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앤스틸 김홍식 부사장
▲ 스틸앤스틸 김홍식 부사장
최근 업계의 뜨거운 현안 가운데 하나가 통상문제다. 철강협회 자료에 따르면 17년 4월말 기준으로 전 세계에게 한국산 철강재 무역 제소 건수는 19개국 86건으로 10년 사이 7배나 늘었다. 혹자는 이에 대한 원인을 전체 생산량에서 43%를 수출해야 하는 구조에서 당연한 결과라고 말하고, 혹자는 너무 안일하게 대처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유와 과정이야 어찌됐건 현실은 당장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예방책도 마련해야 한다. 보호무역주의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의 수출입 구조를 바꿀 수 없다면 향후 통상마찰은 더 빈번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통상마찰은 사전 예방이 최선이다. 이를 위해서는 개별 기업이 해야 할 일이 있고, 정부의 역할이 따로 있다.

그런 차원에서 미국의 한국산 철강재에 대한 PMS 적용은 반드시 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PMS란 Particular Market Situation(특별 시장 상황)으로, 쉽게 얘기하자면 한국을 비 시장경제국가로 본다는 얘기다. 한국이 비시장경제국가라고?

사실 PMS는 중국을 겨냥하기 위해 만든 조항이다. 2015년 중국의 철강재 수출이 1억톤을 넘자 미 철강업계는 바짝 긴장한다. 이미 90년대 후반부터 줄도산의 아픔을 겪었던 터라 미국 철강 노조는 적극적인 로비에 나서고, 당시 오바마 정부의 중국 가두기 전략이 맞아 떨어지면서 이 조항이 나온 것이다.

PMS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이 조항이 전가의 보도처럼 냉연이나 강관제품, 나아가 자동차, 가전 등 모든 제품에 적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당장 8월에는 냉연제품이, 12월에는 열연제품의 연례재심이 있고, 내년 5~8월에는 라인파이프에 대한 재심이 있는데, 이 때에도 PMS를 적용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한국산 철강제품은 무엇이 됐건 비 시장경제국가(非市場經濟國家)인 중국산 소재를 사용할 경우 언제든지 PMS에 적용될 수 있다. 쉽게 말해 한국 시장을 통째로 비 시장경제 국가로 여긴다는 얘기다. 한국은 모든 면에서 미국의 충실한 우방이었다. 만약 일본이 이런 적용을 받았다면 어떻게 나왔을까? 정부가 발끈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32조 조항 역시 반드시 막아야 한다. 232조란 미국의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되면 해당 국가로부터 수입을 포괄적으로 금지시키는 조항이다. 현재 232조의 근간이 되는 것은 에너지 안보다. 철강과 알루미늄은 필연적으로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 역시 PMS와 마찬가지로 언제든지 악용될 소지가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PMS와 232조는 개별 업체가 대응할 사안이 아니다. 반드시 정부가 나서서 막아야 한다. 아예 포함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번 사태를 취재하면서 협회나 정부로부터 들은 답변은 “WTO에 제소 하겠다”는 것이었다. 과연 이게 최선의 방법일까? 물론 제소는 필요하다. 그러나 시간이 많이 걸리고, 그 기간 동안 자금력이 부족한 업체는 망하고, 시장은 남의 손에 빼앗긴다. 결국 승소를 해도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결과만 낳는다.

문제는 어떻게 막느냐이다. 대안이 필요하다. 대안을 만들기 위해서는 예측이 필요하다. 가령 232조를 통해 전면적 수입금지로 갈 것인지, 쿼터제로 갈 것인지(과거 슈퍼 201조 적용 시에 사용했다), 추가 관세로 갈 것인지에 대한 예측과 함께 시나리오별 대응 전략이 나와야 한다.

통상은 협상이다. 협상이란 요구하는 것이 있으면 양보하는 것도 있기 마련이다. 마침 한미 정상회담 일정이 잡혔다. 이번 회담에서 미국이 주장하는 방위비 문제를 양보하는 대신 수출로 벌어서 방위비를 분담 할테니 한국산 모든 제품에 대한 통상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요구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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