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출장 길에 나서는 길. 비행기에서 제공된 신문을 보다가 지난 10일 경기도 용인시 관광호텔 신축공사장에서 비계가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는 뉴스를 접했다. 다행히 이번 사고는 1명만이 경상을 입고, 주차되어 있던 차량 2대 일부가 파손되는 데 그쳤다. 비계가 무너져 사고가 발생했다는 소식은 이따금씩 들려오고 있다. 부산에 있는 한국비계기술원을 찾아 홍기원 원장에게 가설기자재 관리 방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한국비계기술원 홍기철 원장
▲ 한국비계기술원 홍기철 원장
Q> 우선 한국비계기술원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A> 한국비계기술원(이하 KSI)은 가설공사 재해예방과 고소작업 추락사고 예방을 사업의 주목적으로 고용노동부에서 설립(허가)한 비영리 법인이며, 국토교통부가 지정한 ‘가설구조물 안전성 확보방안’ 연구 기관이다. 건설현장과 플랜트, 조선, 발전소 등에서 가설공사의 안정성과 생산성을 높이고, 고소 작업자의 기능습득과 작업역량 강화로 추락을 방지하며, 최종적으로 재해 감소와 경쟁력 확보를 위해 기술력과 전문성을 투입하고 있다.

Q> 인터뷰 앞서 언급했던 용인시 사고 등 건설 현장에서의 사고 소식이 이따금씩 들려오고 있다. 가설 현장의 사고와 관련된 통계가 어떠한가?

A> 매년 산업현장의 사망자는 가설공사(작업)에서 30% 이상, 고소 작업에서 추락으로 40% 이상 발생하고 있다. 가설 현장의 안전은 인명 보호와 기업의 신뢰를 위해 반드시 해결이 필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홍 원장이 만능시험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홍 원장이 만능시험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Q> KSI는 정부가 지정한 가설기자재 시험∙인증기관으로 알고 있다.

A> KSI는 국토교통부 ‘건설기술진흥법’과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가설기자재 관련 시험∙인증사업을 진행 중이며, 건설용 철강재, 금속재까지 취급할 수 있다. 시험 등을 통해 품질검사성적서, 성능 평가 확인서 등을 발급하고 있다.

이 외에도 교육∙훈련 기관으로 지정됐다. 안전한 가설기자재의 제조와 유통(임대)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것을 선택하고 사용하는 현장 작업자들이다. 제품에 대한 제도와 법규는 있으나 사용자의 관리가 소홀하다. 작업자와 감독자에 대한 종합적인 교육, 연구 시스템을 통해 제품이 정상인지, 올바르게 사용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나가고 있다.

Q> 가설 업계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A> 앞서 설명했듯 현장작업자들이 안전한 가설기자재(이하 가설재)를 올바르게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재사용가설재의 사용 문제에 많은 결함이 있다. 가설재는 건설사들이 구매해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임대 업체에서 임대해 사용하고 건설이 끝나고 나면 임대업체들이 다시 회수해간다. 그리고 이를 수리 및 보수하면서 반복해서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재사용가설기자재의 부실한 품질관리로 인해 지속적인 사고의 원인이 되고 있으며, 지난 2015년 하반기 감사원 조사 결과 54%가 불량 판정을 받았다.

KSI 기술자가 압축∙인장∙좌굴 시험기로 단관비계를 테스트하고 있다.
▲ KSI 기술자가 압축∙인장∙좌굴 시험기로 단관비계를 테스트하고 있다.


Q> 재사용문제를 해결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들었다.

A>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KSI는 ‘재사용가설기자재 안전실명제’를 마련했고 이를 보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안전실명제는 가설재가 현장으로 출고되기 전에 품질검사를 마친 중고∙재사용품에 업체명을 실명 표기하여 임대업체 스스로 품질 관리 책임을 강화하는 제도다.

안전실명제는 KSI가 추진하고 있는 사업 중 하나이지만 법률로 규제하고 있는 사항은 아니다. 그러나 과자에도 실명제가 적용되고 있는데, 건설사들이 중고 가설재 품질 관리를 위탁할 기관이 없다. 이는 건설 작업자들의 생명을 책임지는 문제로도 귀결된다. 현장 관계자들이 업체 실명을 표기한 재사용가설기자재를 사용한다면 책임 소재가 분명해지고 가설공사(작업)이 보다 더 안전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KSI는 가설기자재 제조 업계 또는 임대 업계와의 이해관계가 없는 기관이다. 실제로 KSI의 임원이나 이사회 중에 건설이나 조선업계 관계자는 있으나 가설 업계와는 관계가 없다. 제3자의 입장에서 품질관리 컨설팅을 공정하게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Q> 이러한 제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장점은 무엇인가?

A> 재사용가설기자재의 품질강화로 인해 재사용 횟수는 감소할 수도 있어 임대업계에서는 일부 반발의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관리를 철저히 하게 된다면 오히려 더 좋은 품질의 가설재를 구매해 더 많은 횟수를 사용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게 될 것이다.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지속될 것이며 산업의 발전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관리감독자 비계 특별 실습 교육이 진행 중이다.
▲ 관리감독자 비계 특별 실습 교육이 진행 중이다.


Q> 가설재 혹은 가설기자재라는 용어 자체가 일본어에서 왔다. 국내 단관비계도 일본으로 꾸준히 수출되고 있는데, 일본의 사례가 궁금하다.

A> 일본은 ‘가설공업회’라는 이름의 기관이 가설기자재 시장에 대한 관리감독을 맡고 있다. 일본 가설공업회의 경우 가설기자재 제조업체만 등기이사로 등록이 가능하다. 임대업체는 일반 회원사로만 동참하고 있다. 따라서 제조업체 중심으로 모든 정책이 진행될 수밖에 없다. 한국과 가장 큰 차이점은 사용 횟수를 명확하게 제한하는 것을 자율적으로 시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가설재 제조업체들은 일본의 사례를 들어 대부분의 중고 가설재를 불량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안전인증 기준으로만 놓고 보면 오히려 한국이 더 높은 수준으로 규제하고 있다. 일본 건설사들은 가설공업회 회원사가 공급하는 가설재만 사용하고 있으며 최근 국내 건설사들도 가설기자재 안전에 대한 의식을 높여가고 있다. 한국도 점점 더 기준을 높여가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Q> KSI가 2018년에 추진하는 주요 사업이 있다면?

A> KSI는 연구기관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2016년에는 국토교통부 정책과제인 ‘가설구조물 안정성 확보방안 연구’를 진행했다 2017년에는 KS표준화(KS F8013 이음용 커플러) 개정에 참여했다. 2018년에는 플랜트 특수구조물 비계공법 표준화를 진행 중이며 금년 연말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또한 최근 한국조선소 안전표준화(KSSS: Korean Shipyards Safety Standardization) 추진과 관련해 국내조선소 비계(발판,족장) 작업자들을 대상으로 한 ‘비계강사 양성교육기관’으로 최종 선정됐다. 2018년부터 조선소 비계 교육은 여기서 해야 한다

또한 현재 부산에 본부를 두고, 전국에 5개소(수원, 원주, 서산, 여수, 부산)에 교육장을 운영 중이며, 올해에는 수도권 교육 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평택에 대규모 전문 교육훈련장 설립을 준비 중이다. 평택 교육장에는 종합 시험장까지 갖춰 시험∙인증 기관으로써의 입지도 더욱 강화해나갈 계획이다.

한국비계기술원(KSI) 부산 본부
▲ 한국비계기술원(KSI) 부산 본부


인터뷰 하는 도중에 주요 메이저 건설사의 방문 협의 전화가 수 차례나 왔다. 건설사들이 KSI의 안전실명제 등에 많은 관심을 내비치고 있다는 반증이다. 앞으로 KSI를 통해 국내 가설기자재 산업이 더욱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결국 안전, 다시 한번 안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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