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데일리 정호근 기자
▲ 스틸데일리 정호근 기자
최근 철근 시장의 시선을 끄는 광고가 게재됐다. ‘국산과 수입산 철근의 공개 품질검증을 제안합니다’라는 문구로 한 건설매체에 게재된 광고다. 수입산 철근, 엄밀히 말해 중국산 철근을 겨냥한 광고와 기사에 대한 항변으로 수입업계가 응수에 나선 것이다.

수입업계는 ‘국내 철근업계가 중국산 철근의 극히 제한적인 불량사례를 침소봉대(針小棒大)격으로 일반화시켰다’는 주장으로, 엄연히 국내산과 동일한 KS품질규격을 지켜 들여오는 수입산 철근에 대해 불공정한 편견을 확산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수입되는 중국산 철근의 품질은 오히려 국내산 보다 못할 게 없다며 공개 품질검증으로 정면 돌파에 나섰다.

국내산 철근 업계의 광고나 관련기사의 입장은 상반된다. ‘안전이 최우선인 건축물의 골격이 되는 철근의 원산지를 명확히 밝혀야 소비자들의 알권리는 물론, 올바른 선택이 가능해진다’는 논리다. 중국산 철근이 모두 불량이라 말할 순 없지만 품질관리가 취약한 데다, 건설업체들이 원가절감을 위해 저가 중국산 철근을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수입업계의 대응광고와 비슷한 시점, “국산 정품 철근으로 안전을 지키십시오!!”라는 문구의 광고가 한 경제지를 통해 추가로 게재됐다. 저가 수입산 철근의 문제를 부각시켜 국산 철근 사용을 홍보하는 것으로, 이전의 광고와 같은 맥락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국내산 철근 업계대로, 수입산 철근 업계대로, 추가적인 광고와 기획기사 등을 준비하고 있어 당분간 철근 업계의 난타전은 가열될 전망이다. 또한 공개 품질검증을 제안한 수입업계는 국내 철근업계의 호응여부를 떠나 품질비교 결과를 공개할 계획이다.

철근 시장 내 난타전을 향한 우려의 시각도 늘어나고 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처럼, 도를 넘어선 상호비방이 건전한 공론의 의미를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양 업계의 공방이 성과주의나 공명심으로 왜곡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상황을 한 걸음 물러서 볼 필요가 있다. 외부의 시각에서 국내산과 수입산 철근의 난타전은 집안싸움으로 비춰질 수 있다. 무엇보다, 국내산이든 수입산이든 철근 시장 자체에 대한 깊은 불신과 오해를 키울 수 있다는 점은 가장 큰 걱정이다. 서로의 장단점을 너무나 잘 아는 상대와의 난타전은 승부를 떠나 모두에게 수습불가의 상처를 남길 수 있다.

한 가지만 예를 들어보자. 국가기술표준원은 KS철근의 ‘중량 허용차 축소’를 보류중이다. 이미 충분한 안전기준을 확보한 상황에서 과도한 중량 허용차 축소가 시장의 혼선만 가중할 뿐이라는 철근 업계의 반대에 부딪쳐 있다. 하지만 철근 업계 내의 난타전이 철근 자체에 대한 불신으로 흐를 수 있고, 보류중인 중량 허용차 축소의 아주 좋은 명분과 설득력을 만들어주는 일이 될 수 있다. 이럴 경우, 정부기관이 아니라 수요처인 건설업계가 나서서라도 철근 업계를 압박할 수 있다.

문제적인 상황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은 중요할 수 있다. 다만, 끝을 생각하지 않는 난타전은 다르다. 철근 업계가 건전한 공론의 테두리 안에서 각자의 의견을 피력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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