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범종 스틸데일리 기자
▲ 유범종 스틸데일리 기자
최근 국내 철강업계 관계자들을 만나다 보면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다. 중국의 가파른 성장과 공급과잉 고착화, 부진한 수요시장 등 사면초가에 내몰린 데 따른 절절함이 묻어난다.

사실 국내 철강회사가 나름의 독자적인 경쟁력을 갖춘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경직된 제조산업 구조와 더불어 그 동안 투자를 통한 규모 확대라는 획일적인 성장전략만 써 왔던 것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이러한 국내 철강산업 성장전략의 한계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범용재 시장에서는 값싼 제조원가를 확보한 중국산에 치이고, 고부가가치강재 시장에서는 유럽과 일본 등에 기술력이 밀리며 시장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철강업체들의 위치가 참으로 애매한 상황이다.

앞으로 글로벌 철강시장은 과거에 누렸던 호황기가 다시 찾아오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국내 철강업체들도 기존의 획일화된 성장전략만으로는 위기를 헤쳐나가기 어려울 것으로 확신한다. 그렇다면 국내 철강업체들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그리고 생존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필자는 그 답을 제품의 브랜드화에서 찾고 싶다. 이제 규모의 경제는 더 이상 철강시장에서 큰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국내 철강업체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차별화된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 밖에는 없어 보인다. 차별화된 기술력과 제품을 바탕으로 고객들의 선호를 끌어와야만 하는 것이다.

이미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국내 대형 철강업체들은 이러한 인식에 공감하고 적극적인 행보를 취하고 있는 모습이다.

포스코는 권오준 회장 체제 이후 월드프리미엄(WP)이라는 독자적인 철강재 브랜드를 만들고 공격적인 시장공략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포스코의 WP제품 비중은 전체 철강의 34%에 육박했으며 올해는 40%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코는 제품에 대한 브랜드화를 통해 가격 중심의 중국산에 대항하고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현대제철도 내진용 건축강재인 SHN강종을 개발하고 해마다 비중을 늘리며 독자적인 기술력과 브랜드를 강조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건축용 강재 시장을 지키기 위해 취할 수 있는 정책은 다 시행해본 뒤 나온 정책이다.

철강업체들의 가격대응은 그 한계점이 명확이다. 가격경쟁으로만 일관된 정책을 펴는 업체는 결국 자금력 부족과 마케팅 능력의 도태로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퇴출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전망이 먼 훗날의 얘기처럼 들리겠지만 빠른 시일 내에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국내 철강업체들은 지금부터라도 제품에 대한 브랜드 강화에 역량을 집중해야만 한다. 이를 위한 R&D투자도 멈춰서는 안 된다. 기술 및 제품의 차별화와 그에 따른 Royal Customer 확보가 향후 국내 철강업체들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공감해야만 한다.

국내 철강업체들이 독보적인 철강 브랜드 구축으로 내수시장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날개를 활짝 펼칠 수 있는 그 날이 오길 고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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