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데일리 유재혁 기자
▲ 스틸데일리 유재혁 기자
통상적으로 판매되는 제품의 가격은 무엇에 의해 결정될까? 가격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는 생산비용과 시장가격, 그리고 경쟁요소와 시장상황 및 제품의 품질 등을 꼽을 수 있다. 생산자 입장이라면 재료 원가를 포함한 제조비용과 시장 경쟁 상황 그리고 이를 고려한 일정 수준의 마진이 가격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그러나 수요자 입장이라면 그것도 관련 납품업체의 매출이나 수익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힘있는 수요가 입장이라면 이 같은 아주 지극히 정상적인 가격 결정 메카니즘은 심각하게 훼손되거나 무시돼 왔던 것인 국내 철강업계의 고질적인 병폐였다.

물론 공정거래위원회와 각종 언론보도 등으로 이전에 비해 많이 개선된 것은 사실이지만 실상 철강업체들의 이야기는 다르게 느껴진다. 지난해 자동차강판 납품 단가에 이어 올해초 가전용 표면처리강판 가격 협상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낮아진 냉연도금판재류 제품 판매 가격은 관련 제조 및 가공업체들에게 상당한 수익 저하로 연결되는 모습이다.

특히 지난한해 동안에만 톤당 13~14만원의 가격 인가 이뤄진 바 있는 자동차강판 가격은 어떠한가? 현대기아자동차와 현대제철이 톤당 8~9만원의 납품단가 인하가 상반기에 이뤄지면서 다른 완성차 업체들의 가격 역시 인하되는 결과로 연결됐다. 11월에는 추가로 5만원의 납품가격 인하가 이뤄질때도 비슷한 방식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 하락하면서 제품의 생산 비용 자체가 낮아진 것이 가장 큰 납품단가 인하의 요인이 됐지만 그 가격 인하 발표 방식과 인하폭 결정에 대해서는 씁쓸한 뒷맛이 느껴진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최근에 와서 조금 달라지긴 했지만 얼마전까지 대부분의 글로벌 철강사들은 한국과 중국 일본 등 대형 철광석 수요가들인 대표 철강업체들과 대표 광산업체들의 분기별 가격 협상 결과에 따라 철광석 가격이 협의됐다. 이들 대표업체들의 협상 가격이 기준 가격이 되고 이후 개별 업체간 가격 형상이 진행되면서 소모적인 가격 협상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과도한 시간 및 재화의 낭비를 막을 수 있었던 것은 물론 시장 변화에 따른 가격 결정이 가능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자동차 강판은 어떨까? 역시나 국내 대표적 완성차업체인 현대기아자동차의 가격 협상 결과가 나머지 완성차업체들의 가격 결정 기준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기서 철강업계 관계자들이 걱정하는 부분은 바로 현대기아자동차의 자회사인 현대제철과의 가격 협상 결과가 중요한 가격 결정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현대기아자동차와 현대제철간 자동차강판 가격 인하 결정이 애널리스트 리포트를 통해 알려지면서 자의든 타의든 다른 납품업체들의 가격 조정에 큰 영향일 미쳤다는 것이다. 결국 자동차 강판의 납품 가격이 제조원가나 경쟁요소, 시장상황 및 제품의 품질 등 기본적인 가격 결정 요인에 의해 결정되기 보다는 최종 수요가의 제조원가 절감 정책에 따라 좌우될 수 있는 개입의 여지가 커져 버린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완성차 업체간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고 이에 따른 제조원가 절감 노력 역시 가속화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자동차 강판 등 관련 부품 납품 단가의 과도한 인하 요구로 연결될 개연성이 커 보인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지금까지 국내 완성차업체들이 부품협력업체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단가 인하를 요구해왔고 이에 따른 결과로 관련 업체들의 수익저하와 신제품 개발의지 좌절 등이 결국에는 최종 제품의 글로벌 경쟁력 저하로 연결될 가능성이 큰 만큼 상생의 방법을 모색해야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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