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8월 셋째 주의 의미

올해 광복절을 기점으로 국내 철 스크랩 시장의 기류가 바뀌었다. 물동량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국제가격은 강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한국 철 스크랩 시장은 조로 현상을 보이면서 변화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국내 철 스크랩 가격은 국제가격과 연동해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해 왔다. 공급부족이라는 한국 시장의 특수성이 반영돼 국제가격이 국내 시장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온 것이다. 제강사들은 일본 철 스크랩 대비 3만원 정도 저렴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공급부족이라는 여건을 고려 할 때 3만원 차이는 무리다. 지난해의 경우 국내와 일본 철 스크랩 구매가격은 거의 차이가 없었다.

대한제강의 최근 수년간 공시 자료를 보면 국내 철 스크랩 구매가격과 수입가격과의 격차는 해가 갈수록 줄었다. 2014년의 경우 수입이 4만4,203원 비쌌다. 2015년에는 1만5,281원으로 줄었고, 지난해에는 오히려 수입이 7,615원 낮았다. 올해 상반기에는 수입이 1,213원 높았다.

이러한 현상은 세아베스틸도 비슷하다. 세아베스틸은 2014년 수입이 2만7,000원 높았다. 그러나 2015년에는 격차가 1만8,000원으로 줄었고, 지난해에는 수입이 7,000원 낮았다. 올해 상반기까지는 1만6,000원 높았다.


국내와 수입간이 가격격차가 최근에는 다시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 철 스크랩이 국제가격과의 동조화에 일부 균열이 생긴 것이다. 국제가격에 기대어 등락을 하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곳곳에서 이탈 조짐이 보이고 있다.

특히 8월의 경우 이러한 현상이 더욱 심해졌다.

8월 일본 H2 철 스크랩 수입가격(로전가격 기준)과 국내 철 스크랩의 제강사 구매가격간의 격차는 5만원 안팎이다. 지난해 국내와 수입간의 격차가 거의 없었던 것에 비해선 크게 늘어난 것이다.

큰 격차에도 불구하고 지난 8월15일부터 국내 철 스크랩의 물동량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가 남아 있지만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반면 일본과 터키의 철 스크랩 수입가격은 여전히 강세다. 일본 동경제철은 21일 철 스크랩 구매가격을 추가로 올렸다. 우츠노미야공장의 경우 1,500엔 추가로 올려 3만2,500엔까지 상승했다. 현대제철의 구매가격 수준까지 높인 것이다.

2. 가격차 불구 물동량 증가 왜?

유통업체와 제강사들은 9월 시장도 강세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량이 도는 것은 시장의 구조적 변화 때문이다.

가장 큰 이유는 입고 통제에 대한 유통업계의 불안감이다. 최근 2년간 제강사들의 구매전략은 국내 시장의 공급과잉 전략이었다. 적극적인 수입을 통해 수급을 맞추고 국내 철 스크랩의 하향 안정을 유도하는 전략이었다.

이 때문에 가격과 물량 증가가 이어지면 제강사들은 자연스럽게 야드 부족으로 입고 통제를 할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자급도의 증가와 제강사의 꾸준한 수입은 입고통제의 장기화를 낳았다.

여기에 방통차량(철 스크랩 전용 운반차량)의 감소에 따른 납품 전쟁도 유통업체들의 적기 매도가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결국 제강사 구매팀의 “가격이 예상수준까지 오를 수 있지만 그 가격에 팔 수 없을 것”이라는 말이 협박 아닌 협박이 되고 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재고를 보유한 유통 업체들은 납품 전쟁 회피와 하락기 매도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점 매도 대신 이른바 어깨에서 매도하는 전략을 세울 수 밖에 없게 됐다. 일부 대형 유통업체들의 매도는 시장의 불안감을 자극해 물동량 증가로 이어지게 된다.

결국 고점에서 매물이 터지는 것이 아니라 80% 높이에서 매물이 터져 매도 타이밍을 앞당기는 효과를 낳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지난 8월 뿐이 아니다. 지난 3월에도 같은 현상이 나타난 바 있다.


두 번째 요인은 자금이다. 재고=비용이라는 것은 상식이다. 즉 많은 재고는 비용의 증가를 의미한다. 또 재고 보유 기간이 길면 길수록 비용도 함께 늘어난다. 지난 수년간 국제 원자재 가격의 대세 하락과 제강사의 적극적인 저가 매수 전략으로 유통업체들의 자금력은 고갈된 상태다.

재고를 쌓아 놓고 오래 버틸 체력도 부족한데다 자금력 부족은 불안감을 더 부추기기 마련이다. 부족한 자금력으로 인해 고점 매도보다 위험 분산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 유통업체들의 입장이다.

세 번째는 구좌들의 역할이다. 구좌들은 철 스크랩 유통의 중추를 담당하고 있다. 구좌들의 이윤은 중소상의 야드 철 스크랩을 제강사로 직납해 거두는 유통 마진, 구좌 야드에서 출고되는 야드 판매 마진 그리고 인센티브 등으로 구성돼 있다.

유통 판매의 경우 구좌간 경쟁이 치열해 마진 확보가 여의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또 자체 야드 물량의 경우 중소상 처럼 시세차익을 거두기 어렵다. 제강사의 납품 독려로 재고 확보 및 차익을 거둘 시간적 여력이 없다.

구좌업체들의 주된 이익은 월 할당량과 납품 실적에 따라 제강사 따로 챙겨주는 인센티브에 의존 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가격을 떠나 대형 유통업체인 230여 구좌업체들의 납품량은 어느 정도 부침이 있지만 인센티브 확보를 위해 납품량을 어느정도 유지 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이러한 w제강사 입장에서는 구좌업체들의 적극 납품 유도를 재고 부족을 완화 시킬 수 있게 된 것이다. 구좌업체들의 물량 회전 중심의 재고 운영은 제강사의 시장 장악력을 높이는데 일조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 제강사의 가격 정책을 꼽을 수 있다. 남부지역 제강사를 중심으로 단기 급등락을 유도해 유통업체들의 위험 비용을 높인 것도 고점 매도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3. 국내 철 스크랩 저 평가 지속 될 듯

우리는 한국 철 스크랩의 저 평가가 상당기간 지속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철 스크랩의 계속되는 한국 수출과 국내 철 스크랩의 자급도 증가, 전기로 제강사의 철 스크랩 소비 감소 가능성 등을 고려 할 때 국내 제강사의 시장 지배력은 시간이 갈수록 강해 질 가능성이 높다.

반면 수급의 완충 역할을 하고, 국제가격에 빠르게 수렴할 수 있게 유도 할 수 있는 장치인 수출은 아직 맹아적인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철 스크랩 수출 자본은 아직 미미하고, 수출의 중핵이 될 가능성이 큰 대형 유통업체들은 제강사의 시장 지배력을 즐기고 있다.

이러한 시장 여건을 고려 할 때 지난 8월의 저 평가가 일회성 성격에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스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