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데일리 정예찬 기자
▲ 스틸데일리 정예찬 기자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 한국의 철강 수요가 더 이상 늘어나지 않게 되자 철강 업계 모든 관계자들은 “앞으로의 내수 시장 확대는 통일이 아니고서는 답이 없다”라고 하나같이 입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전쟁이 멈춘 지 60년이 훨씬 더 지난 지금까지도 통일은 아직 먼 훗날의 이야기로만 보인다.

우리 나라는 국가 산업의 구조상 수출로 먹고 살 수밖에 없다. 철강산업도 수출로 규모를 키워왔으며 수출량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중국이라는 이웃나라의 엄청난 물량 공세와 가격 공세로 인해 한국은 물론, 일본의 철강재도 국제 시장에서 입지를 점점 잃고 있다.

철강산업을 통해 본 한국-파키스탄 FTA 체결 필요성

저기 인도 옆에 연간 철강 수요가 700만톤에 달하는 파키스탄이 있다. 이중 국내 공급 가능 물량은 전체 소요물량의 50%인 350만 톤 정도로, 350만톤 가량을 매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생산기술문제로 고급강에 대한 파키스탄 국내 공급여력이 부족해 수입의 대부분은 고급 강이다.

파키스탄이 주로 철강재를 수입하는 나라는 한국, 중국, 일본이다. 중국은 2007년 발효된 파-중 FTA에 따라 최근 수년간 급격하게 시장을 늘려가고 있다. 일본은 최근 엔화 약세로 다시 경쟁력을 찾기 시작했으며, 최근 들어서는 루블화의 약세로 러시아산 철강재의 유입량이 늘고 있다. 한국은 이 사이에 끼어 있어 최근 들어 많은 시장을 잠식당하고 있다.

자료 : 파키스탄 관세청, KOTRA
▲ 자료 : 파키스탄 관세청, KOTRA


KOTRA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대 파키스탄 수출액은 2014년 7억7000만 달러 규모로 전년대비 6.0% 감소했다. (무역 총계 기준) 그 중 열연강판 수출량은 2013년 40,384톤에서 8,136톤으로 무려 79.9%의 감소율을 기록했다.

중국이 여전히 저가 경쟁력을 무기로 계속해서 수출량을 늘려가고 있다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다. 더욱이 중국은 파키스탄과의 FTA 체결로 한국, 일본보다 낮은 관세율로 꾸준히 시장점유율을 큰 폭으로 넓혀가고 있는 중이다. 일본은 기술력을 앞세운 고급강재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파키스탄 내수 시장 수요에 따라 변화가 있지만 한국보다 배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현재 한국 내수 시장에서는 철강 수요 증가 둔화와 더불어 설비 증설로 인해 공급과잉 국면이 심화되고 있다. 또한 세계 최대 공급과잉 국가인 중국의 저가수출로 한국 범용재 시장은 이미 중국의 잉여물량을 처리하는 시장으로 변질됐다. 한국 철강산업은 수익성 만회를 위해 자동차 강판 등 고수익 제품의 수출로 활로를 마련해야 함이 그 어느 때보다도 시급한 상황이다.

이 와중에 일본은 엔저를 바탕으로 파키스탄 수출을 증가시키고 있으며, 파키스탄의 ODA(공적개발원조) 공여국으로써, 철강에 대한 용도별 면세를 확보할 수 있어 실질적으로 무관세 수출이 가능한 분야도 있다.

이에 따라 한국도 파키스탄과의 FTA 체결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요즘이다. KOTRA도 최근 들어 파키스탄과의 FTA 체결을 검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는 중이다.

자료 : 한국철강협회
▲ 자료 : 한국철강협회


한국의 파키스탄향 철강재 수출은 여러 조건에서 경쟁국에 비해 불리한 상황에 있다. 기술력의 일본, 가격경쟁력의 중국에 더해 (아직은 정치적인 분쟁이 남아있지만) 최근 철강 순수출국으로 돌아선 인도까지 잠재적인 경쟁국이다. 지난 2월에는 터키 총리의 파키스탄 방문을 계기로 터키도 파키스탄과의 FTA 협상을 조속히 마무리하기로 합의했다.

한국산 철강재가 파키스탄에서 다시금 경쟁력을 되찾으려면 FTA를 통해 불리한 상황들을 개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중국 수준의 양허조건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시장확대는 고사하고 중국 제품에 파키스탄 수출량 전량을 잠식당할 확률도 매우 높은 상황이다.

파키스탄은 약 1억 8천만 명의 인구와 한반도의 3배가 넘는 국토를 보유한 대형 시장이다. 최근 들어 SOC 건설 프로젝트가 활발히 추진되고 있어 앞으로 적극적인 파키스탄 시장 진출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가 외교 정책에 있어서, 되도 않는 자원외교나 해외 박물관 관람에 신경쓰기 보다는 우리 나라 산업의 성장을 위한 실질적인 문제 해결에 신경 써주길 바래본다.

* 본 칼럼은 KOTRA와 Globalwindow의 자료를 참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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