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는 지난 9월말 중국 철 스크랩 수출 가능성 여부에 대한 중국 현지 조사를 했다. 당사가 조사한 중국 당산지역이 중국 철 스크랩을 대표할 것인가에 대해선 의문을 가질 수 있다. 다만 당산지역 조사를 통해 중국 철 스크랩 산업의 현주소와 현황을 파악하고 한국 철 스크랩 시장에 주는 의미를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다. 이번 시찰에서 시찰단이 집중적으로 살펴본 것은 1) 중국의 철 스크랩 품질 2) 수출 지속 여부 3) 유통 시스템 등이었다. 이번 호에서는 이를 중점적으로 살펴보겠다. [편집자 주]
3. 수출의 지속 여부는?

중국의 철 스크랩 수출 지속 여부는 1) 중국 정부의 의중 2) 수출 가격 경쟁력 3) 수급 등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 중국정부의 의지는?

중국의 철 스크랩 수출의 특징은 40%에 달하는 높은 수출관세와 수출 최저가격제도가 특징이다. 수출 최저가격은 중국의 철 스크랩 수출이 시작되면서 중국 정부가 수출을 규제하기 위해 지난 6월경 부랴부랴 만들었다. 40%의 수출 관세만으로는 편법 수출 등을 막을 수 없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즉 중국 정부는 철 스크랩이 대량으로 수출되는 것을 원하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일정량 수출의 물꼬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당사가 조사 중인 9월만 하더라도 천진항의 수출 최저가격이 120달러에서 210달러로 올랐고, 다시 175달러로 떨어지는 등 요동을 쳤다. 수출을 억제하려면 높은 최저가격제를 유지하면 된다. 그러나 최저가격을 다시 낮추는 이유를 생각해 본다면 어느 정도 수출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으로 보인다. 최저가격은 지방정부가 세관별로 책정하고 있다.

문제는 정부가 최저가격을 공표하지 않는 것에 있다. 실제로 실사 중 공급사는 최저가격 변경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수출을 위해 세관에 직접 확인하지 않으면 최저가격을 알기 어려운 시스템이다. 또 최저가격은 선적시점에 적용되는 것이어서 자칫 계약 이행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최저가격은 세관마다 다르게 적용하고 있다. 즉 공급사들이 다양한 부두를 운영할 경우 적정한 최저가격이 책정된 부두에서 선적이 가능하다는 말이 된다. 이 때문에 당산지역 공급사들도 인근 지역 항구인 천진 뿐 아니라 상하이 등 다양한 항구의 개발 및 선적을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최저가격의 변경으로 인해 계약이 불이행 되거나 선적지가 다른 곳이 될 가능성이 있다. 즉 다른 물건이 실릴 가능성도 있다.

결론적으로 보면 중국 정부는 어느 정도 수출은 용인 할 겻으로 보인다. 다만 거래의 안정성을 고려하면 안정된 공급사와 교역을 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판단된다.
기자가 방문했던 천진항의 철 스크랩은 대부분 한국행으로 계약된 것들이었다.
▲ 기자가 방문했던 천진항의 철 스크랩은 대부분 한국행으로 계약된 것들이었다.


- 가격 경쟁력은?

중국의 철 스크랩 수출의 경쟁상대는 일본이나 미국 철 스크랩이 될 것이다. 중국의 철 스크랩은 여러 면에서 취약점을 안고 있다. 즉 가격과 비가격 경쟁력에서 우위에 있어야 한다.

중국의 철 스크랩은 대체로 고로사들이 사용한다고 보면 된다. 중국의 생산 제법은 90%가 고로고, 10%가 전기로이다. 전기로의 철 스크랩 장입비율도 30% 정도에 불과하다.
중국 정부는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유도로를 전면 폐쇄했다. 유도로는 통계에 잡히지 않는 쇳물 생산량이다. 규모가 어느 정도 될 것인지 가늠이 안 된다. 설비능력은 1억2,000만톤에 달하는 것으로 보인다. 생산량은 6,000만톤이라는 말도있고 8,000만톤이라는 말도 있고 1억톤이 넘는다는 말도 있어 실체를 알기 어렵다.

다만 유도로 폐쇄로 철 스크랩 소비의 한 축이 무너졌다는 점이다. 중국 고로사는 주로 중량 등급 이상을 슈레디드로 구매 중인 것으로 보인다. 경량 이하는 거의 구매하지 않는 것 같다. 즉 유도로에서 주로 사용하던 경량등급이 남아 돌게 된 것으로 보인다.

유도로 업체들은 전기로로 빠르게 전환 중이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조강생산 통제를 위해 전기로 투자에 대해서도 브레이크를 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사가 방문한 당산지역 최대 철 스크랩 공급사의 경우 유도로를 폐쇄하고 전기로로 전환을 모색 중이지만 전기로 투자 허가가 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철 스크랩을 구매해 내수와 수출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철 스크랩 소비가 늘어나더라도 경량으로까지 확대되지 않으면 경량번들과 경량 슈레디드는 수출이 계속될 것으로 보이며, 철 스크랩의 특성상 남는 것은 가격에 맞춰 수출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결국 문제는 중국 정부의 최저가격이다. 최저가격에 맞춰 꾸준한 수출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다.
중국 철 스크랩 수출의 가장 큰 난점 중 하나는 부피다. <사진> 중국 철 스크랩 선적 후 트리밍을 하는 모습
▲ 중국 철 스크랩 수출의 가장 큰 난점 중 하나는 부피다. 중국 철 스크랩 선적 후 트리밍을 하는 모습


3. 중국의 철 스크랩 유통 시스템은?

어느 나라나 철 스크랩은 수집 가공 제강 단계로 이루어진다. 중국도 비슷한 것 같다. 수집·중간 유통업체(번들 가공)·슈레더·판매상·수출 혹은 내수의 경로를 밟는 것으로 보인다. 슈레더가 중심이고 야드업체가 아니라 판매상이 최종 판매를 한다는 점을 빼면 거의 비슷한 유통경로를 밟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중국 철 스크랩 시장은 1) 무자료 2)번들과 슈레디드 3) 운송의 비효율성 등이 특징으로 보인다.

중국 철 스크랩 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무자료와 환경문제에 대한 불감증이 보인다. 당사가 당산지역 내 철 스크랩 야드를 실사하는 과정에서 대부분의 업체들은 세금계산서가 없거나 없다는 뉘앙스의 얘기를 했다.

무자료 거래의 특징은 아는 사람과 거래한다는 점이다. 중국의 한 야드업자는 “호가가 비싸도 모르는 사람에게 팔지 않는다. 관시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결국 중국 철 스크랩 수입을 위해선 직접 야드 계약을 맺을 수 없고, 세금 문제를 해결할 무역상이 필요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당사가 방문한 야드업체들은 슈레더를 보유한 업체들이었다. 슈레더는 2,000마력급이 대부분이었다. 당산의 한 업체는 철 스크랩 판매 확대를 위해 6,000마력급 슈레더 설치를 시작하기도 했다.

중국 슈레더 야드업체의 철 스크랩은 중량물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두께 6mm 이상은 슈레디드로 가공해 국내 철 스크랩으로 사용되는 것으로 보이며 두께 2~6mm가 수출의 주종으로 보인다. 야드 업체 관계자는 “6mm 이상이 약 15달러 정도 비싸 수출 경쟁력이 없다”고 말했다.
중국은 방통차 대신 철 스크랩을 짜서 운반하는 것 같다. <사진> 중국 당산의 어느 야드 앞에서 납품을 위해 운행하는 철 스크랩 운반 차량을 만났다.
▲ 중국은 방통차 대신 철 스크랩을 짜서 운반하는 것 같다. 중국 당산의 어느 야드 앞에서 납품을 위해 운행하는 철 스크랩 운반 차량을 만났다.


-규모의 경제 구축 중

슈레더 4기를 가동하고 한달에 3만톤을 판매하는 이 업체의 경우 두 세명이 판매와 구매를 모두 하고 있을 정도로 판매와 구매는 효율적이라고 한다. 설비 운영 및 야드 관리까지 약 30명 정도여서 한국과 비슷하거다 다소 많은 것으로 보인다. 구매와 판매 인력은 우리보다 적고, 현장인력은 다소 많아 보인다.

- 환경 부담금 최소?

중국의 슈레더 업체들은 환경문제에 대한 취약점을 안고 있다. 발생한 폐기물에 대한 처리도 정상적이지 않아 보이고, 공장내도 분진과 소음이 가득하다. 향후 환경에 대한 부담이 크게 늘어날 여지가 있지만 최소한 한국에 비해 환경관련 비용은 크게 낮을 것으로 보인다.

- 원거리 수송에 대한 비효율성

중량물의 경우 지역내 소비가 가능한 것 같다. 그러나 경량물은 지역내 소비가 어려워 가격이 높은 지역으로 원거리 수송이 불가피해 보인다. 당사가 방문한 업체들은 근거리에서 주로 구매를 하지만 멀게는 감숙성이가 광동성에서도 번들이 올라온다고 답했다. 원거리 수송의 경우 가격 경쟁력을 장담하기 어려워 보인다.

또 번들 업체들은 거래의 안정성이 중요하지만 가격이 맞는 곳에 판매하는 것이 특징이어서 품질관리가 취약할 가능성도 상존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수출 납기 경쟁력은 탁월할 듯

당사에서 방문한 슈레더 야드업체의 경우 월간 판매량이 3만톤 전후라고 답했다. 당사가 가장 크다고 답한 업체는 3만톤 이상이라고 응답했다. 3만톤 이상업체가 당산지역에 약 3~4개사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업체들은 수출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철 스크랩 수출의 장점은 빠른 선적과 납기다. 공급사 관계자는 계약 후 15일 이내 도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빠른 납기로 인해 철 스크랩 변동성에 따른 위험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지적됐다. 또 일본과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동아시아의 맹주인 일본 대비 가격 경쟁력을 갖춰야 수출이 가능한 구조다.
양질의 철 스크랩을 슈레더 가공하기 위해 투입 중이다. <사진> 고로사들은 대부분 슈레더로 구매중이다. 양질의 철 스크랩은 대체로 슈레더로 공급되고 있는 것 같다.
▲ 양질의 철 스크랩을 슈레더 가공하기 위해 투입 중이다. 고로사들은 대부분 슈레더로 구매중이다. 양질의 철 스크랩은 대체로 슈레더로 공급되고 있는 것 같다.

4. 결론 :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중국의 야드 업체 관계자는 “중국 철 스크랩 시장은 뜨겁다. 파는 것도 사는 것도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그만큼 뜨겁다는 말이다. 중국 철 스크랩 시장이 유도로 폐쇄와 중국 정부의 철 스크랩 사용 촉진 정책으로 불붙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항간에는 중국의 철 스크랩 축적량을 고려할 때 대규모 수출 길에 나설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충분히 상상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아직 중국 정부의 정책은 수출을 통제하고 철 스크랩을 자원으로 직접 활용하겠다는 생각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철 스크랩 대량 수출은 억제를 지속할 가능성이 큰 것 같다. 그러나 일부 경량등급의 수출은 용인 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유도로 폐쇄로 철 스크랩 수출의 필요성이 생긴 것이다.

유통업체 입장에서는 슈레더와 길로틴의 모재 부족을 해소하는 창구로 중국 철 스크랩의 수입을 검토 중이다. 중국에서 모재를 일부 수입할 경우 국내 시장에서의 치열한 모재 경쟁도 완화 될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체에서 중국 철 스크랩 수입을 긍정적으로 고려하는 또 다른 이유는 판매능력 확대다. 국내 시장에서 판매 능력을 늘리기 위해선 구매를 늘려야 한다. 이는 국내 경쟁을 심화시켜 수익성을 저해시키는 요인이 된다.

제강사 입장에서는 일본 철 스크랩에 대한 의존도 심화를 완화시키고 수입시장의 경쟁을 강화하는 방편으로 중국 철 스크랩 수입이 적극 고려 되고 있다. 유통은 가격이 맞는 조건하에 수입을 추진하지만 제강사는 일본과 같은 가격이면 수입할 수 있다는 입장을 갖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 철 스크랩은 지금 우리 시장에 현실이 됐고 직접 간접으로 우리시장에 영향을 주는 시대가 됐다. 중국 철 스크랩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경쟁력의 또 다른 축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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