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까지 국산 열연 수출 1위국을 굳건히 지켜왔던 미국은 올해 10위권까지 추락했다. 한국철강협회 자료에 따르면 올 1~8월까지 국산 열연의 미국향 수출은 19만7,868톤에 그쳤다. 평균 월별 수출로 나누면 2만4,734톤 남짓에 불과하다. 전년동기대비 75.2% 급감한 양이다.
열연 수출국 점유비율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4.2%로 전년동기대비 9.7%p나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향 수출 위축의 발단은 관세 폭탄이다. 미국 상무부(DOC)는 지난해 8월 한국산 열연에 대해 13.38~57.04%의 높은 수입관세를 최종 확정했다. 특히 미국향 열연 수출 비중의 70% 이상을 차지했던 포스코의 경우 57.04%라는 상계관세를 부과받으면서 사실상 수출 길이 막혀버렸다.
실제 올 상반기 포스코의 열연 수출은 161만톤에 그치며 전년동기대비 80만톤 이상 축소됐다. 외판용 판매에서 절반을 웃돌던 포스코 수출 비중 역시 올해는 40%를 채 넘기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미국향 수출 급감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미국이 당사 열연에 높은 수입관세를 매기면서 사실상 주력 수출국 한 곳을 잃어버린 셈이다. 멕시코로의 우회 수출, 인도 및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 수출 확대 등을 추진 중이나 상쇄가 쉽지 않은 여건이다”고 밝혔다.
특히 트럼프 신정권이 들어서고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추가적인 수입규제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어 향후 시장여건 개선도 불투명해졌다. 최근 미국 언론은 미국 상무부가 ‘철강 수입제재 보고서’에 한국을 관세부과 국가에 포함했다고 보도했다.
철강 수입국을 관세가 면제되는 1그룹, 전면 관세 부과 대상인 2그룹, 관세 부과와 수입 제한이 되는 3그룹으로 나누는데 한국을 2그룹에 포함시켰다는 것이 골자다. 2그룹 국가에는 중국과 베트남도 있어 한국산 철강재가 중국산과 같은 100%가 넘는 초고율 관세를 부과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한국 열연 수출가격이 미국 내수가격보다 높기 때문에 중국과 같이 초고율 관세를 부과받을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다만 이러한 미국의 강력한 수입규제 의지는 향후 수출여건 개선에 대한 기대를 사라지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국내 열연 수출업체들이 미국향 수출 위축 피해를 상쇄하기 위해서는 수출지역 다변화와 국내시장 점유율 확대 등의 노력에 더욱 힘써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또 범용재보다 고부가강종 수출을 늘리는 방안도 병행해야만 한다.
아울러 개별업체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통상문제 해소를 위해 정부와의 협력전선 구축, WTO 제소 등을 통한 장기적인 차원에서의 대응방안 마련에도 총력을 기울여야만 할 것으로 보인다.
유범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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