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데일리 정호근 기자
▲ 스틸데일리 정호근 기자
철근 시장의 질주본능이 살아나고 있다. 돌다리를 두드리던 철근 시장은 부지불식간에 가수요와 호가경쟁이 치열한 각축전으로 돌아섰다.

심상치 않은 시장을 증명할 수 있는 숫자들은 많다. 95만톤에 육박했던 3월 철근 판매는 유례 없는 사상 최대실적을 갈아치웠고, 한 달 만에 16만톤 가깝게 줄어든 보유재고는 20만톤 선 붕괴를 눈앞에 두고 있다. 4월의 시작과 함께 4~5만원이 뛰어오른 유통시세는 가파른 상승 가도를 달리고 있다. 판매증가와 재고감소, 가격반등 모두 지난해를 크게 앞서는 흐름이다.

시장의 관심은 더 이상 출발점이 아닌 종착점으로 바뀌었다. 불안한 호조가 과연 언제까지 갈 것이냐의 관심이다.

철근 시장에는 ‘철근 호황 석 달 못 간다’는 속담 같은 말이 있다. 계절적인 수요변화가 워낙 큰 데다, 급변하는 빠른 거래흐름의 특성을 근거로 나온 얘기일 것이다. 속도조절이 힘든 철근 업계의 질주본능을 은근히 비꼬는 말이기도 하다.

지난해 5월을 기점으로 불이 붙었던 철근 시장은 정확히 석 달 만인 7월을 기점으로 꺾였다. 계절적인 수요변화도 문제였지만, 이를 부추긴 것은 철근 업계의 넘치는 의욕이었다. 제강사들은 하절기 대보수를 취소하고 무리한 가동에 나섰고, 같은 시점 폭탄 수준의 수입물량이 넘쳐났다.

그 결과, 5~7월 12~13만원이 치솟았던 철근 유통시세는 이후 5개월 동안 20만원 가깝게 떨어졌다. 속도조절의 실패로, 잠깐의 호황보다 훨씬 긴 내리막길을 걸었다.

올해의 철근 시장은 다를 것인가. 제강사들은 당연한 풀가동에 들어갔고, 하절기 대보수를 어찌할지는 지켜볼 일이다. 수입시장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계약공백과 물량확보의 절박함이 커진 가운데 초고가 오퍼에 대한 경계심이 크게 줄었다. 당장의 고마진 상황이 불안한 함정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우려가 높다.

지난해 하반기를 비롯해 철근 시장에는 뼈아픈 시행착오들이 많다. 하지만 시행착오의 학습효과가 욕심을 뛰어넘지 못하는 것 또한 매번 반복되는 현실이다. ‘철근 호황 석 달 못 간다’는 말은 저주가 아니라, 새겨야할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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