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앤스틸 서정헌 대표이사 사장
▲ 스틸앤스틸 서정헌 대표이사 사장
포스코는 1968년 창립되어 2018년까지 50년 동안 우리 경제의 공업화에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 포스코로 인해 철강관련 제조업이 가능했고, 제조업 중심의 공업화로 경제성장 속도도 빨라졌다. 공업화를 추구하는 개도국에서 철강산업의 숙명은 철강 자신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철강 수요산업을 통해 공업화에 기여하는 것이다. 포스코는 과거 우리나라 공업화에 기여한 공로만으로도 창립 50주년을 축하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포스코를 둘러싸고 있는 복잡한 뒷얘기가 안타깝기 그지없지만 그래도 그런 이유만으로 포스코의 기여도가 과소평가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이제 우리는 좀 더 큰 틀에서 객관적인 시각으로 포스코의 지난 50년을 되돌아볼 때가 된 것이다.

우리나라에 많은 대기업이 있지만 포스코만큼 국민경제의 공업화에 직접적으로 기여한 기업은 많지 않다. 포스코 기여도는 다른 재벌기업의 국민경제 기여도와는 다른 차원에서 평가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50주년을 맞아 이러한 귀중한 포스코 기업가치를 재조명함으로써 포스코인들의 자긍심을 높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지난 50년 포스코 역사에서 가장 큰 전환점은 80년대 제2제철소 건설과 2000년 민영화라고 생각한다. 당시 제2제철소 건설과 관련된 다양한 논쟁이 있었지만 결국 포스코 광양제철소 건설로 귀결된 것이다.

1992년 포스코는 포항 광양공장을 완성함으로써 우리나라 공업화에 필요한 철강 2,100만톤 체제를 완성하였다. 이를 계기로 포스코는 한국 철강시장에서 확실한 시장지배력을 굳히게 된 것이다. 되돌아보면 포스코의 이러한 선택은 한편으로 한국 철강산업 발전에 긍정적인 기여를 하였지만, 다른 한편으로 독과점적 시장구조로 고착화 시키는 부정적인 측면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포스코는 2000년 민영화 전후에 큰 변화를 보인다. 민영화 이전에는 제철보국이라는 뚜렷한 기업이념을 가지고 있었지만, 민영화 이후에는 이를 대체할만한 새로운 기업이념을 찾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철강 외 다른 산업으로 다각화를 시도하였지만 이 또한 포스코로서는 생각보다 힘든 일이었다. 공기업으로 살아온 포스코가 민간기업으로 전환하는 데는 많은 걸림돌이 있었던 것이다.

포스코가 민영화를 완결하고 다음 50년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정부의 영향력에서 완전히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부 개입으로 포스코는 민영화 이후에도 민영화된 기업도 아니고 공기업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로 있다. 이러한 지배구조를 가지고는 포스코 스스로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미래 전략을 수립하기 어렵다. 포스코는 한때 공기업으로 정부의 도움을 받아 고속성장을 했지만, 지금은 정부가 도리어 걸림돌이 되는 것이다. 정부의 왜곡된 개입으로 포스코 경영전략 전반이 혼란스럽게 되는 것이다.

다른 재벌기업의 경우는 주로 정치자금 등에서 정경유착이 있지만, 포스코의 경우는 최고경영자 선출 과정에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다. 재벌기업들은 정부와 주고받는 거래를 하지만 포스코는 일방적으로 정부의 개입에 노출되는 것이다. 따라서 정경유착으로 인해 다른 재벌기업보다 포스코가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다. 안 그래도 어려운 상황에 있는 포스코를 정부가 더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포스코 최고경영자 자리가 정부의 영향력 아래 결정된다면 그런 지배구조로는 포스코가 독자적인 경영전략을 수립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철강사 최고경영자에게 주어진 업무는 단기적인 경영성과보다 설비투자나 퇴출 등의 장기적인 의사결정이 더 중요하다. 그런데 정부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포스코 최고경영자는 정부와의 개인적 관계에 집착하거나 단기적인 경영성과에 매달리게 된다. 철강경기를 낙관적으로 보기위해 위기를 과소평가하거나 설비투자 등 장기적인 의사결정에 무책임하게 되는 것이다. 정부개입으로 포스코의 장기적인 성장전략이 혼란스럽게 되는 것이다.

포스코는 민영화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부개입에 아주 취약한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제 50주년을 맞이하면서 포스코는 정부의 영향력에서 완전히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완전한 민영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이를 위해서 포스코 스스로 최적의 최고경영자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바라건대 청와대가 직접 나서 포스코에 대한 모든 외부압력을 차단시킴으로써 포스코 내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포스코는 이미 상당한 수준의 시스템을 갖춘 철강사다. 그리고 최근에는 중국의 부상과 현대제철의 진입 등 경쟁구도의 변화로 포스코는 이미 많은 변신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환경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라도 포스코는 정부개입이 없이 스스로 최적의 경영자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정부의 개입을 스스로 막아내기 위해서는 포스코 노조나 언론 국민 모두의 적극적인 감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민영화 이후 포스코가 많이 위축된 모습이다. 그런 저런 이유로 이번 50주년 잔치도 조촐하게 하려고 하는 것 같다. 물론 낭비할 필요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정부 눈치를 볼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포스코만큼 국민경제의 공업화에 직접적으로 기여한 기업은 드물다. 2018년 4월 1일 맞이하는 포스코 창립 5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다가올 100주년을 위해 포스코인 모두는 더 큰 자부심으로 미래 50년을 준비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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