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데일리 정예찬 기자
▲ 스틸데일리 정예찬 기자
최근 유가 하락으로 인한 중동물량 감소로 해외건설 수주실적이 부진하다. 해외 건설 수주 부진은 국내산 철강재의 수출 동반 감소로 이어졌고, 이란 플랜트 건설과 파이프라인 건설에 투입되는 강관 수출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2012년부터 시작된 이란향 강관 수출 부진에는 미국의 영향이 더욱 컸다. 2012년 1월 미국이 이란에 대한 금융제재법을 공식 발표하면서 강관 수출이 직격탄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2011년에는 이란이 미국 다음으로 한국산 강관의 2대 수입국이었으나 2012년에는 5위로, 2012년에는 저 멀리 26위로 밀려났다.

자료 : 한국철강협회
▲ 자료 : 한국철강협회


최근 벌어지고 있는 핵협상 타결과 대 이란 경제제재 해제에 따라 이란 시장이 새로운 돌파구로 급부상하고 있다. UN 안전보장 이사회의 결의에 따라, 9월 19일부터 한국을 포함한 UN 회원국은 경제제재 해제 절차의 일환으로 관련 법을 손질해 나가고 있다.

이란 발주처들도 한국수출입은행을 통해 한국기업과 금융권의 적극적인 진입을 요청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수출입은행이 국내 주요기업 10개사와 함께 이란 시장을 되찾기 위한 통합마케팅을 벌였다. 지난 4일(현지시간) 수은은 핵협상이 타결된 이후 세계 금융기관 중 최초로 이란 현지에서 테헤란 상공회의소와 공동으로 ´한-이란 비즈니스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이란 정부는 내년에 약 1,600억달러 규모의 플랜트∙인프라 사업을 발주할 예정이다. 국내 기업의 해외수주액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이란이 한국경제의 성장 돌파구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져봐도 좋을 것 같다. 이란 국영석유회사(NIOC)도 원유∙가스분야에서 45개 사업을 발주 준비 중이다. 2010년 이후 신규 수주가 끊긴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림산업, 두산중공업 등 국내 EPC건설사 들의 이란 진출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렇다고 한국만의 시장은 아니다

세아제강, 현대제철, 휴스틸 등 국내 주요 강관사들도 일찍이 중동에 법인을 설립해 수출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들을 통한 수주 소식도 계속해서 들려올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글로벌 강관 시장에서 중국과의 마찰을 피해가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중국은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 시행 중에도 정치∙경제적 지원을 지속적으로 진행해왔다. 심지어 중국과 한국의 대 이란 수출 품목은 중복되는 경우도 많다.

한국이 이란에 주로 수출해왔던 강관은 스파이럴강관과 롤벤딩강관으로, 라인파이프가 주를 이뤄왔다. 수출 품목은 앞으로도 이전과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제재기간 동안 중국이 시장 점유율을 높여왔기 때문에 재진입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일례로, 중국은 이란과 파키스탄을 연결하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공사에 대한 투자 계약을 체결하는 등 정부 차원에서의 적극적인 대응전략이 이어져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경제제재로 인하여 유전개발을 위한 국제석유회사의 설비투자 및 기술협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바로 이란이 처한 특수성이다. 한국 종합건설사들이 자랑하는 EPC 사업과의 연계를 통해 새로운 수출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어렵게 어렵게 다시 찾아온 신흥 시장이다. 미국 시장을 잃은 시점에서 결코 놓쳐서는 안될 기회다. 지난 1년간의 수출 실적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수주 실적과 수출량에 연연해하기 보다는, 한국산 강관 수출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계획적인 재정비와 재도약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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