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범종 스틸데일리 기자
▲ 유범종 스틸데일리 기자
최근 국제 철광석 가격이 무서운 기세로 떨어지고 있다. 철강 생산자 입장에서 주요 소재가격 하락은 원가경쟁력 확보라는 측면에서 분명 반가울 일이다. 그러나 실상 국내 생산업체들은 소재가격 하락으로 오히려 울상을 짓고 있느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상황이지 않을 수 없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고 있을까? 가장 가까운 해답은 철강 생산업체들의 시장가격 주도권 손실에서 찾을 수 있다. 불과 2000년대 후반까지만 하더라도 철강업체들은 공급자 입장에서 주도적인 가격결정권을 가져왔다. 이는 철강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했던 시장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최근 5~6년 사이 국내 철강시장은 전반적인 수요 침체가 지속된 가운데 국내 생산업체들의 잇단 설비 증설과 인접국인 중국의 대량 수입 등이 겹치며 빠르게 공급과잉 시장으로 전환됐다. 결국 공급물량은 남아도는데 수요가 부족하다 보니 시장가격 결정에 대한 주도권도 자연스럽게 수요자에게 넘겨줄 수 밖에 없는 형국이 됐다.

수요업체들은 철광석 등 철강 소재가격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공급업체들에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는 모습이다. 결국 철강업체 입장에서 소재가격이 빠진 만큼 제품가격도 하향 조정이 불가피해 소재가격 하락에 따른 원가절감 효과는 사실상 미미해졌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기업 입장에서 이익과 함께 매출도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소재가격 하락으로 제품가격이 계속해서 내려가다 보니 매출에 대한 부담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철강재 100톤을 톤당 60만원에 파는 것과 40만원에 파는 것은 동일한 물량을 팔아도 매출에서 큰 차이를 보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에 따라 매출을 달성하기 위한 철강업체간 판매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 밖에 없고 이는 결국 저가판매로 직결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이러한 현상이 겹치면서 오히려 소재가격 하락보다 제품가격 하락 폭이 넓어지는 웃지 못할 일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금융권에서 철강업체들에 대한 대출과 신용등급 등을 낮추고 있는 가운데 매출 감소는 기업들의 자금난 심화를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새로운 설비투자를 위축시키고 공장 보수, 직원 임금 등 운영비용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

국내 철강업체 입장에서 원자재 가격 하락을 마냥 반길 수만은 없는 이유다. 그러나 당분간 원자재 가격 약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는 제품가격의 반등 여력도 제한적일 것이라는 반증이다.

이에 따라 국내 철강업체들의 대책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당장 할 수 있는 것들은 많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안정적인 재고 운영과 조업기술 개선을 통한 생산원가 절감 등의 노력으로 경쟁사대비 낮은 원가를 만드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아울러 다양한 공급루트를 개척해 물량 압박을 완화할 수 있는 정책도 유용해 보인다. 이는 원자재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철강업체가 가격 마지노선을 지킬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지금은 모두가 어려운 시기다. 가격이 언제까지 빠질지는 예상할 수 없으나 언젠가 반등의 시점도 분명 도래할 것이다. 그 때까지 ‘고진감래’의 마음으로 버티는 자세가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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