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철강업계에 최근 고로 설비를 전기로 설비로 전환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중국 철강 생산구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작년 중국의 철스크랩 수출량이 급격하게 늘었다. 2017년 중국 철스크랩 수출량은 230만톤으로 지난 10년간 수출량이 거의 0에 가까웠던 것에 비하면 아주 큰 폭으로 증가했다.

수출량이 급격히 증가한 이유는 철스크랩을 원료로 하여 띠티아오강을 생산해내던 유도로 설비가 작년 중국 정부의 제재로 퇴출되었기 때문이다. 띠티아오강 퇴출은 중국 내에서 소화되지 못한 철스크랩 수출을 증가시켰고 이에 따라 2017년 중국의 철스크랩 수출비율도 급증했다.

중국 철강업계 내에서는 현재 증가하고 있는 철스크랩 물량 소화를 위해 대부분 공장에서 사용중인 고로 설비를 전기로 설비로 전환해야 하는 가에 대한 고민이 많은 상황이다.

중국 내 전기 공급 안정···전기로 확산 토대
지난 10년간 중국의 거대한 조강생산량을 뒷받침한 것은 철광석을 원료로 하는 고로 설비였다. 고로 설비의 가동률이 늘면서 중국의 철광석 수입량도 함께 늘었다. 실제로 중국의 2017년 철광석 수입량은 10억 7,500만톤으로 사상최고치를 기록하며 중국은 세계 최대 철광석 수입국인 것을 또 한번 상기시켰다.
중국 조강생산량 비교: 고로 vs 전기로 (출처: worldsteel)
▲ 중국 조강생산량 비교: 고로 vs 전기로 (출처: worldsteel)

반면 철스크랩을 원료로 하는 전기로 가동률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전기로 설비가 가동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전기 공급과 충분한 철스크랩 공급이 반드시 필요했다. 하지만 고로가 엄청난 생산능력을 발휘해내던 지난 20년간 중국 내 전력 공급 상황은 매우 열악했고 띠티아오강을 생산하던 유도로 설비가 전기로 산업과 철스크랩 시장의 발전을 저해했다.

그러나 최근 3년 전부터 중국 내 전력 공급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했고 일부 성(省)에서는 전기 과잉공급현상까지 나타나기도 했다. 전기로 설비의 핵심인 전기 공급은 해결됐다.

그럼 철스크랩 현황은 어떨까? 작년 중국의 철스크랩 수출량이 큰 폭 증가하긴 했지만 아직까지 충분한 공급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지난 20년 동안 중국의 철강재 소비량을 보았을 때 중국 철스크랩 시장은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이며 향후에는 중국 내 제강 수요를 충족하고도 남을 것이라고 전망된다.
중국 철스크랩 사용가능성 (출처: worldsteel)
▲ 중국 철스크랩 사용가능성 (출처: worldsteel)

철스크랩 물량 증가와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해지며 전기로 설비의 최적 조건이 갖춰졌다.

게다가 중국 정부의 환경규제 정책이 강화되면서 고로를 사용하고 있는 기업들은 향후 ‘환경보호세’를 부과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 2018년 1월부터 중국 탄소배출거래시스템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철강기업의 생산성에도 점차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국 철강기업들은 전기로 설비로의 전환을 망설이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현재 중국 철강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고로나 용광로들은 고효율성을 갖춘 현대식 설비로 연식이 겨우 10~15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설치한지 얼마 되지 않은데다가 기능성도 뛰어난 설비들을 전기로로 전환하는 것에 대해 기업들은 재정적 부담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재정적 부담을 감수하고 전기로로 전환한다고 해도 경제적 수익성을 장담할 수 없어 기업들은 망설이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철강기업들은 공장 소재지의 철스크랩 수급현황과 전력 공급 안정성 및 기업의 자금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각 기업에 맞는 전략을 짜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중국 내 철스크랩 물량 증가와 전력공급 안정화에 따라 중국 철강 업계가 전기로 가동비율을 높여갈 여지는 분명 존재한다. 이미 전력은 안정적으로 공급되고 있고, 20년 전 철강 차이나쇼크 시절 중국이 소화했던 막대한 철강물량이 곧 배출될 때가 됐다. 이에 따라 철스크랩 가격이 철광석 가격보다 경쟁력이 월등히 높아지면 기업들은 전기로 설비로의 전환을 선택하게 될 것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철광석과 스크랩을 막론하고 다양한 원재료를 사용해도 유연한 철강 생산이 가능한 획기적인 신기술이 필요하다고 본다. 또, 점점 더 까다로워지고 있는 환경규제 조건에 부합할 친환경 설비가 개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작권자 © 스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