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전 세계를 상대로 한 미국의 무차별적 관세폭탄 정책이 최근에는 중국과의 힘겨루기로 치닫는 모습이다. 대상도 철강과 알루미늄에서 가전제품, 반도체, 지적재산권, 군사 분야까지 확대되는 모습이다. 이미 중국산 1,300개 수입품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키로 한데 이어 1000억 달러 규모의 추가 관세 부과 검토를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지시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최근에는 WTO에 대해 “미국에는 불공정하고 중국에는 특전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쯤 되면 말 그대로 전 방위적 압박이다.

중국도 이에 맞서 미국산 농축산물 등 106개 수입품에 맞불관세를 발표하는 등 맞불작전을 펴고 있다. 더 나아가 최근 열린 보아오(博鰲) 포럼에서 시주석(習主席)이 직접 나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성토하는 한편 중국의 개혁개방 의지를 강조했다. 미국이 포기한 자유무역의 리더(Leader) 자리를 중국이 대신하겠다는 의지다.

양국이 이처럼 강대강(强對强)으로 치닫는 배경에는 힘겨루기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뜻이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중국이 더 커지기 전에 기(氣)를 꺾겠다는 포석이며, 중국 입장에서는 미국의 중국 가두기에 더 이상 밀리지 않겠다는 뜻이다. 미국은 대선기간부터 중국가두기를 공약으로 내결었으며, 시진핑은 19차 당대회에서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를 바로잡겠다는 뜻을 발표한바 있다. 지금의 현상은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봐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중국에 집중되면서 언뜻 한국과의 통상마찰은 파고를 넘은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의 고민은 지금부터다.

당장 협회가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이미 알려져 있다시피 미국은 한국산 철강제품에 대해 쿼터제를 실시했는데, 강관의 경우 지난해 절반수준으로 물량을 줄여야 한다. 이 역할을 협회가 맡고 있다. 문제는 어떤 기준으로 할당을 할 것이냐 인데, 단순히 3년 평균으로 하기에는 어딘가 찜찜하다. 처음 한국산 강관에 대해 AD를 부과했던 근거는 중국산 소재를 사용해서 쓴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중국산 소재를 많이 쓰는 집은 가장 적은 AD를 맞았고, 국내산만 쓰는 집은 가장 높은 관세를 맞았다. 그 결과 지난해 강관사의 수출은 순위가 바뀌었다. 이를 근거로 3년 평균을 낸다면 당장 업계의 반발이 나올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당장의 셈도 중요하지만 미국의 의도를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래야 또 다른 형태의 보복이 나올 때 대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25%의 일괄적 관세 폭탄에서 7개국 제외됐을 때 왜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멕시코가 포함됐을까? 결론은 로비 때문이다. 한국산 유정용 강관이 맨 처음 AD를 맞았을 때 기준으로 삼았던 테타리스가 막후 로비의 주인공이다. 이들 3개 국가에는 테나리스의 공장이 있다. 일각에서는 PMS도 이들 작품이라는 얘기가 돌고 있다.

트럼프의 의도는 분명하다. 관세폭탄을 앞세워 저물어가는 미국의 제조업을 다시 부활시키겠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내말을 잘 들으면 너는 제외시켜 줄게”라는 당근도 제시하고 있다. 그것이 성공을 할지, 실패할지는 몰라도 중간선거가 다가올수록 일방통행 식 조치는 더 자주 나타날 것이다.

강관 외에도 STS 역시 유럽이 한국산 제품에 대해 세이프가드를 발동한 만큼 6월말까지 소명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협회의 할 일은 산적해 있다.

미국의 중국의 패권경쟁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 러시아까지 가세하면서 신 냉전시대로 회귀하는 모습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우리에게 돌아올 예상치 못한 유탄(流彈)이다. 한동안 보호무역이 대세를 이룰 것이라는 예상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

한동안 공석이던 협회 부회장에 통상전문가가 내정됐다는 소식이 들린다. 당장 미국과의 통상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과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환경 변화에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지에 대한 업계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중지를 모아, 이를 정부에 건의하는 것이야말로 협회가 할 일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는 말이 있다. 차제에 한국철강협회가 더 이상 특정 소수업체의 협회가 아닌 한국 철강업계를 대변하는 기관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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