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로 기반 봉형강 제강사의 필수 부자재 전극봉. 별다를 것 없던 존재감은 제강업계를 위협하는 치명적인 변수로 각인됐다. 연초부터 지속된 전극봉 대란은 원가상승 부담을 넘어 생산차질 공포로 바뀌고 있다.

■ ‘쉬쉬’하던 전극봉 대란, “말 못한 동병상련”

제강사는 전극봉 대란에 전전긍긍했다.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난리였지만, 자재조달에 대한 책임 때문에 드러내고 하소연 할 수도 없는 속사정이었다. 가격폭등이 곧바로 공급차질로 이어지면서, ‘쉬쉬’하며 전극봉을 빌리러 다니는 속앓이가 깊어졌다.

전극봉 가격은 이미 천정을 뚫었다. 올해 1분기 까지만 해도 2,000달러 수준이던 전극봉 가격은 거침없는 폭등을 이어왔다. 지난 8월 2만 달러를 기록한 전극봉 가격은 연초 대비 정확히 10배가 뛰었다.


전극봉 가격폭등 체감은 보유재고와 연간계약 시점, 조기공급 여부 등에 따라 제각각이다. 철근 제강사에 따르면, 2,000달러짜리 전극봉의 원가비중은 톤당 약 4,000원으로 추산된다. 10배의 가격상승을 반영할 경우, 현재는 톤당 4만원의 원가를 차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전극봉 대란의 공포는 원가상승뿐만이 아니다. 공급난이 지속될 경우, 언제든지 전기로 가동이 멈춰 설 수 있는 심각한 생산차질 변수라는 점에서 경각심이 크다.

■ 감출 수 없는 원가상승..‘생산차질 공포’ 확산

전극봉 문제는 더 이상 감출 수 있는 고민이 아니다. 이제는 몇몇 제강사의 속앓이가 아닌, 모든 전기로 제강사의 ‘원가상승’·‘생산차질’ 변수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기약 없는 전극봉 대란의 여파가 내년까지 연장될 수 있다는 불안감도 커졌다.

7대 철근 제강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극봉 문제로 생산차질을 겪고 있다’는 응답은 아직 없었다. 여전히 표정관리에 신경 쓰는 게 아닐까. 여름부터 전극봉을 빌리느라 애를 태웠던 것만으로도, 이미 생산차질을 부인할 수 없다. 실제로, 일부 제강사는 전극봉 부족으로 대보수 기간을 늘렸다는 소문까지 돌 정도였다.

원부자재 가격폭등으로 ‘가동의 의미가 없는’ 적자위기를 맞았다면, 이 또한 직간접적인 생산차질 문제를 겪고 있는 셈이다.

전극봉을 사용하는 전기로 제강 모습
▲ 전극봉을 사용하는 전기로 제강 모습

향후 생산차질에 대한 우려는 더욱 높아졌다. 비교적 형편이 나은 대형 제강사의 경우, 3개월~5개월분의 전극봉 재고를 운영해왔으나, 전극봉 대란 이후 1~2개월분의 최소 재고만 운영하고 있다. 그마저도 납품예정 물량을 앞당겨 쓰는 고육책으로 버티는 실정이다. 이러다보니, 잔여 계약물량의 조기 소진과 조기 원가상승 부담을 떠안게 됐다.

다가오는 재계약 걱정도 크게 늘었다. 전극봉 연간계약 시점은 제강사마다 다르다. 재계약을 앞둔 제강사들은 가늠하기 힘든 구매단가와 장담할 수 없는 물량확보에 떨고 있다. 새로운 전극봉 공급업체도 물색했지만, 천정부지로 치솟은 가격과 불확실한 거래이행 걱정으로 뾰족한 대안을 찾기 어렵다.

전극봉 대란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제강사들은 4분기부터 생산차질이 가시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내년 초부터는 본격적인 생산차질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생산차질을 막는다 해도, 재계약 물량의 원가부담은 내년까지 제강사의 속을 태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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