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데일리 정호근 기자
▲ 스틸데일리 정호근 기자
철근 시장이 막연한 확신을 쫒고 있다. 불안하게 이어온 호황의 마지막 기회로 여기는 봄 성수기 시장에 대한 기대다.

문제는 ‘최선의 선택’이다. 지난 연말부터 철근 시장은 봄 성수기 시장에서 최대 성과를 내기 위한 전략적인 선택을 고민하고 있다. 가장 많은 이익을 낼 수 있는 ‘최저 가격’과 혹시 모를 공급부족 상황을 대비한 ‘물량확보’에 대한 고민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철근 시장의 관심이 이렇다보니, 지난 연말부터 “철근을 언제 사야 좋겠습니까?”라는 질문을 수없이 받고 있다. 남일 같지 않은 고민에 대한 답변은 “욕심을 조금만 줄이면 어떨까요?”였다.

지난해 혹독했던 시행착오를 떠올려 보자. 가격하락에 대한 깊은 신뢰로 유통점들은 품귀 대란 직전까지 재고를 비웠다. 뒤늦게 발동이 걸린 시장은 남은 재고를 찾아 동분서주했다. 철근 시세가 두 달 만에 13만원이나 치솟으면서 누군가는 5~6만원이 유통마진을 봤고, 누군가는 10만원이 훌쩍 넘는 손해를 봐가며 저가 계약물량을 납품하느라 허덕였다.

하절기 대보수를 취소하고 풀가동에 매진한 제강사. 너도 나도 뛰어든 엇박자 폭탄 수입은 남은 하반기를 호황 같지 않은 호황으로 바꿨다. ‘오랜만에 황금 알은 낳던 거위의 배를 스스로 갈랐다’는 비난 섞인 평가가 나올 법 했다.

지난해 철근 시장이 겪은 시행착오는 대부분 막연한 기대와 무리한 욕심에서 벌어진 일들이었다.

철근 시장의 관심사를 단순히 정리해보자. 일단, 봄 성수기를 겨냥해 찾던 철근 가격의 저점은 이미 지났다. 철근 유통시세는 지난 연말 이후 4만원~5만원 가량 올랐다. 본격적인 봄 성수기 이전에 지난 연말의 시세로 돌아갈 가능성 역시 희박하다. 더욱이 남은 2월 동안 시세 변동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최저가 물색은 퇴색됐다.

공급부족 상황은 아직 장담할 수 없다. 다만, 올해 철근 시장에서 공급부족이 연출된다면 ‘수요’와 ‘공급’의 절대량인 아닌, 거래심리에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품귀로 북새통을 치렀던 지난해에 과연 몇 톤의 철근이 부족했는지는 아직 누구도 모른다.

올 봄 성수기 시장은 지난해 못지않은 수요를 예약하고 있다. 철근 시장이 무리하지 않는다면, 순리대로 이익을 내기에 유리한 여건인 것도 맞다. 하지만 지난해와 같은 공급부족 대란이나 시세급등은 연출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결국, 시세차익에 대한 막연한 욕심을 줄이고 수요흐름에 맞는 적절한 재고관리에 나서는 것이 가장 안정적인 선택이다. 무리한 대응으로 운 좋게 이익을 내더라도, 큰 흐름에서 또 다른 부작용을 마주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고민스런 봄 성수기에 대한 해법을 지난해의 복기로 찾길 바란다.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는 현명한 판단이 호황의 온기를 연장하는 비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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