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데일리 손정수 국장
▲ 스틸데일리 손정수 국장
우연히 어느 방송에서 한 부동산 전문가의 예언이 눈길을 필자의 눈을 끌었다. 조만간 서울 강남에서 평당 1억원 짜리 아파트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필자가 살고 있는 아파트 정도면 강남 모처에선 30억원이 넘는다는 말인데 가늠이 안돼 그랬던 것이다. 이 전문가는 그 이유로 입지와 해당 지역 거주민들의 자산을 꼽았다. 부동산을 선택할 때 일자리가 많은 곳, 학군이 좋은 곳, 주거환경이 좋은 곳 등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렇게 보면 우리는 환경이 곧 ‘돈’이고 ‘권력’인 세계에 살고 있다. 이 때문에 내 집 앞에 지하철 역 출구가 나기를 바라고, 주위에 혐오(기피)시설이 들어서는 것을 막는다. 최근에는 환경의 문제가 ‘돈’을 넘어 생명에 까지 다다르고 있다. 우리는 환경을 떼 놓고 삶을 얘기하기 어렵게 됐다.

철강공장은 대체로 환경에 유해하다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 있다. 철강업계는 이러한 국민적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 많은 투자를 해 왔고, 지금도 하고 있다. 당진에 우뚝 솟은 현대제철의 원료돔과 선형창고는 철강사의 환경에 대한 노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상징물과 같다.

그러나 철강업계의 처절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철강사와 지역주민간의 갈등은 끊이지 않고 있다. 산업단지가 아닌 곳에선 주민과의 마찰이 이젠 일상화 됐다. 환경문제만 나오면 철강사들은 항상 주눅이 드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 한해 이익을 모두 투자했는데…

최근 수년간 건설경기가 호황을 누리면서 택지가 점차 넓어지고 있다. 택지의 확장으로 지역 터줏대감인 철강공장과의 갈등도 깊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부산 YK스틸이다. 얼마 전 필자가 방문한 YK스틸은 아파트 숲 속의 섬이 됐다. 제강공장 지근 거리에 아파트가 밀고 내려왔다.

YK스틸은 지역 주민과 공생을 선택하고 환경 개선 투자 중이다. 올해만 120억원을 밀어 넣었고, 투자를 계속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120억원은 지난해 YK스틸이 번 돈과 같은 막대한 금액이다. 다른 경쟁사는 생각하지도 않는 환경투자에 연간 이익을 밀어 넣는 회사 임직원의 마음이 오죽 하겠나? 가늠 조차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주민과의 갈등은 더욱 깊어지고 있는 것 같다. 제강공장의 소음이 어느 정도인지 아는 기자로선 지역 주민들의 불만도 이해가 가지 않는 바는 아니다. 지역 주민은 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올해만 440여건의 민원을 넣었다고 한다. 또 지난 1년간 15회에 걸쳐 정기 수시 점검을 했고, 9건의 위법사항을 적발했다고 한다.

회사는 본능적으로 이익을 추구한다. 지역주민의 관심이 시들해 지면 언제든 환경투자가 느슨해질 수 있다. 지역주민은 기업과 상생을 위해서라도 감시활동을 해야 하고 미진한 부분에서는 요구를 해야 한다.

- 공존을 위한 묘수는 없을까?

YK스틸 임직원들은 걱정이 있다. 분양 당시 분양자들이 아파트가 건설되면 YK스틸이 나갈 것이라는 말로 현혹했다는 말이 돌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분양 현장에 전 임직원이 달려가 철수하지 않는다는 것을 적극 알리기도 했다. 분양자에게는 주거 공간이지만 YK스틸 임직원에게는 삶의 터전인 곳이다.

지역 주민은 깨끗한 환경에서 살아갈 권리가 있다. 또 국가와 지자체는 이를 보장해 주어야 하고 위해 시설을 제거해야 하는 것이 임무다. 그런 점에서 주변 유해시설을 점검하는 것은 기본 임무다.

그렇다고 지난 1966년부터 지금 갈등의 현장에서 철근을 만들었고 무려 52년을 각자의 삶의 터전으로 지켜왔다. 그 지난한 기간 동안 2번 망했고, 3번 주인이 바뀌었지만 철근 공장으로서의 역할은 소홀이 한 바 없다. 지역 주민의 권리 만큼이나 이지역 터줏대감인 YK스틸의 권리도 보장 받아야 한다.

지역 국회의원인 조경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상생하는 모습을 회사가 제시했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지만 환경문제가 모두 YK스틸만의 책임이 되어서는 안된다.

입주하기 전 있었던 YK스틸의 존재를 인정하고, 함께 공존하는 방안은 무엇일까? 조경태 의원 말처럼 회사가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하는 것인가? 지자체와 정치권 그리고 지역 주민은 오직 감시자의 역할만 하면 되는 것인가? 지역주민과 YK스틸이 난제를 현명하게 풀 것이라고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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