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데일리 손정수 국장
▲ 스틸데일리 손정수 국장
올해 일본 JISRI의 신년 모임이 화제다. 신년 모임에 역대 최대인 410명이 참석했다고 하니 그럴만도 하다. 일본신문에 올라온 JISRI기사를 보면서 지난달 있었던 한국철강자원협회의 송년회 모임을 떠올린 것은 비단 필자만이 아닐 듯하다.

당시 송년회에는 약 20명 정도가 참석했고, 외부 인사를 제외하면 10명 남짓의 협회 임원들이 모습을 보였다. 회장단 중에서도 불참자가 많아 아쉬움이 있었던 송년회였다. 아쉬움은 비단 참석자의 숫자 때문만은 아니다. 현재 철강자원협회가 처한 현실을 보면 아쉬움은 더욱 진하다.

자원협회는 박영동 회장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도 차기 회장의 윤곽 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물망에 오른 회원사 대표들은 “일이 바쁘다”거나 “조용히 있고 싶다”는 말들을 하곤 한다. 그러나 그 근저에는 협회 활동이 별반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적인 인식이 깔려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간의 협회 사업과 회원사의 협조 등 제반 여건을 고려하면 이분들의 생각에서 잘못된 점을 찾기 어렵다. 오히려 그 시간을 회사 발전을 위해 쓰겠다는 것이 더 현명할지 모른다. 그러나 정작 전환기를 맞고 있는 철 스크랩 산업에 구심점이 약해지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구경꾼인 기자의 입장에서는 답답하다.

특히 작금의 상황은 협회의 역할이 어느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선 소속된 기업과 정부가 잘 호흡을 맞추어야 한다. 특히 사양화 단계에서는 정부와 기업의 역할 분담이 중요하고, 특히 정부의 역할이 어느때보다 중요하다.

철 스크랩업계도 소비 위축을 걱정하고 있다. 그리고 각자 생존을 모색 중이다. 사양화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각자도생일 것이다. 각자도생의 필수 조건 중 하나는 대안을 갖고 질서있게 후퇴하는 것이다.

- 정부 역할 커지는데 창구는 누가 하나?

전쟁에서 가장 많은 사상자가 나는 때가 후퇴 시기다. ´패배의 공포´가 ´생존의 공포´로 전환되면 어김없이 대량 학살이 이루어져 온 것이 인간사다. 기업과 산업의 후퇴도 같다. 우리가 외환위기 당시 겪었던 것도 질서 있는 후퇴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진 정부를 두었기 때문이다. 사양화 단계, 구조조정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주체는 정부다. 우리는 기회가 될 때마다 정부의 역할을 강조해 왔고 철 스크랩 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 정부는 지난 2016년9월 철강산업 발전방안을 내 놓고 착실히 진행 중이다. 일부는 진행되었고, 일부는 고전 중이지만 2016년 그린 그림을 중심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러나 철 스크랩과 관련된 부분은 별다른 진전이 없다.

우리는 그 이유를 협회의 역량 부재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정부는 기회가 될 때마다 철 스크랩 산업 선진화를 위해 다양한 지원을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또 방향을 잡기 위해 지난해 연구 컨설팅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착 철 스크랩업계의 입장은 빠져 있고, 철 스크랩업체들의 지원 요청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정부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개인이나 개별 기업의 입장을 대변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협회를 만들어 소속 회원사의 이익을 대변하게 한다. 협회는 사실상 압력단체이고 파당적인 곳이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정부의 유일한 통로는 협회다. 소속 회원사가 잘 되기 위해선 협회가 바람막이 역할을 해 주어야 하고, 정부에 의견을 전달해야 한다. 협회는 소속 회원사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이다. 협회가 잘 안 된다는 것은 이익을 대변하는 곳이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철 스크랩 산업이 정부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인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해외 철 스크랩 관련 협회들이 활성화 된 이유도 이 때문이다. 각자는 작은 생계형 기업들이어서 약하지만 협회를 만들고 협회를 강화해 이익을 관철시키고 있다. JISRI 신년 모임에 410명이나 참석한 것도 그만큼 현안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회장 선출을 못해 동분서주하는 한국철강자원협회를 보면서 과연 한국 철 스크랩산업에 미래는 있을까(?) 생각해 보는 것은 너무 큰 비약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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