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가쁘게 달려온 2016년의 끝자락에 섰다. 올 한해 철강시장은 어느 해보다 컸던 변동성으로 균형 잡기 어려운 시간이었다. 불확실했던 글로벌 경기 속에서 예측치 못한 국내외 변수들은 모두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했다.
본지는 국내 철강 산업을 이끌어가는 대표 철강사를 중심으로, 올 한해를 돌아보고 내년을 조망하는 기획 인터뷰를 진행했다. 시련을 기회로 바꿔가고 있는 동국제강은 2016년 한 해에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철강사로 손꼽힌다. 곽진수 전략실장(상무)을 만나 2016년과 2017년의 동국제강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Q> 격변의 부담이 컸던 한 해였다. 올 한 해 철강 산업에 대한 전반적인 회고와 평가는 어떤가.

A>
´격변´이라는 단어로 설명될 수 있는 한 해였던 것 같습니다. 올해부터 전 세계에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면서 한국산 철강재 수출이 상당히 위축되었고, 이는 국내 철강 내수시장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올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 중국의 강도 높은 철강 산업 구조조정과 환경규제는 글로벌 철강시장의 판도를 점진적으로 뒤흔들 수 있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고 봅니다. 지난 9월부터 급등하고 있는 원료가격의 폭등도 결국 이로부터 촉발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동국제강 곽진수 전략실장(상무)
▲ 동국제강 곽진수 전략실장(상무)

국내 철강 산업 역시 부침이 많은 한 해였습니다. 특히 철강 산업이 구조조정 대상으로 지정되면서, 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형성되었습니다. 정부가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과 함께 야심차게 추진한 철강 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은 현재까지는 업계 전반의 공감대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향후 지속적으로 국내 철강 산업의 화두가 될 것임에는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철강협회, 그리고 업계 종사자들과 많은 토론과 면밀한 검토 작업을 거쳐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간다면, 이러한 정부의 노력은 대한민국의 철강 산업의 균형 있는 발전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 봅니다.

Q> 여의치 않았던 경영상황에서도 동국제강의 선전은 큰 주목을 받았다. 올 한해 동국제강의 경영성과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A>
2016년은 동국제강의 미래를 결정지을 수 있는 중요한 한 해였습니다. 당면한 과제였던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고, 안정적인 사업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이 진행되었습니다. 그 결과 지난 2014년 6월에 체결된 재무구조개선약정을 2년 만에 조기 졸업했고, 2015년 2분기부터 2016년 3분기까지 6분기 연속 영업이익을 실현하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올해 4분기 역시 양호한 실적이 전망됩니다. 이는 구.유니온스틸과의 합병 시너지와 꾸준히 진행해 온 사업포트폴리오 변화의 결실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숙원사업이었던 브라질 CSP제철소 가동 역시 회사의 역사에 남을 중요한 장면이 되었습니다.

봉형강 사업은 전년부터 이어진 국내 건설경기 호황에 힘입어 양호한 실적을 거두었습니다. 여기에 2009년부터 인천제강소에 선제적으로 투자했던 EF(Eco-Friendly)제강과 EF압연의 효과가 추가적으로 반영되면서 생산성과 수익성 측면에서 괄목할 만한 개선이 이루어졌습니다.

냉연사업 역시 올해부터 가동된 9CCL 라인의 영향으로 칼라강판 시장의 지배력을 더욱 강화하였습니다. 신기술이 적용된 고부가제품의 판매가 증가하면서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하였습니다.

조선 산업의 수주 부진이 장기화 되면서 후판사업의 회복은 지연되고 있습니다. 당사는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통한 후판 생산라인 단일화를 통해 원가 경쟁력을 강화하고, 비조선 부문의 판매 확대를 통해 손익 하락폭을 최소화 하였습니다.

Q> 변동성이 커진 국내외 철강 산업의 여건을 고려할 때, 2017년 역시 수월치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내년도 동국제강의 경영주안점과 사업목표를 어떻게 세우고 있는가.

A>
앞서 밝힌 바와 같이, 2016년에 이어 내년 역시 국내 철강 산업은 산업 구조조정과 보호무역주의 확산이라는 파고를 슬기롭게 이겨내야 합니다. 동국제강은 철강사업의 본원 경쟁력을 강화하여 향후 철강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하고, 100년 기업을 향해 사업 체력을 강화하는 것을 내년도 경영주안점으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내실강화를 바탕으로, 내년에는 올해보다 개선된 실적을 창출하는 사업목표를 세우고 있습니다. 지난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동국제강 임직원들이 축적한 지식과 노하우는 이제 가장 중요한 회사의 자산이 되었습니다.

Q> 괄목할 경영성과에도, 동국제강의 부채상환 등 재무구조 개선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적지 않았다. 향후 재무구조 개선 계획과 전략을 듣고 싶다.

A>
동국제강의 재무구조는 상당부분 저평가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당사의 3분기 IR행사에서 밝힌 바와 같이, 당사는 작년 한 해 동안 약 1조원 이상 차입금을 축소하였고, 올해에도 3분기 누적기준 약 3,200억원의 차입금을 축소하였습니다.

이자보상배율은 2014년 -0.24에서 2016년 3분기에는 2.5까지 개선되었으며, 부채비율 역시 2013년 180%에서 130%수준까지 축소되었습니다.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부채비율을 축소하면서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구축해나갈 것입니다. 확보되어 있는 현금을 바탕으로 2017년 1월과 10월에 만기가 도래하는 사채를 무리 없이 상환할 예정이며, 보유중인 자산의 일부를 매각 및 유동화 하는 자구책도 병행하는 계획입니다.

당사는 현재까지 진행된 재무구조 개선 실적과 향후 구체화 된 계획을 바탕으로 신용등급 상향을 추진하고 있으며,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습니다.

Q> 철강 산업 구조조정에서 후판 부문이 가장 큰 주목을 받았다. 국내 후판 산업 구조조정에 대한 견해와 동국제강 후판 사업 경쟁력 강화의 방향을 듣고 싶다.

A>
해운-조선-후판(철강)으로 이어지는 산업 흐름의 회복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당사는 선제적인 자체 구조조정 등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으나, 후판사업이 당사 전체 실적에서 일정 부문 부담이 되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또한 내년 이후에도 국내 후판 수요는 추가적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강력한 구조조정을 통해 후판 공급과잉 상황을 해결하려는 정부의 의견에 전반적으로 동의하고 있습니다. 이에, 타 철강사들과 힘을 합쳐 국내 후판산업의 건전성 회복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당사는 일본 JFE사와의 후판 기술 협력을 통해 고부가 제품의 생산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한 브라질 CSP로부터 고급강 슬래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여 신시장을 개척해 나가면서 후판사업의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계획입니다.

Q> 브라질 CSP 운영과 향후 시장대응, 경쟁력 강화에 대한 고민을 듣고 싶다.

A>
브라질 CSP는 지난 6월 10일 고로 화입 이후, 신속한 Ramp-Up 추진을 통해 당초 계획대비 3개월이 단축된 올해 9월에 Ramp-Up을 달성하였습니다. 이후 제품 테스트 및 선급 인증도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으며, 내년 1분기부터 당진 생산라인으로 입고되어 본격적으로 사용할 계획입니다.

세부적인 강종개발 진행 경과에 따라 점차 사용량을 확대해 중장기적으로 연간 60만톤 수준까지 사용량을 늘릴 예정입니다. 기존에는 수입에만 의존했던 고급강 슬래브의 수급문제가 브라질 CSP를 통해 안정화된다면, 당사의 후판 사업은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동국제강이 창립 62주년을 맞아 새롭게 내건 슬로건
▲ 동국제강이 창립 62주년을 맞아 새롭게 내건 슬로건

또한 작년 하반기부터 체결된 글로벌 수요가들과의 MOU를 바탕으로 CSP 슬래브의 Off-take 물량 판매도 안정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합작투자자인 발레나 포스코와의 협력을 통해 CSP의 생산성과 기술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것입니다.

Q> 올해 동국제강의 경영실적 개선에서 봉형강과 냉연 사업이 견인차 역할을 했던 것 같다. 건설경기 둔화와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등 여의치 않은 시장여건 변화를 고려한 주력사업의 리스크 대응 및 경쟁력 강화 대안은 어떠한가.

A>
봉형강 산업 역시 최근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지난 9월 경주의 지진을 계기로 내진 제품에 수요시장의 관심이 비약적으로 확대된 바, 당사는 내진철근의 KS를 국내 최초로 취득하면서 변화하는 수요시장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또한 철근의 SD500 및 SD600, 그리고 형강의 SHN규격 등 고부가 제품군의 판매를 확대하면서 봉형강 사업의 수익성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프로파일 및 부등변 앵글 형강에 대한 단체표준을 국내 최초로 취득하면서 저가 수입품에 대한 진입장벽을 높이는 노력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No.1의 경쟁력을 갖춘 냉연 및 컬러강판 사업은 차별화 전략을 끊임없이 추진하고 있습니다. 현재 개발이 완료됐거나 진행 중인 당사의 프리미엄 제품들의 판매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며, 1월부로 신설된 신사업개발팀을 통해 냉연사업의 다각화를 추진해 나갈 계획입니다.

Q> 끝으로, 국내 철강 산업 또는 시장과 나누고 싶은 공감대가 있다면?

A>
정부가 철강 산업을 석유·화학, 조선 산업 등과 함께 구조조정 대상으로 지정하면서, 금융권에서는 철강 관련 업계에 종사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여신 심사를 강화하고, 기 발행된 여신을 대폭 축소하였습니다.

산업의 건전성을 확보하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조치가 되겠지만, 이로 인해 국내 전체 철강산업이 상당부분 위축되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국내 철강 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어느 정도 진행되고, 목표했던 건전성이 확보된 이후에는, 철강 산업 전반에 긍정적인 사이클이 형성될 수 있도록 철강 산업에 대한 금융 여신정책이 다시 한 번 재정비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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