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데일리 정호근 기자
▲ 스틸데일리 정호근 기자
연말 철근 시장이 묻지마 투매로 무너지고 있다. 깜짝 호황으로 치솟았던 철근 시세가 원점을 지나 바닥을 점치기 힘든 미궁으로 빠져들고 있다.

자유롭게 물건을 사고파는 시장에서 가격에 토를 달긴 어렵다. 하지만 비정상적인 시세하락에 대한 시각을 바로잡고, 경각심을 공유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현재의 철근 시세하락은 논리나 설득력을 갖춰 설명하기 어렵다. 시장이 신뢰하는 시세하락 요소를 이미 크게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막연한 불안감에 이끌린 무분별한 투매가 문제다. 더욱이 투매로 던져지는 거래물량은 원가를 따지지 않는 데다, 감당 못할 적자판매를 불사하고 있다는 심각성이 있다.

연말 철근 시장은 예측판매가 난무하고 있다. 당장의 거래를 위해 일주일 뒤, 보름 뒤, 한 달 뒤 가격을 미리 끌어다 파는 셈이다. 그 시점에 가면, 앞당겨 거래한 가격이 지켜질 수 있는 것인가. 분명, 그러지 않을뿐더러 그렇게 믿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더 깊은 바닥을 헤매고 있을 게 뻔하다.

여기서 바로잡아야 할 시각이 ‘선반영’이다. 엄격히 말해, 시세하락에 대한 불안감으로 미리 내려 파는 가격은 현재의 시세로 볼 수 없다. 말 그대로 선(先)반영한 것일 뿐이다. 미리 반영한 가격하락 요소가 현실화되면, 그 때가서 그만큼의 가격을 더 낮추는 게 맞는 것인가. 아니면 ‘나는 미리 반영했으니, 더 이상 가격을 내릴 수 없다’고 버틸 수 있다고 보는가. 선반영은 패착이다.

‘시장을 모르는 샌님 같은 소리’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녹록치 않은 속사정을 몰라서 꺼낸 말이 아니다. 무감해진 선반영, 즉 무분별한 예측판매로 철근 시장은 항상 필요 이상의 시세하락을 감수해왔다는 점을 되새길 필요는 분명하다. ‘방조한 메이커 탓이다’, ‘무책임한 유통점 탓이다’를 따질 문제는 아니다. 곧바로 모두에게 돌아올 감당 못할 현실이라는 경각심을 갖는 게 중요하다.

철근 시장에 묻고 싶다. 오늘은 며칠 뒤 가격을 앞당겨 팔았는가. 또 내일은 얼마 뒤 가격으로 거래에 나설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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