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데일리 유재혁 기자
▲ 스틸데일리 유재혁 기자
지난 18일 포스코 권오준 회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사의를 표했다. 포스코는 권오준 회장의 사퇴 의사 표명에 대해 정치권의 압력설이나 검찰 내사설은 전혀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권오준 회장은 “100년 기업 포스코를 만들기 위해서는 젊고 유능한 인재가 CEO를 맡는게 좋겠다”며 사내외 이사진들에게 사의를 표명했고 이 과정에서 지난 4년간 구조조정 등 강행군으로 피로가 누적돼 최근 건강검진에서 휴식이 필요하다는 의사의 조언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같은 권오준 회장의 사의표명이 전혀 낯설지 않고 기시감이 드는 건 기자 혼자만의 생각은 아니었을 것이다.

실제 정준양 회장 역시 지난 2013년 11월 임기를 1년여 앞두고 외압이나 외풍은 없었다며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물러나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이구택 전 회장 역시 지난 2009년 1월 외압 때문에 포스코 회장직을 그만 둔 것이 아니라 4년 임기가 끝났을 때 이미 결정한 일이라며 사퇴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앞의 이 두 회장만 그런 것도 아니었다. 김영삼 정부 시절 김만제 회장은 김대중 정부 출범 직후 사임했고 역시 김대중 정부 회장직을 수행했던 유상부 전 회장 역시 노무현 정부 출범 직후 사퇴의 경험이 이어졌다.

권오준 회장의 사퇴설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 경제사절단 동행에 배제되면서 이 같은 사퇴설은 더 크게 확산됐으나 지난해 연임에 성공하면서 다소 진정되는 모습이 나타났다. 그러나 돌연 사임의사를 표명하면서 사퇴설이란 소문이 사실로 자리하게 됐다.

권오준 회장을 비롯해 역대 회장 본인들은 정치적인 외압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5번이나 정권 교체때 마다 회장이 바뀌는 것을 놓고 본다면 이게 정말 우연의 일치라고 할 수 있을까?

● 외압•외풍으로부터 자유로운 수장 선출해야

포스코는 민영화 이후 승계 카운슬 그리고 기존 내부 핵심 인재 육성 시스템과 CEO 후보추천위원회 등 나름대로 구축해 놓은 합리적인 CEO 선정 프로그램을 시행중이다. 그러나 5번이나 정권 교체 이후 중도 퇴임하는 상황이 연속된다는 것은 이 같은 내부 시스템이 건전하게 작동해 정치적인 사람이 발탁되는 결과를 사전에 막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 같은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한 경우라 하더라도 민영화된 공기업인 포스코는 말 그대로 주인이 없는 회사다. 지난 박근혜 정부 시절 롯데와 SK, 삼성에 이르기까지 소위 주인있는 재벌기업들마저 정치권력으로부터 어떠한 취급을 받았었는지를 떠올려 본다면 정치권력에게 주인없는 포스코는 과연 어떠한 존재일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때문에 합리적인 내부 CEO 양성 프로그램을 통해 정통성 있는 후계자를 양성하고 외풍과 외압으로부터 글로벌 포스코를 지켜낼 수 있는 인물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선출한 수장 역시 과제를 여전히 안게 될 것이다. 우선 정권교체시마다 반복되는 사퇴설과 외부의 압력을 차단하고 경영의 연속성을 확보할 수 있는 체제를 보다 굳건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심화되고 있는 통상마찰속에서 글로벌 포스코의 철강산업을 어떻게 안정적으로 성장시키고 해외에 마련해 놓은 생산기지를 활용해 효과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인지 대책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그리고 100년 기업을 위해 마련한 비전과 미래 전략을 보다 구체화하고 어떻게 실현해 나갈 수 있을 것인지 밑그림을 그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누가 최고 경영자가 될 것인지에 따라 이전에 수립한 전략에 대한 수정은 불가피하겠지만 포스코의 주력 산업인 철강과 함께 미래 성장동력을 어떻게 마련하고 만들어 갈 것인지는 여전히 가장 중요한 과제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포스코는 우리나라에서 탄생한 기업 가운데 가장 중요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정치 권력에 의해서든 아니든 연이은 수장 교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안정적이고 높은 성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은 그 구성원과 협력업체들의 저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또 한번 거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는 포스코가 올바른 선택을 통해 주주와 그 구성원은물론 다양한 이해 관계인들로부터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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