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데일리 정호근 기자
▲ 스틸데일리 정호근 기자
10월을 보내는 철근 업계의 마음이 편치 않다. 연말 비수기를 연상케 했던 가격하락 만큼이나 깊은 상처를 남기게 됐기 때문이다.

하반기 최대 성수기인 10월을 의심했던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계절을 역주하는 듯 했던 철근 시장은 ‘저절로 좋아지는 시장은 없다’는 뼈아픈 교훈을 다시 한 번 새기게 했다.

객관적인 조건은 결코 나쁘지 않았다. 철근 제강사들의 출하는 성수기에 손색없는 일일 4만톤 선을 벗어나지 않았다. 보유재고 또한 원활한 수요대응이 어려울 만큼 빠듯했다. 10월 하순 들어 반등세로 돌아선 수입산 철근 가격을 탓하기도 어렵게 됐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답답해하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문제의 원인과 해법을 찾기보다 남 탓을 먼저 찾았다. 뜻대로 풀리지 않는 시장에서 당연지사일 수 있다. 그렇다 해도, 10월은 유난스럽게도 남 탓이 많았다. 네 탓 공방이 심해지다 보니, 수습하기 힘든 감정의 골마저 깊어졌다.

‘무너진 신뢰’를 지적하고 싶다. 무너진 신뢰, 즉 불신을 말하는 것이다. 모두가 기대했던 성수기 시장이 동종 제강사 간의 불신, 상생을 잊은 제강사와 유통점 간의 불신으로 채워지면서 자중지란의 늪으로 빠져들었다. 수요처들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불신의 파괴력은 생각보다 컸다. 10월 한 달 동안 4~5만원이나 추락한 철근 가격을 납득할 사람은 많지 않다. 공장도 가격도 아닌, 시중 가격이 생산원가까지 위협하게 된 것은 더욱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는 자조 섞인 푸념이 쏟아졌다.

이대로라면, 10월이 다시 온다 해도 철근 시장은 좋아지기 어렵다. 당장 효과를 낼 수 있는 복안이 없다 해도, 근본적인 고민에 나서야 한다.

끝이 없는 남 탓 공방부터 멈춰야 한다. 화살을 집중시켰던 A사나 B사가 아니더라도, 탓을 할 곳은 얼마든지 많다. 무책임한 판매의 책임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제 값’의 경각심을 회피하는 문제가 심각했다.

철근 시장에 대한 판단의 문제도 컸다. 제강사는 현실감이 떨어진 판매방침을 고수하는 데 급급했고, 유통점들은 불가피한 현실을 탓하며 자포자기 했다. 제강사와 유통점이 각자의 핑계로 서로를 외면한 셈이다. 그러는 사이 꽤 괜찮았던 10월 시장은 무의미하게 지나갔다.

달라진 시장구조를 직시할 필요도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철근 시장은 실수요 중심의 편중 현상이 극심하다. 단순히 ‘바닥수요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상실감을 설명할 수 없는 시장이 된 것이다. 철근 시장에 대한 서로 다른 체감이 만들어낸 왜곡의 문제일 수 있다.

올해 철근 시장은 최근 10년 내 손꼽힐 만한 1,100만톤 이상의 수요가 유력하다. 수입산 철근 수요 역시 최근 10년의 기록을 바꿀 예정이다. ‘수요가 없어서...’라는 원망으로 망연자실 할 일은 아니다. 물고기가 안 잡히면, 낚싯대를 바꾸거나 자리를 옮겨야 한다. 달라진 철근 시장을 제대로 읽고 새로운 접점과 전략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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