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앤스틸 서정헌 대표이사 사장
▲ 스틸앤스틸 서정헌 대표이사 사장
우리나라 철강업계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비용증가는 중국발 위험비용의 급증이다. 철강사 비용을 구성하는 다양한 항목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중국발 가격변동으로 인한 위험비용이 갈수록 중요시 되고 있다. 우리나라 제강사, 국내유통, 수출입 등 철강관련 모든 주체들이 중국발 철강가격 변동에 따른 높은 위험비용을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위험비용을 어떻게 극복하는가에 따라 각 주체들의 승패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발 위험비용을 잘 예측하고 대비하는 철강사는 시장에서 살아남을 것이고, 그렇지 못한 철강사는 시장에서 퇴출될 수도 있다.

위험의 진원지는 한국이 아니라 중국이다. 중국발 철강가격의 변화가 위험의 진원지인 것이다. 국내에서 일어나는 위험도 통제하기 어려운데 중국발 위험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중국발 가격위험은 몇 배로 증폭되어 우리나라 철강시장으로 전달된다. 중국시장에서 시작되는 철강가격 변동이 우리나라 철강업계 모든 주체들의 위험수준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중국발 철강가격의 변동이 커지면 커질수록 그 과실은 우리나라보다 중국 쪽으로 더 많이 떨어진다. 위험비용 증기로 인해 우리나라 철강산업의 국제경쟁력은 상대적으로 더 약화되고 중국 철강사는 더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 다른 시각으로 보면 중국 철강사는 한국 철강시장의 높은 위험비용을 즐길 수도 있을 것이다.

중국발 철강가격이 우리나라 철강가격을 결정하기 때문에 우리나라 철강수급이 스스로 철강가격을 만들지 못한다. 따라서 우리나라 철강수요와 공급을 논하는 국내 철강시황은 큰 의미가 없어진다. 철강시장에 대한 모든 관심이 중국으로 쏠리게 되는 것이다. 중국 철강가격이 국내 수급과 무관하게 우리나라 철강가격을 결정함으로써 철강재 수급과 가격이 일치하지 않는 상황이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철강재 거래가 혼란스러워지고 거래비용도 높아진다. 우리나라 철강시장의 모든 주체들이 직면하는 위험비용은 큰 폭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위험비용을 극복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중국발 철강가격의 움직임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철강산업을 구성하는 모든 주체들이 중국발 철강가격 변동에 대한 시장적응력을 높이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의 과정에 자연스럽게 국내 철강사 경영전략도 시장지배력에서 시장적응력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철강산업의 특성상 시장지배력은 여전히 중요한 전략이지만 큰 틀에서 보면 시장지배력에서 시장적응력으로 전략이 중심이 바뀌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더 이상 덩치가 큰 철강사, 시장지배력이 강한 철강사가 무조건 승자가 되는 것도 아닌 세상이 되는 것이다. 이제 중국발 철강가격을 잘 예측하고 그 가격의 움직임에 잘 적응하는 철강사만 시장에서 승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중국발 철강가격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것이 우리나라 철강사들의 위험비용을 줄이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그러나 중국 철강가격을 정확히 예측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상황에서는 우리 스스로 이런 노력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스틸앤스틸도 중국발 철강가격을 좀 더 정확히 예측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중국 철강시장의 중심부에 가격정보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중국 현지 철강 정보회사와 관계도 강화하고 있다. 당사에서는 철강가격 예측을 위한 다양한 통계적 기법도 동원하고자 한다. 특히 최근 4차 산업혁명에서 큰 흐름의 하나로 주목받는 빅데이터나 인공지능을 동원하여 중국 철강가격을 예측하는 방법에 시도하고 있다.

최근 일시적인 중국발 철강가격 상승으로 인해 국내 모든 시장 참여자들의 수익성이 좋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장기적으로 즐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장기적으로 중국 정부의 강력한 산업정책으로 중국 철강산업이 빠른 속도로 고도화되고 국제경쟁력도 강화되고 있다. 그 결과 한중 철강산업 사이에 고급강과 저급강의 국제분업구조가 뒤집어지거나, 철강과 철강수요산업의 국제분업구조가 뒤집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다. 한중간 제조업 전반의 국제분업구조가 뒤집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철강산업의 사양화 속도를 지연시키기 위해서라도 중국발 위험비용을 줄이는 철강업계의 노력이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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