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데일리 손연오 기자
▲ 스틸데일리 손연오 기자
불과 1년 여만에 LME 니켈가격이 46% 가까이 추락했다. 최근 LME 니켈가격은 톤당 9,800달러대 수준에서 약세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9월 초까지만 하더라도 니켈가격은 톤당 1만 8천 달러대 수준이었다.

304 냉연제품을 기준으로 유통시장의 거래가격은 1년 사이 약 19% 정도 하락세를 보였다. 2009년 금융위기 당시 니켈가격이 1만 달러대 밑으로 하락했었지만 제품가격은 현재 수준보다는 높은 상태였다.

스테인리스 유통시장에서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길래 사상 유례없는 최저 가격대가 형성되고 있는지 생각해보면, 단순히 니켈가격의 하락과 연관 수요산업의 부진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결국 원인은 공급과잉으로 빚어진 참사로 정리된다는 생각이다. 올해 들어서 AD로 인해 유럽향 수출이 막힌 대만과 중국산 스테인리스 제품의 근거리 지역 저가폭탄부터 중국의 내수경기 부진 등 복합적인 요인이야 열거하자면 상당히 많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가격하락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공급과잉으로 인한 업체간 출혈경쟁인 것으로 보인다.

최근 몇년간 내수 스테인리스 수요의 증감율은 높지 않은 가운데 메이커들의 공급량 증가와 함께 수입재 공급도 지속적으로 늘어났다. 유통업체들의 숫자 역시 큰 변화는 없었다. 판매가격을 놓고 업체별로 판매량이 엎치락뒤치락 하는 상황만이 무한반복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야말로 비슷한 시장에서 뺏고 뺏기는 전쟁이 본격화된 것이다.

불행히도 이 전쟁은 쉽게 종식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종 부도로 이어지지 않은 이상 유통업체들의 중도 포기는 쉽지 않을 것인데다가, 대다수의 업체들이 수익성을 지켜면서 판매량을 줄이는 전략보다는 매출이나 외형을 유지하면서 시장점유율을 지키는 전략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처럼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는 시대는 이미 종말을 고했다. 더 이상 수익성을 지키면서 시장에서 버티기 어려운 시대로 진입했다. 메이커들로부터 시작된 공급량 증대로 인한 갈등 구조가 전반적인 업계의 경쟁력을 약화시켰고, 시장 내 경쟁효율성을 왜곡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책임을 질 수 있는 주체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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