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데일리 정예찬 기자
▲ 스틸데일리 정예찬 기자
작년 하반기부터 OCTG 시장은 반덤핑 제소와 유가 하락 등이 겹치면서 된서리를 맞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터지기 전에 우리는 어느 정도 예측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경쟁사들의 눈치만 보다가 미국향 수출 시장의 포화상태를 만들고야 말았다.

국내 강관사들의 OCTG 조관기 투자 붐은 2012년에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API 소재만 확보된다면 조관 과정에 큰 어려움이 없기에 국산 및 수입산 코일을 가리지 않고 들여왔다. 이러한 과정 속에 고부가가치 제품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품질이 안정화면서부터는 제품 개발보다는 생산량 확대를 위한 경쟁에만 치중했다.

신제품 개발도 따라하기 식이 대부분이었다. 열처리 제품을 만드는데 급급한 나머지 제품 고급화에 대응하기 보다는 경쟁사들이 보유한 열처리라인을 너도나도 따라 도입하는 것뿐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품개발과 관련 있는 각 사의 R&D 부서들은 제 역할을 잘 감당하고 있는지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A사는 독립된 연구소가 있으나, 올해 초 소재 개발 등의 파트를 품질부서로 재배치하여 역량을 축소시켰고, 설비 투자 등의 파트를 설비 부서로 재배치하여 조직의 70%가 재편성되었다.

B사는 연구소 기능이 기술개발부서로 되어 있고, 주로 수요산업 관련 위주로 연구를 진행하며, 소수인원으로 운영되고, 주로 정부 과제를 수행하는 정도로 알려져 있다.

C사는 기획부문에서 공장과 연계하여 개발과 투자를 진행하는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 비로소 후육관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관사의 가장 중요한 R&D는 원재료인 열연 소재에 집중되어야 한다. 국내 밀로는 포스코, 현대제철과 해외 밀로는 일본, 중국 등과 기술협의를 통해 진행되고 있는데, 개발 진도는 매우 더디다. 또한 가장 대표적인 API재는 공통 Grade도 많지만 각 사별로 명칭만 바꾸는 트릭을 써서 자체 개발인양, 홍보하는 부분도 많은 현실이다.

현재 강관사의 R&D 전문 인력(경력자)이 지속적으로 연구 활동을 하고 있는지, 계속된 R&D 인력의 연구 활동이 전수가 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장기적인 R&D 과제 수행보다는 보다는 현실에 급급한 부분에 집중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중견 강관사들의 내막을 들여다보면 1~2명의 인력이 정부과제를 수행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철강산업은 공급과잉이 지속되고, 중국의 내수 둔화에 따른 저가 수출 공세로 국제 철강재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데다 보호무역주의 경향도 심화되는 등 어려운 국면에 놓여 있다.

국내 강관사들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은 하나다. 철강업 본연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를 가능케 할 방안은 뭘까.

최근 들어 일본 철강업계는 오히려 수출이 증가하고 수익성이 개선되는 등 긍정적인 변화의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남이 쉽게 따라 하지 못하는 고부가가치 제품이 일본 철강산업의 궁극적인 경쟁력인 것이다. 일본은 ‘잃어버린 20년’ 상황 가운데서도 이와 같은 경쟁력을 갖춰놓았다.

국내 철강업계는 일본의 선례에 관심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추격은 이미 정해진 미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 미래를 늦추는 것이다. 방향은 정해졌다. 고부가가치 제품과 가공 기술에 대한 R&D 투자가 강화되어야 한다.

한국 철강업, 강관 업계가 지금의 침체기 동안 내실을 충실히 다지고 기술 개발에 힘쓴다면 새로운 중흥기는 곧 찾아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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