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철 스크랩 납품업체들이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최근 강학서 사장 주제의 간담회에서도 관련 납품사들은 현대제철의 고통분담 요구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한 바 있다.

납품사들의 요구는 간단하다. 현대제철이 시장가격에 맞춰 구매를 해 달라는 말이다. 동국제강 인천제강소는 지난 가격 상승기에 중량AB는 3만원, 다른 등급은 2만원 올렸다. 남부지역 제강사들은 3만원~3만5,000원 올렸다. 이 기간 현대제철은 가격을 동결했다. 현대제철의 구매가격이 낮아 시중 구매가 어려웠고, 하부상 및 공장 관리를 위해 개별적으로 가격을 올렸지만 현대제철의 구매가격이 오르지 않아 손실이 커졌다는 것이 납품업체의 주장이다.

현대제철은 이미 공급사들에게 가격 인상을 하지 못하는 이유를 충분히 설명했다. 철근 등 전기로 제품의 수익성 저하로 철 스크랩 가격을 올려 구매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대제철이 어려운 만큼 공급사들도 감내해 달라는 요청을 ‘간곡하게’ 읍소했다.

한편에서는 현대제철이 얼마나 어려웠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또 반대편에서는 꼭 이렇게 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갖게 되는 대목이다.

현대제철이 지금처럼 항상 낮은 가격에 구매하는 것은 아니다. 몇 달전에는 전국 최고가격을 기록하기도 했다. 또 다른 제강사들이 하지 않는 지원도 하고 있다. 이 덕을 본 납품업체들도 많다. 현대제철 납품사의 대부분은 납품량 증가와 함께 몸집이 커진 업체들이다. 철 스크랩시장에서 제강사의 구매경쟁력은 납품업체의 경쟁력에 직결된다. 철 스크랩업체로선 현대제철 납품은 한번 해볼만한 도전임에 분명하다. 또 현대제철 구매팀 직원들의 말 처럼 “현대제철은 믿을 만한 납품처” 중 하나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현대제철이 어려울 때 납품업체들이 십시일반 힘을 모아 고객을 보호하고 보조를 맞춰 가는 것도 협력사들의 몫일 것이다.

- 현대제철의 어려움과 납품사의 어려움은 같은 것이 아니다

현대제철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조2,333억원이었다. 1분기는 2,502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1분기 실적을 기준으로 한다면 올해는 지난해보다 줄겠지만 여전히 1조원대 영업이익을 낼 것이다.

1분기 제강사의 국내 철 스크랩 구매가격은 평균 38만원 정도로 추정된다. 지난해 유통업체들의 평균 영업이익은 2.6% 수준이었다. 톤당 영업이익은 9,360원이다. 현대제철이 1년간 600만톤 가량의 국내 철 스크랩을 구매하고 있고 이를 통해 현대제철 구좌업체들이 거둬들인 영업이익은 600억원이 다소 안될 것으로 추정된다.

단순하게 보면 1조원대 이익을 내는 기업인 현대제철이 600억원 남는 납품업체에 고통분담을 요구한 것이다. 현대제철의 고통 분담은 결과적으로 현대제철은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관련 납품업체들은 최소 톤당 1만원, 많게는 2~3만원 손실이 나는 구조가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현대제철이 어렵다고 코흘리개 돈을 빼앗았다”, “재벌의 갑질”이라는 격앙된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현대제철은 구매자다. 현대제철은 자신이 정한 룰과 기준에 맞춰 구매를 할 권리가 있다. 그런 점에서 현대제철이 꼭 시장 가격에 맞춰 구매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구매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오로지 현대제철의 몫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납품업체들이 현대제철의 구매가격이 왜 시세를 반영하지 않느냐고 질책할 권리는 없다. 안 팔면 그만이다.

그러나 판매를 거부 할 수 없다면 말이 다르다. 현대제철은 납품업체에 배타적인 납품권을 주었다. 반대로 다른 제강사에 납품할 권리를 빼앗았다. 현대제철 납품사들 입장에서는 현대제철의 구매가격이 다른 제강사보다 낮아도 다른 곳에 판매할 자유가 없다. 현대제철이 납품업체에 판매자로서의 권리를 제한한다면 현대제철도 구매자로서의 권한에 제한이 되어야 한다. 이것이 순리다.

- 입장이 바뀌었다..."응답하라 현대제철"

현대제철은 제조업이고 납품업체들은 유통업을 하고 있다. 제조업체들은 이익이 날 경우 10% 이상 나기도 한다. 지난해 철근 제강사들이 그랬다. 그러나 유통업은 몇몇 분야를 제외하곤 2~3% 이익이 고작이다. 판매가격이 오르면 구매가격도 자연스럽게 오르기 때문이다.

제조업은 적자가 나더라도 구조적 적자가 아니라면 보전을 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다. 그러나 유통은 마진율이 낮아 적자가 나면 상처를 치료하는데 상당히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유통의 적자가 제조업의 적자보다 힘들고 무서운 것이다.

현대제철은 지난달에 철근 수익 악화와 감산을 명분으로 철 스크랩 납품업체들에게 고통분담을 요구했다. 그러나 지금은 철근 가격이 많이 올랐고, 철 스크랩 가격은 하락기에 접어들었다. 철근의 롤 마진 개선도 뚜렷하다.

반대로 관련 납품업체들은 고가 재고가 즐비하다. 납품업체와 현대제철의 상황이 지난달과 반대다. 이젠 납품사들이 현대제철의 고통 분담을 요구하고 있다. 뒷북 1만원 인상이 아니라 현대제철 구매팀들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말해 왔던 ´상생´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젠 현대제철이 답을 할 때다. “응답하라 현대제철” 납품업체들의 요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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