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패턴 변화의 정확한 인식, 그것에 맞춘 전략적 대응과 선택이 중요하다”괄목할 성장을 이룬 미르철강의 비결이다. 미르철강의 행보는 빨라진 시장변화와 깊어진 생존의 고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호황은 모두에게 기회였다. 하지만 불황에서의 기회는 공평하지 않다. 남다른 관점과 사업구성으로 활로를 열어가는 미르철강의 준비를 눈여겨 볼 일이다. 미르철강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끌고 있는 권용성 이사를 만나 그 나름의 비결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주)미르철강 이사 권용성
▲ (주)미르철강 이사 권용성
Q> 최근 년도 미르철강의 경영실적 약진이 큰 관심을 모았다. 괄목할 경영성과의 배경과 견인력을 어떻게 보는가? 올 한해의 경영실적은 어떻게 예상하는가?

A> 회사 설립 이후, 미르철강은 해마다 새로운 아이템을 늘려왔습니다. 새로운 아이템을 기존 취급 품목과 연계하여 전체 사업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었습니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에 창업하면서 ‘한 가지 아이템이나, 한 가지 사업에만 몰두하다간 한계에 부딪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절대적인 진리로 갖게 됐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인식은 발전적인 미래를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게 만들었고, 이것이 저희 회사의 강점으로 성장했다고 생각합니다.

기존 취급품목을 기반으로 연관 시장의 수요흐름을 읽어내고, 국내외 시장을 연구해 시너지 품목을 늘려가는 방식이 주효했습니다. 또한, 각 사업별 매출의 비중을 회사의 사정에 맞게 조절해왔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포트폴리오식 사업 구상과 각 아이템이 연계된 사업 방향의 설정은 회사가 꾸준한 성과를 이뤄내는 중요한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미르철강은 1,24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습니다. ‘철근 가공업’이라는 신규 사업이 추가되면서 단순 숫자로만 매출액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 이익 부분에서도 상당한 개선효과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올해는 1,700억원 규모의 매출달성과 이익개선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것 역시 신규로 진출한 철근 가공사업의 기여가 큰 상황입니다. 지난해 철근 가공 관련 매출은 전체의 15% 선을 차지했고, 올해는 7월까지 35%의 매출비중으로 성장했습니다. 점점 늘어나는 가공 실수요 매출과 함께 회사의 수익도 향상 시켜나갈 계획입니다.


Q> 미르철강은 다양한 포트폴리오와 사업 시너지에 대한 평가가 특별하다. 사업 구성에 대한 소신과 전략적 관점을 듣고 싶다.

A> 다양한 포트폴리오의 첫 번째 주안점은 리스크 관리입니다. 철강업이라는 특성상 거래 금액이 일반 소비재와 달리 크기 때문에, 리스크를 안고 사업을 영위하기엔 너무 큰 부담이 따릅니다. 그 다음 주안점은 철강과 건설업의 기본에 충실한 아이템별 시황의 특성 파악입니다. 건설의 기초인 토목에 주로 사용되는 형강류를 취급하면서 얻게 된 진리입니다만, “땅을 파야 건물을 지을 것이며, 땅을 파면서 지을 건물의 종류에 따라 그 다음 철강 품목의 수요가 결정 된다”는 것입니다.

사업 초기였던 2010년~2011년 시점에 저희가 주로 납품하던 현장들의 특성은 금융위기 이후, 정부 주도의 SOC 사업과 경기부양을 위한 정책적 신도시 개발 현장들이었습니다. 단순하게 ‘철근을 팔아 보겠다’라는 단편적이고 즉흥적인 생각으로는 절대로 시너지와 그 이후의 전략적 접근이 뒤따르지 않습니다. 한 번 더 생각하고 고민하여 택한 것이 철근 가공이었고, 미래 발전적인 관점에서 이를 다시 연구하기 위해 일본 철강업계를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저희는 일본에서 회사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모델을 보게 됐습니다. 바로 ‘유통’과 ‘가공’의 결합입니다. 가공만 해서도 안 되고, 유통업만 영위해서도 한계가 있기에,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었던 일본 철강업계에서는 유통과 가공업의 결합 모델만 살아남아 있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길게 보고 준비하는 미르철강의 소신을 굳히게 됐습니다. 그 다음 전략은 선택과 집중입니다. 뜻이 맞거나 생각이 같은 파트너를 찾아 절대적인 신뢰와 믿음을 서로에게 보여주어 제 3의 힘에 무너지지 않는 강력한 파트너십을 확립하는 것입니다.

Q> 미르철강은 중국과 일본 등 해외 거래처와의 접점이 남다른 것으로 알고 있다. 남다른 관계를 맺게 된 비결과 시각을 듣고 싶다.

A> 중국과 일본의 거래처 중 긴밀한 관계를 맺은 파트너 메이커가 몇 군데 있습니다. 혹자는 “필요하면 돈을 주고 얼마든지 살 수 있어”, “물량만 갖고 있으면, 그 메이커 말고도 얼마든지 많아”라고 말합니다. 현재 국내외 철강업계의 공통분모는 ‘공급과잉’이 맞습니다. 그러니, 사는 사람은 언제든, 얼마든, 아무에게나 살 수 있다는 판단도 무리는 아닙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상대방도 똑같은 시선으로 나를 바라본다는 것입니다. 상대적인 관점에서 거래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된 셈이죠.

일본은 제품만 만드는 메이커. 그것을 유통·가공해서 판매하는 상사. 이를 사용하는 건설사로 나뉘어져 각자의 영역만을 지킵니다. 그런 다음 서로 신뢰를 나눈 회사하고만 거래를 합니다. 서로를 믿고 각자의 역할에 집중하는 것이 일본 시장의 메커니즘으로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다중 구매나 다중 판매도 있지만, 그런 사례는 극히 드문 일입니다.

이것이 공급과잉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했습니다. 저희는 이런 관점을 바탕으로 해외 거래처와 관계를 맺어 왔고, 최소한 지금까지 저희에겐 틀린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 주고 있습니다.

미르철강은 한국을 뒤 따라 오는 중국시장과 앞서가는 일본시장을 지속적으로 관찰하면서 상호 협력하고 있습니다. 철근 가공업을 진출하면서 필요했던 설비구매 등에 일본 측 거래선의 각별한 도움이 있었고, 가공이 가진 로스, 생산 효율성 제고에 많은 도움을 준 것이 중국의 메이커였습니다.


Q> 미르철강은 철근 가공사업 진출 이후 빠른 성장을 이뤘다. 가공사업이 단기간 내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이유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A> 첫 번째는 철근 가공업도 기존 사업과 연계한 시너지를 창출했다는 것입니다. 양날의 검을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Give & Take도 중요합니다. 수요처와 공유할 수 있는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두 번째는 수요시장의 정확한 요구와 수요패턴 변화를 인정하고, 그에 맞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건설사들은 금융위기와 대규모 미분양 사태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겪어왔습니다. 다시금 주택사업 활황이 연출됐지만, 각자의 원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쏟아야 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무난한 품질에 가격경쟁력까지 보유하고 있다면, 수입산 철근을 사용할 수 밖에 없는 것이죠. 하지만 국내에서는 국내산·수입산 자재 납품은 물론, 이것을 혼용 가공하여 일괄 납품할 수 있는 곳이 전무한 상태입니다. 저희는 수요처의 요구에 맞는 틈새시장을 주목했습니다.

세 번째는 철근을 직접 수입하고 가공까지 한다는 점입니다. 수입산 철근 자재를 제 3의 업체에서 구매하고, 이를 다시 또 다른 가공업체에 임가공 한다면 건설사에겐 상당한 리스크가 발생하게 됩니다. 단순히 지급보증이나 담보만으로 리스크를 완벽하게 해소했다고 보기 힘들기 때문이죠. 그 액수만큼의 자재 리스크는 물론이고, 건설현장 납품지연, 공사지연에 따른 비용증가, 자재 대체에 따른 가격차 부담액 증가 등 건설회사들은 다양한 리스크와 부담을 떠안게 됩니다. 하지만 저희와 거래하는 건설사들은 이런 리스크가 ‘제로’입니다.

네 번째는 시황의 도움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현재 제강사를 비롯해 특히 철근 가공업계는 유례없는 호황으로 일감이 넘쳐나고 있으며, 철근의 조달에 큰 어려움을 겪을 정도입니다. 이러한 호황은 저희 역시 철근 가공업이 조기에 연착륙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Q> 미르철강의 제 2 철근 가공공장에 대한 관심이 높다. 철근 가공사업 확장에 나선 설득력과 2공장 운영 계획을 듣고 싶다.

A> 현재 가동 중인 제 1공장의 가공능력은 월 6,500톤입니다. 이것도 당초 5,000톤을 기반으로, 최대 6,000을 목표로 하였으나 기계설비의 추가 도입과 가건축물을 증설하면서 얻어진 증설분이 포함된 것입니다.올해 연초 미르철강의 철근 가공 수주잔량은 15만톤을 상회했으며, 현재도 진행형입니다. 올해부터 보유능력의 두 배에 달하는 월 1만톤의 철근을 가공해야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바로 이점이 제 2 공장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본격적인 검토에 나선 이유였습니다. 거래하는 건설사들의 지방 현장 발생도 무시 못 할 지역적 한계를 실감하게 됐습니다. 검토 초기엔 지방의 가공공장 인수를 검토하기도 했지만, 관리적 문제점이 대두되어 포기하고 인근 지역의 공장 신축을 결정하게 됐습니다.

미르철강은 지난 달 부터 월 1만2,000톤의 가공철근 수요를 대응하고 있습니다. 불가피하게, 4,000톤~5,000톤은 외주 임가공으로 해결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제 1공장의 지속적인 야간 가동과 외주 임가공처 확보 또한 녹록치 않은 부담인 게 사실입니다. 거래 건설사들의 거래신뢰와 신규현장 증가 등을 제 2공장 신축의 설득력으로 삼았습니다.

신축하는 제 2공장은 월 2,500톤~3,500톤 규모의 가공능력을 갖출 계획입니다. 이미 가공능력에 맞춘 설비 구매 및 발주를 마친 상태로, 공장 준공은 오는 8월 말경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향후 제 1공장은 수입 전용, 제 2공장은 국내산 전용 가공체제로 운영할 계획입니다. 최근 들어 건설사들의 수입산:국내산 혼합 가공의 경우, 7:3 또는 8:2의 비율이 대부분입니다. 이 비율에 맞춰 공장별 가공능력을 안배한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혼합 가공의 단점 중 하나인 원산지 오가공의 문제가 완벽하게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제 2공장을 국내산 전용 라인으로 운영하려는 큰 이유 중 하나는 국내 제강사와의 협력입니다. 미르철강은 갑-을 관계로 나뉘는 비즈니스를 지양합니다. 협력의 부가가치를 공유해 상생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가공 철근의 직접수주가 크게 늘어나면서 제강사와의 가공계약이 거의 없는 상황입니다. 이에 반해, 제강사들은 넘쳐나는 가공 수요를 해소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상호간의 요구에 의해 성립되는 비즈니스는 갑-을 관계가 아닌, 협력의 비즈니스 파트너로 발전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미르철강은 명실상부 철근 유통·가공업계를 대표하는 회사로 성장했다. 철근 유통·가공 시장의 변화와 바람직한 발전 방향에 대한 견해를 듣고 싶다.

A> 혼자만의 발전은 없습니다. 한 가지 만으로의 발전 또한 없습니다. 오직 수요 패턴 변화의 정확한 인식과 흐름을 충분히 이해하고, 그것에 맞춘 전략적 대응과 선택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철근도 가공만 해서는 변화하는 건설업계의 요구에 부응할 수 없습니다. 유통만 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각자 나름의 사업방식과 철학, 사정이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현실에 안주하는 것 보다 시장흐름에 맞춰 발전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철근 유통과 가공을 겸하고, 여기에 국내산·수입산의 구분을 없애는 것. 변화하는 수요 패턴에 귀를 기울이는 것만이 살아남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그 다음 단계로의 변화도 함께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 당면한 가공단가의 정상화와 철근 가공이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노력 또한 중요합니다. 일본은 조립과 시공까지 가공회사가 전담하고 있습니다. 이미 한국에서도 많은 분들이 선조립 등 가공업의 발전 방향을 두고 많은 고심과 연구·개발에 나서고 있습니다. 저희도 여러 가지 방안을 놓고 사업 분야 개척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이 업계 발전의 밑거름으로 거듭나길 바랍니다.

Q> 향후 미르철강의 발전상을 염두에 둔 경영주안점을 듣고 싶다.

A> 우선 도·소매 유통과 가공 실수요 매출을 50:50으로 균형감 있게 운영하려 합니다. 양쪽 시장의 흐름을 고르게 지향하는 것이죠. 혹자는 저희 회사를 두고 ‘철근 가공분야로 돌아선 것 아니냐’는 말씀을 하십니다. 미르철강은 토목용 H형강을 시작으로, 철강재 유통 도·소매가 뿌리입니다. 회사의 뿌리를 잃어버리거나, 놓아버리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철근 가공사업의 완전한 안착이 중요한 급선무입니다. 다음 목표에 대한 계획은 구체화하진 않았지만, 가공철근의 수출이나 가공 사업의 해외 진출을 모색할 생각입니다.

중국과 일본에 가공철근을 수출하거나,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신흥국으로 철근 가공사업을 진출하는 것입니다. 현재도 일부 제강사나 건설사가 현지 프로젝트 수주건과 연계하여 스팟성으로 공장을 운영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희는 현지 사정에 맞춘 철근 가공사업의 직접 진출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국내시장에서는 선조립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일본의 전문기업과 시공까지 겸하는 사업분야를 타진하고 있습니다. 최근 싱가포르의 철근 가공산업을 견학할 기회가 있었는데,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국토 면적이 작은 싱가포르는 공사현장이 협소해 가공장 선조립 후 현장에서 간단한 설치만으로 철근 콘크리트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도 밀집화·고층화·도시화의 빠른 진행으로, 철근을 납품하다보면 많은 민원과 공간의 한계를 실감할 때가 많습니다. 선조립을 거쳐 현장에 납품하게 되면, 공간의 한계나 민원의 소지도 줄일 수 있고 공기단축도 실현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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