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데일리 유재혁 기자
▲ 스틸데일리 유재혁 기자
자동차와 가전 등 대형수요업체들의 납품단가 인하요구는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심지어 최근에는 원자재 가격 급등 영향으로 제조원가 부담이 오히려 가중됐음에도 불구하고 납품단가 인하 요구가 있었고 실제 일부 가전용 컬러강판의 경우 일정 수준의 인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같은 대형 수요업체들의 가격 인하 요구에 관련 컬러업체들이 대응하기 어려워지는 것은 수익성을 이유로 국내 생산설비를 해외로 이전하는 등 갈수록 납품량 확보가 어렵고 이 때문에 수익확보 어려움 또한 가중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경쟁업체들끼리 가격을 일정수준으로 조정하자고 이야기할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납품물량을 빌미로 경쟁을 부추기고 물량을 잃게 될까 가격을 인하하는 구조가 개선되지 못하면서 수익성 확보는 갈수록 먼 나라 이야기가 되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원자재인 열연 등 가격 급등으로 제품 판매 가격을 인상하고 있는 시점에서도 일부 가전용 컬러 납품단가 인하가 이뤄질 정도라면 평상시에는 말 그대로 납품단가에 대한 정당한 인상요구조차도 하기 불가능해지는 것이 현실이 아닌가 싶다.

실제 현대기아자동차와 현대제철간 자동차강판 가격 협상에서도 현대기아자동차의 수익성 저하라는 분위기 때문에 협상이 지연되는 것은 물론 인상된 원자재 가격 상승분에 대한 가격 인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주장도 지속적으로 제기된 바 있다.

결국 심화되는 경쟁구도와 수익축소는 각 업체별 신규 제품 개발 의지를 좌절시키고 이는 결국 제품 경쟁력 저하와 자동차와 가전 등 완제품 품질의 저하로 연결되지나 않을지 걱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되어가고 있다는 주장이다.

무한경쟁 속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적극적이고 끊임없는 제품 개발을 바탕으로 시장수요를 만들어 가면 되지 않느냐는 반론도 가능하다. 그리고 경쟁력없는 업체라면 실제 시장에서 퇴출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 역시 설득력 있는 주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제대로 된 제조원가 상승분에 대한 보장도 이뤄지지 않는 상황속에서 무조건 철강업체들에게 가격 인하와 경쟁력 개선만을 요구하는 것이 과연 순서인지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1분기와 마찬가지로 3분기에도 철강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수익저하 현상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미 2분기 수익저하를 경험한 바 있는 업체들로서는 적극적인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지만 대형 수요처에 대한 가격 인상 적용은 역시 이번에도 지연되는 모습이다.

제품 개발 자금마저 확보하지 못해 기술 경쟁력을 잃고 임가공업체 수준으로 철강업체들이 전락한 이후가 되어서야 국내산 자동차와 가전제품의 국제 경쟁력 하락을 아쉬워할 것인지, 아니면 적극적인 상생의 길을 모색할 것인지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저작권자 © 스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