 유통시장의 시황이 악화되기 시작하면서 더욱 두드러지고 있는 상황이다.

유통시장의 포지션에 따라 입장차는 명확하게 갈리겠지만, 올해 수입재 가격이 좋지 못했던 환경에서 많은 국내산 제품이 수입업계로 흘러가면서 숨고르기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상반기 실적을 놓고 봤을 때 포스코 코일센터들의 수익성은 악화된 반면, 재유통 혹은 수업업계의 수익성은 나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들어 기자가 들은 가장 아이러니한 이야기 중 하나다.

급기야 8월 말 들어서는 매입가격에 미치지도 못하는 가격대가 일부 유통업체들에게 제시되기 시작하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시장에서 유통시장의 가격을 송두리째 흔들 수 있는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이 관련업계의 설명이다.

포스코 스테인리스 코일센터들의 가격경쟁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었으나, 이번 사건은 좀 더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은 톤당 5만원 수준의 가격경쟁이었다면, 이번에는 포스코 저가수입대응재로 추정되는 물량을 둔 가격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의 저가수입 대응이 결과적으로 현재 시장에서 전체 가격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낸 것으로 보인다. 이는 두달여전부터 저원가재 물량이 나온다는 이야기가 돌 때부터 일부 업체들을 중심으로 우려되기 시작했던 문제이기도 했다. 그리고 8월 말 포스코 코일센터들 간 갈등과 불만이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쯤되면 포스코가 나서야 할 차례인 것으로 보인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미 포스코에 문제제기가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유통향 물량조절과 시장에서의 가격대응 문제부터 업체들 간의 신뢰 회복, 포스코 코일센터 판매구조와 가격 등 전반적인 정비와 대책마련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오랫동안 고질적으로 이어져오던 문제가 몇년만에 몇 사건들을 중심으로 갈등이 첨예하게 벌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어느 한두업체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몇년째 반복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한 정확한 판단과 대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특히 유통향 판매정책과 코일센터들 간의 판매 문제와 구조 그리고 신뢰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국내 유통시장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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