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영 DBS 연구원
▲ 이은영 DBS 연구원
본격적인 해외투자는 2003년 이후 세계 철강 super cycle 기간에 시작

포스코 해외 투자의 역사는 흑역사이다. 최초로 포스코가 적극적으로 해외투자를 시작한 것은 김만제 회장이 포스코의 4대 회장으로 취임했던 94년 부터 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포스코는 중국을 시작으로 베트남, 브라질, 미얀마 등 해외시장에 스틸 서비스센타의 형태로 진춝하기 시작했다. 이구택 회장 재임 기간(2003년~2008년)중에 포스코의 해외투자가 본격적으로 성장하였다.

중국의 철강수요 급증에 따른 호황국면에 들어가면서 철강산업내에서 투자확대가 바로 이익으로 연결되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이기간중 중국 장가항포항불수강판에 연산 80만톤 규모의 스테인레스 일관제철생산설비를 완공하였으며 2007년 베트남에 냉연공장과 POSCO Mexico 자동차 강판 공장을 착공하였다.

특히 이기간에는 철강산업내 M&A 열풍이 불었는데, 대주주가 없었던 POSCO는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국내외 기업들과 지분교환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졌는데 이간중 신일본 제철지분을3.5%까지 늘렸다. 이기간의 투자는 비록 다 성공한 투자였다고 평가할 수는 없으나 포스코의 기본적은 사업영역과의 연관성 하에서 비교적 합리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2009년 이후 정준양 회장 시대 : 대규모 투자, 초라한 성적표

2006년 포스코는 차입금 보다는 보유현금이 많은 순현금 기업이있으며, 2008년만 하더라도 무디스가 부여한 대한민국 국가신용등급(A2)보다 포스코의 신용등급(A1)이 더 높았었다. 그러나 2010년 10월 이후 무디스는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A1에서 2013년 11월 Baa2로 불과 3년 사이에 4단계 강등하였다.

바로 정준양 회장 시절에 이루어졌던 과도한 투자의 결과였다. 이기간중 해외투자는 2008년말 4조원 수준에서 2013년말 8조 5천억원까지 증가하였는데 인도네시아 KRAKATAU 와 합작으로300만톤 일관제철소의 건설, 타이녹스 지분 94% 인수, 호주 Roy hill철광석 광산 지분 투자, 인도 냉연(연산180만톤) 및 전기강판공장(연산 30만톤),멕시코의 제2 CGL 공장 건설(연산 45만톤) 등 downstream으로의 굴직한 투자가 이루어졌다.

그런데 이같은 해외 투자가 가져온 과실은 어떠했을까? 2009년부터 2016년 까지 포스코의 해외 관계사들의 경영현황을 살펴보면, 2011년과 2012년의 경우에만 합계 기준으로 소폭의흑자를 달성했을 뿐 지속적으로 적자를 기록하였다. 2017년에는 전반적인 철강시황의 개선에 따라 흑자를 달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급증한 투자자산이 시간이 흘러도 적절한 투자수익을 창출하지 못하면서 재무건전성 악화과 더불어 그룹 수익성 하락으로 이어졌다. 2014년 말 포스코의 순차입금은 약 22조원으로 4년만에 6조원이 증가한 반면 68년 창립이래 2010년까지 10% 이하로 하락한 적이 없었던 자본수익률(ROE)는 2014년 1.5%까지 하락하였다.



과거 투자에 대한 분석과 반성을 통해 활용 가능한 지속으로 체화되어야

권오준 회장 취임이후 구조조정, 부채상환의 목표아래 포스코의 해외 투자는 크게 위축되었다. 이러다 보니 전략적 관점에서 해야할 것과 하지 말아야할 것에 대한 구분이 없이 부정적인 기류만이 형성되고 있는 듯 하다.특히 인도네시아의 열연/냉연 라인은 인도네시아에 이미 건설한 일관제철소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꼭 필요한 투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신일본 제철에게 주도권을 빼앗긴 상태가 되었다.

과거 포스코의 해외 투자는 철강중심이었고 특히 안정적인 수출을 위해 하공정투자에 집중되어 왔다. 그러나 이같은 전략은 포스코 자체의 가동률 유지와 수익성에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으나 해외 법인은 사실상 낮은 마진과 각 회사가 처한 시장의 문제점(시장규모가 아직 작은 상태이거나 과도한 경쟁에 노출)들로 그다지 바람직한 경영 성적을 실현하지 못했다.

또한 대규모 재원이 소요되는 상공정 투자의 경우 사실 더 철저한 feasibility test와 정보 수집이 필요했다고 생각한다. 중국에 건설했던 스테인레스 일관공정은 중국내 다른 스테인레스 기업이 개발하고 있었던 Nickel Pig Iron을 이용한 스테인레스 제강공법에 대한 깊이 있는 검토 없이 이루어져 결국 원가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또한 인도네시아 투자는 인도투자가 난항을 겪으면서 빠른 투자 진행이라는 명분을 앞세우다 투자수익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적절한 투자조건을 인도네시아 정부와 Krakatau Steel로부터 이끌어 내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모든 투자에 성공할 수는 없고 위와 같은 분석 역시 결과론적 평가일 수 있다. 그러나 성공한 투자이던 실패한 투자이던 그것이 포스코의 지적 자산으로 쌓이고 있는지의 여부는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투자시도와 성공 또는 실패, 혹은 아직 그 성패를 평가할 수 없는 사안까지 모든 투자에 대해 시작된 이유와 진행과정, 난관 그리고 잘한 것과 잘못한 것이 무엇인지를 평가하고 정리하고 공유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다. 그리고 이런 경험이 체화된 지식으로 기업안에 남아서 다음 투자결정의 초석이 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투자의 연속성과 일관성이다. 포스코의 경우 최고 경영자가 바뀌면 그동안 진행해 왔던 주요 사업들이 순식간에 필요 없는 것이나 가치 없는 것으로 폄하되고 무시되는 경향이 있다. 새로운 경영자는 자신의 업적을 남기기 위해 새로운 것들을 시도하는데 이것이 오히려 포스코의 자원을 낭비하는 요소로 작용하는 경우가 왕왕 있어왔다. 진행하고 있는 것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성과가 미약한 투자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혁신하고 보완하는 것이 새로운 슬로건을 내거는 것 보다 포스코에 더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무엇을 할까 보다 누구를 먼저 버스에 태울것인가를 고민해야

그동안 포스코의 해외투자는 앞서가는 투자라기 보다는 뒤따라가는 투자였다고 평가한다.철강이 호황을 누리자 해외에 철강공장을 지었고 석탄가격이 오르자 석탄광산에 투자했고 철광석 가격이 강세를 보이자 철광석 광산 투자의 지분을 확보했다. 최근에는 전기차가 부상하자 전기차 배터리에 소요되는 광물에 투자한다고 한다.

이렇게 현금이 많이 쌓이는데 왜 포스코는 투자하지 않느냐고 투자자들이 질문하자 투자를 서둘렀고 부채가 너무 많다고 지적하자 이것저것 매각하기에 바빴다. 이미 중국 주요기업들은 광물가격이 바닥이었던 시점에 전기차에 소요되는 주요 광물의 광산을 집중적으로 매집했다.

가장 현명한 투자는 가치있는 자산을 가격이 낮을 때 사는 것이라는 Warren Buffet의 격언을 빌리지 않더라도 투자란 지속가능한 기업에게 꼭 필요한 경영활동이기에 올바른 시점에 올바른 자산을 저렴한 가격에 사는 것은 기업이 늘 관심을 두어야 할 영역이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볼 때 글로벌 산업의 트렌드를 예측하고 투자의 기회를 상시적으로 모색하는 조직과 인재의 확보가 과거보다 더 빛나는 향후 50년을 대비하기 위해 먼저 선행되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무엇을 할까 보다는 누구를 버스를 태울 것인가를 먼저 결정해야 할 것이다. 인사가 만사이다.

[약력]
1992.02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본대학원 졸업
1993.01 대우경제연구소
1994.03 포스코 경영연구소
1999.10 LG 투자증권
2005.01 미래에셋 증권
현, DBS Bank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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