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데일리 정예찬 기자
▲ 스틸데일리 정예찬 기자
연말이다. 중국이 2015년 1월 1일부로 일부 보론강 철강재에 대해 수출환급을 취소하면서 연초 철강 무역시장이 한껏 달아오른 적이 있다. 최근 시장에서는 2016년 1월 1일부터 크롬강에 대해 수출환급이 취소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아다니고 있다. 모든 정책은 중국 정부 손에 달려 있지만 만약 취소한다는 정책이 발표된다면, 누구보다도 이 소식을 빨리 전하고 싶어 하루에도 몇 번씩 중국 철강언론과 주요 포털사이트 등을 체크하고 있다.

중국 철강 전문 언론은 스틸데일리와 마찬가지로 실시간 검색어 순위 등의 서비스는 없다. 하지만 만약 해당 기능이 있다면 아마도 가장 핫한 검색어는 ‘구조조정’이 아닐까 싶다. 수출환급 관련 기사가 있을까 싶어 사이트에 접속했으나 결국 구조조정 관련 기사들만 보다가 인터넷 창을 닫는다. 매번 그렇다.

그만큼 중국 철강 업계에 구조조정 소식이 끊이지 않고 있다. 초대형 철강사들간의 합병 소식 같은 빅 이슈는 없으나 주로 내륙 쪽의 지역 기반 철강사들 위주로 합병, 도산, 생산 중단, 설비 해체, 감원 등의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2월 2일에 당사에서 진행했던 S&S CEO 포럼에서도 중국 현지 회계법인 딜로이트(차이나)의 철강산업 파트너(실제로 바오강, 우강 등의 회계 업무를 맡고 있음)를 초청해 중국 현지의 이슈와 실제 반응에 대해 알아본 바 있다. 그때까지만 해도 중국 철강산업의 구조조정이 “예상만큼 빠르게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당사가 발행하는 월간지 Steel&Steel 12월호에서도 ‘중국 철강산업 구조조정 2~3년 더 간다’는 제목의 분석기사가 게재된 바 있다.

하지만 12월 말에 이른 지금, 상황은 또 바뀌었다.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이 아닌, 시장 중심의 자발적인 구조조정이 급격한 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가장 충격적인 소식은 중앙정부가 국영철강사 운영에서 손을 떼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하북성 당산 소재의 궈펑강철(国丰钢铁)이 있다. 1993년에 설립되어 현재 약 850만톤의 철강재를 생산하고 있는 중점기업으로 그동안 중국 철강산업 발전의 중심에 있었다. 중국 중앙정부가 운영하는 강중뤼그룹(港中旅集团)이 궈펑강철의 지분 58.49%을 소유하고 있었는데, 지난 9일 강중뤼그룹은 해당 지분을 하북성 지방정부에 무상으로 인계했다. 궈펑강철로써는 ‘배후’가 든든한 중앙정부에서 비교적 덜 든든한 지방 정부로 바뀌었다.

궈펑강철의 지분 이동이 중요한 게 아니다. 중앙정부가 처음으로 철강산업에서 손을 떼기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철강산업은 중앙정부의 보호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항저우 반산강철의 작업자가 설비의 전원을 끄고 공장을 나서고 있다
▲ 항저우 반산강철의 작업자가 설비의 전원을 끄고 공장을 나서고 있다

생산 중단 소식은 더욱 많다. 아직까지는 한국에서 관심 갖지 않을만한 지방 철강사들이 많아 스틸데일리에 일일이 보도하지 않고 있으나 의외로 많다. 최신 소식으로는 59년된 항저우 반산강철(杭州半山钢铁)도 생산 중단 및 설비 해체를 시작했고, 마안산강철그룹의 마허(马合)강철도 총 3기 고로의 불을 껐다. 주로 노후설비 및 환경 기준 미달 공장, 설비들에 대한 규제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이미 결정됐던 투자 시점을 미루는 경우도 많다.

중국은 표면적으로 사회주의국가다. 하지만 중국의 경제를 사회주의체제로 보면 안 된다. 오히려 자본주의보다 더 자본주의적인 시스템이 이미 중국 산업 기반에 자리 잡고 있다. 또한 시장경제지위(Market Economy Status)를 얻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제 중국 철강산업은 정부의 품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시장 논리에 따른 재편이 머지 않았다. 어쩌면 구조조정은 우리의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될 지도 모른다.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 바로 그 시장 논리에 의해 아예 글로벌 철강 시장을 재편해버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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