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데일리 정호근 기자
▲ 스틸데일리 정호근 기자
중국 철근 메이커인 태강강철의 KS인증 취소가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한번 지으면 수십 년을 써야하는 건축물의 뼈대가 불량제품이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경악할 일이다.

지난 7월 최초보도 이후 흐름을 쫒아온 기자 입장에서도 태강강철 철근의 KS인증 취소는 남다를 수 밖에 없는 일이다. 석연치 않은 과정의 아쉬움 때문이다.

건축물의 안전과 직결되는 철근과 H형강 등 구조용 철강재는 그 용도의 중요성을 감안해 철저한 품질관리와 빠른 조치, 합당한 사후관리 등이 필수적이다.

태강강철 KS인증 취소의 발단은 지난 3월 하순 시판품 조사였다. 그 결과의 발표와 취소 절차가 시작된 것은 7월 초, KS 취소 판정이 내려지기까지 또 4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1차 시판품 조사의 샘플부터가 문제였다. 엄격해야 할 단속기관(국가기술표준원)의 샘플 채취는 기본적인 식별요소인 롤마크 조차 확인하지 않은 데다, 법으로 정해진 샘플채취의 규정조차 준수되지 않았다. 심지어 시판품 조사의 공정성마저 의심케 하는 잘못된 관행까지 여실히 드러냈다. 미흡했던 단속은 태강강철이 1차 시판품 조사 결과를 부정하고 도리어 목소리를 높이는 빌미를 제공했다.

샘플 문제를 인정한 기표원은 곧바로 2차 시판품 조사에 나섰다. 이미 자존심을 구긴 기표원의 2차 시판품 조사에서 확보된 태강강철 철근 샘플 역시 진위 논란에 휩싸였다. 태강강철 정품 철근과 기표원이 확보한 2차 샘플의 롤마크가 육안으로도 상이한 차이를 보였기 때문이다.

기표원의 시판품 조사 결과를 근거로 두 번이나 KS인증 취소 절차를 밟던 한국표준협회는 급기야 ‘판정 보류’ 방침을 내렸다. 표준협회가 판정 보류를 내린 9월 2일, 그리고 한 달을 훌쩍 넘긴 지난 10월 14일에야 기표원과 표준협회는 태강강철 철근의 KS인증을 취소했다.

뒤늦게 소식을 접한 언론 매체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기사를 쏟아냈다. 국내 철근업계도 기사화를 부추겼다. 하지만 태강강철의 KS 인증이 취소되기까지 소요된 긴 시간과 우여곡절에 대해 관심 갖지 않았다. 또 그것이 왜 문제인지 고민하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논란이 됐던 태강강철의 샘플 진위는 제대로 규명된 것인가. KS 인증을 취소한 주체가 ‘태강강철이 KS인증 취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 나설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인가. 그렇게 예상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등 다양한 의문 외에도 납득하기 어려운 기표원의 입장표명은 답답할 정도다.

모든 의문을 밀어 내고도 남을 심각성은 따로 있다. 태강강철 철근의 품질불량 문제를 적발하고 적게는 4개월, 많게는 7개월 가까운 시행착오의 시간이다. 그 사이 태강강철 철근은 무방비 상태로 시중에 풀렸다. 또 어디로 흘러가 어떤 건축물 깊숙이 자리를 잡았는지도 알 길이 없다.

돌이킬 수 없는 구조용 철강재의 특성을 감안할 때, 엄격한 검증과 신속한 조치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관리감독기관의 시행착오는 태강강철 철근만큼이나 치명적인 결함을 드러냈다.

7개월이나 지난 시점에 KS 인증 취소를 결론 낸 기표원은 소신껏 내린 판정으로 소임을 다한 것인가. 또한 ‘KS 취소 이전 생산분의 판매는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는 표준협회 역시 책임 있는 태도인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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