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철스크랩 업계가 어쩌다 이러한 상황까지 처하게 된 것일까? 원인은 철스크랩 업계의 구심점(求心點)이 없기 때문이다. 즉, 대한민국에는 철스크랩 업계를 대변할 수 있는 단체가 없기 때문에 업계 전반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국내에는 재활용과 관련된 단체가 수십 개가 있다. 고철만을 특화 해 업계를 대변하는 단체는 “한국철강자원협회”가 있다. 그러나 한국철강자원협회가 철스크랩 업계 전반을 대변하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회원 구성이 제강사 구좌업체를 중심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구좌가 있냐 없느냐는 중요한 문제이다. 상호 입장이 분명히 갈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철스크랩 업계를 대변하는 단체가 구좌업체 중심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업계 대변단체라기 보다 대상들의 친선모임에 가까운 것이 현실이다.
최근 철스크랩 업계의 뜨거운 현안은 재활용 품목이 폐기물에서 자원순환 품목으로 바뀌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중소 고물상들이 살 수 있는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대상들의 관심사가 아니다. 중소 고물상들이 많이 사라져야 대상들의 수익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상과 중상의 입장차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한 제강사는 국내 철스크랩 가격이 수입가격보다 무조건 낮아야 한다는 주장을 한다. 같은 고철인데 왜 국내산이 낮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이처럼 터무니 없는 주장이 가능한 것은 국내 철스크랩 시장이 국제시장에서 고립되어 있기 때문이다. 국제 가격과 연동되지 않는 국내 철스크랩 가격은 제강사 마음대로인 상황이다.
국내 철스크랩 가격이 국제가격과 연동되기 위해서는 수출이 이루어져야 한다. 과거 일본은 여러 단체들이 철스크랩 수출을 주도하며 철스크랩 수출국가로 성장했다. 철스크랩이 남아 수출한 것이 아니라 부족한 상황에서도 수출이 이루어진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국내에는 수출을 주도할 단체가 없다. 한국철강자원협회에 수출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회원사 대부분이 제강사 구좌업체로 구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구좌업체가 제강사의 눈치를 많이 볼 수밖에 없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결론적으로 국내 철스크랩 시장을 볼 때 가장 시급한 것이 중소상 업체들의 구심점을 찾는 일이다. 업계를 대변할 수 있는 단체가 있어야 어려움도 호소할 수 있으며, 제강사의 지배에서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비영리 단체인 협회보다 영리를 추구하는 조합을 설립해 국내 철스크랩이 하루 빨리 수출되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
윤용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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