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데일리 손연오 기자
▲ 스틸데일리 손연오 기자
언제적 데자뷰일까. 언젠가 겪었던 것만 같은 기시감이 스테인리스 업계 전반에 퍼지고 있다. 오랜 기간 스테인리스업에 종사하고 있는 분들도 시장상황을 가늠하기 힘들다고 이야기하는 요즘, 복잡해진 변수들에 7년째 스테인리스를 맡아온 기자 역시 향후 전망을 묻는 질문에 침묵이 길어진다.

짧았던 급등국면..너무 빨리 터진 축포

불과 넉달 전만 하더라도 스테인리스 업계는 판매에서 적정마진을 확보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리고 찾아온 급등국면. 수요가들 입장에서 유통이 폭리를 취하는 것이 아니냐고 할 정도로 가격은 치솟았고 시장은 공급부족 불안감에 좌불안석 그 자체였다.

몇년 만에 업계의 판매마진율은 15% 이상을 웃돌았고 지난해 11~12월 장사로 지난해 지지부진했던 실적을 채웠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수익성이 대폭 개선됐다. 시중의 상승기대감은 순식간에 퍼졌고 유통업계는 재고가 없어서 가격을 올릴수 밖에 없다는 논리에 방점을 찍고 판매가격을 쭉쭉 올려왔다.

그러나 축포를 너무 일찍 터트린 것일까. 짧게는 한달 반, 길게는 두달 정도 이어졌던 흐름의 산통이 깨졌다. 올해 1월로 들어오면서 원료가격의 약세장 전환, 중국 내수가격의 하락 등 불안한 요소들이 하나둘 등판했다.

수입재 감소와 업체들의 재고가 타이트하고 적어도 3월까지는 국내외 공급이 부족할 것이란 논리로 앞다투어 가격인상을 끌어왔지만,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불안한 심리가 시중을 강타했다. 사실상 가장 먼저 흔들린 쪽도 유통이었다.

불확실한 시황 속 공급자 우위의 시기는 생각보다 짧아

또한 지난해 하반기 이후 가격인상으로 판매량이 상대적으로 늘어났던 업체들이 대다수였다. 그리고 이들 대다수가 올해 판매량 목표를 모두 상향조정했다. 시중 기대심리가 꺾여진 시점에서 결국 판매압박에 따른 과거의 반복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물론 아직까지 업계는 급격한 가격인상폭으로 견딜만한 수준이다. 일각에선 향후 판매할 재고부족을 걱정하고도 있다. 그러나 가격인상을 적용하기 이전의 재고들과 지속적으로 소재를 다양한 방식으로 매입해왔다. 대다수의 업체들이 상당한 가격경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이익이 줄어들더라도 시중가격의 하락을 적절히 버티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1월 가격약세는 부정하기 어려운 현실이 됐고, 일단 이런 상황은 2월 중순까지 갈 것이란 예상이 많다. 이는 통상적으로 2월까지는 계절적 비수기와 영업일수가 짧기 때문에 수요부진과 맞물려 가격약세가 지속될 것이란 예상이기도 하다.

기존의 저가 재고가 소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다수의 업체들은 다시 적정한 매입타이밍을 차아야 하는 시점을 맞이했다. 어디로 움직일지 모르는 중국 가격과 언제 공급 관련 이슈가 터질지 모르는 예측불허의 상황에서 업체들은 어디서 어떤 가격에 물건을 사야하는지 머리속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현재 시장가격이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어찌됐든 1~2월 매입가격이 올라가 있는데다가, 수입재 역시 가격이 내려갔다고는 하지만 필요한 사이즈의 재고를 적정하게 매입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판매난까지 겹쳐졌다.

근시안적 접근에서 벗어나 수요가와의 상생 고려

가격이 한창 올라갈 무렵 한 업체 사장님과 대화 중 들었던 말이 새삼 떠오른다.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가격을 앞다퉈 올리고 있는데 수요가들이 받게 될 부담을 생각했을 때 가격인상적용을 천천히 하려고 한다는 말이었다.

올라갈 때 나몰라라 하고 물량을 잠그고 가격을 대폭 올려버리고 나면 나중에 하락국면에서 수요업체들에게 물건을 팔아달라고 어떻게 할 수 있겠냐면서 고객사와의 신의를 이럴 때일수록 잘 가져나가야 한다는 요지였다.

가격인상 국면이 지속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은 그동안 경험으로 모두가 잘 알고 있다. 올해에도 예상치 못한 변수들도 등락 국면은 반복될 것이다. 가격급등은 일시적으로 수익성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대체 수요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일시적으로 공급자 우위의 시장으로 전환될 수는 있지만 과거처럼 절대적 지배관계로 돌아가 정착되기 어렵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유통의 적정마진을 규정할 수는 없겠지만 복잡해진 시장상황 속에서 유통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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