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범종 스틸데일리 기자
▲ 유범종 스틸데일리 기자
한국산 철강재 수출이 글로벌 수입규제 확산으로 깊은 수렁에 빠진 모양새다. 국내 수출업체들은 저마다 자구방안 마련에 집중하고 있지만 개별기업의 대응만으로는 한계점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날로 커지고 있다.

올 들어 한국산 철강재에 대한 해외 피소건수는 총 16건에 달한다. 반덤핑 제소, 세이프가드 조치, 상계관세 부과 등 규제방식도 다양해졌다. 해외 각국에서는 철강 공급과잉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자국 철강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특단의 조치들을 내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글로벌 보호 무역주의 강화는 국내 철강산업의 큰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 실제 한국산 강관의 주력 수출지역이었던 미국은 지난해 7월 유정용 강관에 이어 올해는 한국산 송유관 및 각관에까지 덤핑마진을 확정했다.

강관의 경우 품목 특성상 미국향 수출이 전체 생산의 50%를 상회한다. 그러나 미국의 수입규제 강화로 사실상 한국산 강관의 수출 길은 막힌 상태다. 현재 강관업체들은 존립기반마저 위태로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인도는 지난 9월 한국산 열연코일(폭 600mm 이상)에 대해 내년 3월까지 20%의 추가 관세를 결정했다. 한국산 열연의 인도 수출이 대부분 현지 냉연공장의 소재로 사용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열연에 대한 관세 부과는 단순한 열연 수출 축소뿐 아니라 인도에서 생산되는 한국산 냉연의 경쟁력까지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외에도 유럽연합(EU), 중남미지역, 동남아시아지역 등 한국산 철강재에 대한 수입규제는 세계 각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터지고 있다.

저가 중국산의 범람으로 내수시장이 포화상태에 빠지면서 수출 확대가 유일한 대안으로 인식되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해외 수입규제 확산은 국내 철강업체들의 입지를 더욱 협소하게 만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상황이 지속된다면 국내 철강산업의 경쟁력이 더욱 빠르게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증폭되고 있다.

그러나 개개의 철강기업 노력만으로 해외 수입규제 확대를 극복하기에는 한계점이 분명해 보인다. 수입규제가 각국 정부 주도의 정책적인 측면임을 고려하면 현 시점에서 일개 기업이 할 수 있는 것들은 많지 않아 보인다. 이에 따라 정부의 역할에 더욱 큰 아쉬움이 남는다.

인접국인 일본의 경우 이번 인도의 열연코일 세이프가드 조치에 대해 정부가 나서서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위반이 의심된다는 의견서를 제출하는 등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국내 철강업체들이 해외 수출에 고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는 모습이다.

우리 정부도 일본 정부처럼 보다 적극적인 행보가 필요해 보인다. 한국 철강산업이 더 이상 후퇴하기 전에 정부가 든든한 방패막이 되어야 하며 해외 각국의 수출규제에 기업과 협력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노력들을 동반해야만 할 것이다.

한국 철강기업들은 전후방산업을 든든히 뒷받침하는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정부가 방관자를 고수한다면 한국 철강산업의 미래 역시 장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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